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북한의 김정은이 평양 근처 순천인비료공장 완공식에 나타나 테이프를 끊었다. 잠적 3주만에 일어난 그의 재등장은 그동안 그에 대한 건강이상설, 그가 있었던 곳, 그리고 그의 사망에 대비한 권력승계 논의까지, 끊임없이 나돌던 갖가지 억측과 근거없는 가짜 뉴스들을 한 순간에 잠재웠다.
김정은의 재등장 뉴스는 진짜였다. 다음날 5월 2일 조선중앙방송이 텔레비전으로 방영했고,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KCNA)이 현장 사진들과 함께 자세히 보도한 것이다. 비료공장 완공식에는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 제1 부부장, 박봉주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등 북한의 고위급 실세 간부들이 참석했다.
건강위기설에 싸여 있던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중 시종 밝고 웃는 표정을 보이면서,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고를 바쳐온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린비료공장이 일떠셨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라고 말했다.
재등장한 김정은의 모습이 그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가족과 자신의 건강기록으로 보아 심장질환, 비만, 당뇨, 흡연 등의 부작용으로 그의 건강문제에 대한 의심이 일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재등장은 그가 완전히 신체기능을 상실했을 경우에 올 수 있는 불확실성과 안보 불안을 제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금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이론상으로는,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했을 경우, 한미동맹은 5029 작전계획에 따라, 안보도전에 대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비상대책 계획은 새로운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는 중미간의 긴장과 관계 악화로 이 문제를 중국과 협의하기가 어려운 시기다.
김정은에 대한 각종 허위 보도가 난무하는 동안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한 시나리오도 여러 개 나왔다. 김여정 승계설이 유력한 것처럼 들렸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언젠가 때가 되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통치할, 김정은의 후계자가 김씨 왕조 가문에서 누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김정은은 지난 달 15일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생일 기념식에 불참한 것이 그의 건강이상설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는 4월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당한 여러 소문들은, 그가 심장 관련 수술 또는 시술의 부작용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이미 사망했다, 살았다해도 걸을 수 없을 정도라는 등 믿도 끝도 없고, 확인 불능 소식통들과 수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엉터리 추측들이 함께 난무했었다.
탈북자인 미래한국당의 지성호 비례대표 당선자는 김정은의 사망사실을 99% 확신한다고 했고, 역시 탈북자 출신 야당 국회의원 당선자인 태영호 전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이 수술 후에 혼자 서거나 걸을 수 없을 정도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었다.
한국정부 관리들과 지지자들은 김정은이 원산에 건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전용열차의 위치는 실제 거처를 위장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아직도 우리는 그동안 김정은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 지를 알지 못한다.
최근 김정은의 20일간의 잠적을 통해서 우리가 재차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북한의 내막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 까지는. 김정은은 이번 말고도 한번에 2주일 또는 40일간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다. 정보수집 차원에서 볼 때 북한은 침투 불가능한 암흑세계(Black Hole) 라고나 할까. 따라서, 앞으로 김정은이 또 한 번 일정 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안을 부추기는 같은 소동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나은 편이다.
한미 양국은 통신, 신호, 영상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정보망을 동원하여, 북한의 동태를 감시한다. 그러나 기술정보 수단은 원천적 제약 때문에, 이번에 김정은 신변정보를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편, 북한 지도부를 상대로 인적정보(Humint), 즉 스파이를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이 지도부에 대한 비밀을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고, 방첩활동도 철저하기 때문이다.
인적정보는 탈북자들을 통해서 얻는 것이 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실제로 북한생활과 경험에서 얻은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지만, 그들도 탈출 이후의 일들은 정확하게 알수 있는 방도가 없다. 그들이 접수하는 정보는 출처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가 있다.
이번 김정은 잠적기간 중, 나름대로의 의견이나 추측을 제시했던 여러 탈북자들과 한미 북한전문가들도 대부분 헛소리를 했거나, 예측의 과녁에서 크게 빗나갔다. 한미 양국의 유명 매체들도 오보를 되풀이 했다. 전문가나 언론사도 믿기가 어렵게 됐다.
이런 와중에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북한내에 김정은 이상설을 뒷받침 할만한 특이한 변동 상황이 없다는 관찰을 전제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잘한 일이다. 정부 지지자들은 김정은이 건재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들도 추측을 넘어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행히 미국의 트럼프도 김정은에 대한 말을 알쏭달쏭하게 몇 차례 했지만,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리했다. 앞으로 김정은이 또 무엇을 어떻게 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다시 코로나 전염병의 박멸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남북과 세계각국 모두가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해 본다.
<
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