코로나바이러스 재난으로 온 세상이 불편과 고통, 슬픔과 두려움 속에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 거리를 지키며 살자니 요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초유의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참담하다. 코로나19 재난이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할 것인가? 방역전문가와 헌신적 의료진에게 성원과 감사를 보내며,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애처롭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경을 헤매도 손잡아 주지 못하고, 치료 중에 사망해도 마지막 길에 애도와 엄숙한 장례식조차 할 수 없다.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에 발 동동 구르며 슬퍼하는 유가족과 친지를 바라보며, 종교적 위로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망연한 마음은 사목자로서 긴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인류의 역사를 가르는 문명 대전환의 기점이 되리라고 말한다. 세계 역사가 예수 이전(BC; Before Christ)과 예수 이후(AD: Anno Domini)로 나뉘듯이, 앞으로 인류의 역사나 삶의 방식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D: After Disease)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언급은 코로나19 재난이 단지 전염병 차원의 재난이 아니라, 사회 전반 나아가 인류 전체의 생존과 미래에 영향을 줄 재난임을 말해 주고 있다. 이 점에서 코로나 재난의 극복은 전문가들에 의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차원을 넘어, 지구촌 촌민 곧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삶의 방식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것을 요구한다.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에볼라 치료제로 나온 렘데시비르나가 효과를 낸다는 반가운 보도도 있다. 다행한 일이다.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백신이나 치료제만 나오면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의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소멸하지 않고, 적응한다고 한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 또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번 코로나 재난의 종식은 물론 언젠가 또 있을지도 모를 바이러스 재난을 만날 지라도, 일상에서 오는 감사와 행복을 빼앗기지 않고, 따뜻한 인간애와 인간다움을 지니고 살아가려면 기존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 재난의 진정한 극복은 의학적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과 함께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삶의 방식 곧 새로운 ‘삶의 백신’을 찾아내 실천하는데 있을지 싶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어내며 우리는 기존의 삶 속에서 간과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자유롭게 만나 손 맞잡고 차나 음식을 나누고, 일하고 쉬고, 돕고 나누며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고 행복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웃이 바이러스에 걸려 안전하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면 나의 안전과 행복 역시 공중누각(空中樓閣)일 수 있음을 보았다. 나와 이웃이 분리된 양극화의 세상은 이기와 욕심으로 눈먼 세상이요, 나와 이웃이 둘이 아니요 서로 하나인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세상이다.
또한 요즘 세계의 산업 활동이 멈추자 지구의 대기가 깨끗해지고, 동식물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동안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 과도한 도시화가 얼마나 지구를 아프게 했는지를 알려준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란 우리가 간과했던 이런 가치들을 다시 회복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소소함 속에 있는 감사와 행복을 지켜내지 못하는 나라, 서로 아끼는 마음과 서로 하나라는 마음이 사라진 사회, 탐욕이 넘쳐 인간과 다른 동식물과 상생이 사라진 지구는 언제든 치명적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좋은 세상일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시민의 안전 건강 행복을 지켜내는 ‘삶의 백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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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 워싱턴 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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