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팝콘을 좋아한다. 다 된 팝콘을 사 먹는 것 보다는 마른 옥수수 알을 구해 집에서 튀겨 먹는다. 프라이 팬이나 중국 웍에 기름을 약간 두른 후 옥수수 알을 적당히 넣은 후 뚜껑을 덮고 불을 지펴 주기만 하면 된다. 열에 옥수수 알들이 익다가 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나다가 잦아지면 다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팝콘이 연루된 에피소드가 있다. 둘째 애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였다. 당시 둘째는 학교 농구 팀에 소속 되어 있었다. 과학고였는데 농구 팀의 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이 농구를 좋아하는 열정 만큼은 여느 다른 학교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그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의 열성도 마찬가지였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각 고등학교의 농구 팀은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Varsity라고 불리는 대표팀, Junior Varsity(JV)라고 불리는 2진, 그리고 9학년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Freshman 팀이 있다. 그리고 이 세 팀들의 시합은 보통 같은 날 열린다. 그러니까 시합이 있는 날이면 보통 오후 늦게 9학년 팀부터 시작해, JV를 거쳐, 대표팀 시합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러한 시합들이 홈게임일 경우 자원 봉사자가 많이 필요했다. 매표소에서 표도 팔고, 경기장 입구에서 표 확인과 프로그램을 나누어 줄 사람들도 필요했다. 또한 9학년과 JV 팀 게임 타임 클락 콘트롤도 자원 봉사자가 맡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임무는 스낵바에서 음식을 파는 일이었다. 입장권 매매 수입은 시합 하는 두 학교가 나누어 가졌지만 스낵바의 수익은 고스란히 모두 홈팀 학교가 챙길 수 있었다. 이렇게 필요한 자원 봉사는 일반적으로 선수 부모들이 돌아 가면서 하는 몫이었다. 자신의 자녀 시합은 물론 관전할 수 있지만 다른 수준의 팀이 시합하는 시간에는 자원 봉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둘째가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4년 간 나도 여러 차례 자원 봉사를 했다.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재미 있으면서도 기술을 요했던 것은 스낵바였다. 거기에서 간단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했는데 팝콘도 그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스낵바에서 팝콘 만드는 것은 집에서 하는 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훨씬 많은 양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팝콘 기계를 사용해야 했는데 나는 그 기계 작동 방법을 배웠어야 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기계 사용에 있어 워낙 서툰 내가 익숙하게 될 때까지에 제법 고통(?)이 수반 되었다.
한 번은 스낵바에서 애들 엄마와 나 이렇게 단 둘이 책임지고 있게 되었다. 그 때 하프타임에 몰려 올 관중들에게 팔 팝콘을 만들다가 그만 나의 부주의로 좀 태우고 말았다. 덕분에 연기가 나기 시작했는데 스낵바의 환기가 제대로 빨리 되지 않았다. 대신 스모크 알람이 울기 시작했다. 그 알람 소리는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체육관 안에서도 들리게 되어 있고 결국 규정에 따라 시합이 중단 되어 모든 선수들과 관중들은 밖으로 대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방차가 달려와 소방대원들이 아무 이상 없음을 확인해 준 후에서야 시합을 재개 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스모크 생성의 주범이 누구라는 것이 밝혀졌음은 물론이다. 대단히 쑥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여러 사람이 위로의 말을 건네었지만 그렇다고 미안함이 가셔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게임을 속개한 후 탄 팝콘을 다 치우고 다시 팝콘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 때 또 태워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게임이 중단되었고 불자동차가 등장했다. 소방대원과의 정말 멋적은 대화를 한 번 더 하고서야 게임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한 게임을 두 번씩이나 중단 시킨 ‘교육위원 아빠’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그 후에 내가 교육위원으로 재임하고 있으니 이 기회에 학교 환기시설을 새로 할 수 있도록 예산 배정을 해 줄 수 없겠느냐는 은근한 로비가 들어 왔음은 물론이다. 그 날의 일은 애들을 키우면서 했던 자원 봉사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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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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