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변만식 선생이 영역한 ‘윤동주 영역시선’ 을 읽고 영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를 새롭게 감상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변만식은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1967년 이민와서 특히 윤동주를 사랑하여 윤동주 문학회 회원으로 지난 수년동안 윤동주의 시와 한국 고전현대시인들의 시를 영역하여 신문에 발표한 교육가이며 번역가이다.
금번에 출간한 시집은 영역한 윤동주의 시 13편과 윤동주와 관련된 한글시 33편, 그리고 영역한 한국고전현대시 25편을 수록하고 있어서 윤동주의 시와 한국고전현대시를 사랑하는 1세대 미주한인 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세들에게도, 더 나아가 미 주류사회에도 한국의 시문학을 포함한 한국고유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펼치는 데에 좋은 시집이 되리라 여겨진다.
변만식이 영역한 윤동주의 시와 한국고전의 시는 그들의 시를 단순히 영어단어로 직역한 것이 아니고, 시 전체의 문맥과 특히 시 자체가 음유하고자 하는 시 사상을 잘 드러내는 영어시어를 활용하여 의역을 한 것에 감명을 받았다. 그가 활용한 시 사상적인 영어 시어는 2가지로써 하나는 기독교적인 시 사상을 형상화하는 영어 시어이고, 둘은 한국문화적인 시 사상을 표출하는 영어 시어이다.
첫째, 변만식은 윤동주의 시를 영역하면서, 윤동주가 간직하고 있는 기독교사상을 형상화하는 영어시어를 추려내어 활용하였다.
윤동주의 유명한 시 ‘서시’와 그의 마지막 시 ‘봄’을 감상하기로 한다.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나는 괴로워 했다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서시’에서)
Agonized I for the sake of life
Of no disgrace.
….
Here I pledge I must love all
The dying mortalities.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겁게
푸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봄’에서)
Skylarks soar up to the blue sky high above
From the burrows in the field.
The air is flickering.
변만식은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을 단순히 수치스러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이신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은혜가 없는 것이 아닌” (of no disgrace) 영어 시어로 영역하였다. 또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도 단순히 우리 주위에서 보이는 죽어가는 것들을 뛰어 넘어 “죽어가고 죽을 수 밖에 없는 모든 피조물” (all the dying mortalities) 로 영역하여 죄인인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의역해 주고 있다.
그리고 윤동주의 마지막 시에서 “푸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를 “푸른 하늘 위로 높게 …. 하늘은 반짝이네” (The blue sky high above …. The air is flickering)로 영역하여 인간에게는 소망이 있음을 의역하고 있다. 이와 같이 Of no disgrace, all the dying mortalities, the blue sky high above …. Flickering 등의 영역은 기독교 사상을 음유하는 영역인 것이다.
둘째, 변만식은 한국 고전현대시들을 영역하면서, 직역하지 아니하고 한국의 고유적인 사상인 ‘한’ 사상을 담은 영역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박목월과 김지하의 시를 감상해 보자.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에서)
The wanderer walks on his way
Like the moon riding on the cloud.
외로움이 외로움과 손잡고
Gloominess keeps abreast hand in hand.
변만식은 ‘나그네’를 ‘방황자’(Wanderer)로 영역하고, ‘외로움’을 ‘우울함’ (Gloominess)으로 영역하고 있다. 한국문화에 있어서 나그네는 단순히 여행자나 손님이 아니요 가야할 곳이 분명하지 않은 방황자이며, 외로움도 단순하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고 말로 할 수 없는 근심에 쌓여 있는 우울함인 것이다. 방황자와 우울함은 한국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는 ‘한’의 사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백순(시인, 문학평론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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