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바라 본 Mt. San Jacinto(10,834’)와 Desert Divide.
남가주의 제2고봉이 자리를 잡고 있는 San Jacinto 산맥과 그 남쪽의 Santa Rosa 산맥의 사이에는 Desert Divide라고 지칭하는 긴 산줄기가 있다. San Jacinto 산맥의 남단 줄기인 셈인데, Coachella Valley의 서쪽에서, 또 Garner Valley의 동쪽에서, 남북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이다. Divide 라는 말은 사막을 동서로 양분하는 산줄기라는 의미 외에도, ‘분수령’이라는 뜻이 있다. 이 산줄기를 중심으로 동과 서로 떨어지는 비나 눈은 그 흐름이 서로 갈린다는 의미이겠다.
이 Desert Divide를 북에서 남으로 종주하는 산행을 하는 매니아들이 있다. 이 경우 보통은 Idyllwild의 Devil’s Slider Trailhead에서 출발하여, Tahquitz - Red Tahquitz - Southwell - Antsell Rock - Apache - Spitler - Palm View - Little Desert - Pyramid Peak의 순으로 산행을 하여 Cedar Springs Trailhead에서 끝낸다. 보통 ‘Desert Divide 9 Peaks’라고 부른다. 등산거리가 약 30.5 마일(48.8 km)이 되어 정규마라톤 거리인 26.2마일(42.195km)보다 길다.
한국의 지리산 종주 코스로서 명성이 있는 ‘화대종주’ - 전남 구례 화엄사 아래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하여 노고단에 오르고, 주능선을 통해 반야봉, 천왕봉을 거쳐 경남의 대원사에 이어 그 아래 버스정류장에 이르는 - 33마일코스와 비교하면, 거리면에서 2.5마일이 짧다. 순등반고도로 보면 Desert Divide가 약9,000’이고, 화대종주가 약 14,173’이니, 이런 관점에서는 지리산 쪽이 훨씬 더 힘들다. 그러나 지리산의 산행은 중간 중간에 물을 구할 수 있어, 별도로 무겁게 많은 물을 지고 다닐 필요가 없슴에 비하여, 이 Desert Divide 산행은 중간에 물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많은 식수를 지고 다녀야 한다. 등산지역이 매우 건조한 사막지역이므로 힘이 더 드는 점도 있다.
또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의 고도가 1,915m 임에 비해, 이 Desert Divide의 9개 봉우리는 최고봉인 Tahquitz Peak은 2,698m(8,846’)가 되고 최남단봉인 Pyramid Peak도 2,145m(7,035’)가 되므로 이 Desert Divide쪽이 평균고도가 훨씬 더 높은 산길이라는 차이도 있다. 이래 저래 여러가지 요소가 서로 달라서 단언하기는 어렵겠으나, 개략적으로 보자면, 무박산행일 경우, Desert Divide쪽이 다소 더 쉬운 산행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이 ‘Desert Divide 9 Peaks’의 산행에서의 맨 남쪽에 있는 봉우리인 ‘Pyramid Peak’ 을 안내한다. Cedar Springs Trail을 이용하여 등산을 하는데, 왕복 7.4마일에 순등반고도는 약 2,000’이다. 그다지 힘든 산행은 아니며 왕복 5시간 내외가 걸린다. 편도 약 1.25마일의 Ridge구간이 PCT와 중첩되는 아름다운 코스이다.
PCT 에서 본 Pyramid Peak.
가는 길
Fwy 60번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Fwy 215번의 South로 갈아탄다. South로 가다가 Ramona Expressway가 나오면 여기서 좌회전하여, 이를 타고 동쪽으로 또 남동쪽으로 가다보면, SR 74(Pines to Palms Hwy)로 연결된다. 여기서 또 좌회전하여 SR74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Hwy 243번과 만나는 곳에 있는 Mountain Center에 닿는다.
여기서 계속 SR74를 동남쪽으로 달려 8.7마일을 더 가면, 왼쪽에 소방서와 ‘Morris Ranch Road’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Morris Ranch Road를 따라 북쪽으로 3.7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Cedar Springs Trail’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철재 게이트가 있다. 이 근처의 도로변 가장자리에 주차한다. Lake Hemet을 지나가야 하며, LA 한인타운에서 약 120마일의 거리가 된다.
정상에서 바라 본 Garner Valley.
등산코스
철재게이트를 통과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닫혀있지만 자물쇠로 잠근 것이 아니므로 게이트를 손으로 열 수 있다. Desert Divide의 중심능선에 도착하는 2.5마일의 등산구간에 이러한 게이트가 3개쯤이 계속 더 나오는데, 요령은 동일하다. 단, 통과한 뒤에는 다시 닫아놓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마도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들의 무단이동을 막으려는 배려일 것이다.
5분 쯤을 가면 왼쪽으로 있는 대형 물탱크를 지나게 된다. 거목으로 운치있게 자라있는 Oak Tree들과 무성한 푸르름을 발산하는 초원이 한적하고도 풍요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오른쪽 뒤로 보이는 피라밋 형태의 산봉우리가 Pyramid Peak이다. 가까워 보이지만 직선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서 편도 3.7마일의 짱짱한 산행이 되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온 금년에는 특히 등산로 주변에 각종 식물들이 무성하여 ‘기화요초’의 면목을 보여준다. 각양각색의 Yucca 식물들이 풍성한 꽃을 듬뿍 듬뿍 피우고 있다. 난초처럼 가느다란 잎줄기들로 된 식물에서 어떻게 저렇게 굵은 꽃대가 솟아오르고 저리도 풍성하게 꽃들을 피우는 것인지 마냥 신기할 뿐이다.
Blue Dicks, Canterbury Bells, Monkey Flower, Apricot Mallow, Phlox 등의 꽃들이 한껏 화사하게 단장을 하고 비장의 꿀과 화분을 간직한 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바람둥이 격인 벌나비들을 상대로 고혹적인 교태를 짓고 있는 모습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사실 이들 식물들은 우리네 인간들을 상대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잉태에 필요한 곤충들을 상대로 아름다움을 펼치고 있는 것인만큼 생각해보면,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미적 감각은 곤충이나 인간이나 또는 식물들 그 자체나 다같이 동등한 것이라고 봐야겠다.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인식하고 이끌리는 미적 감각면에서 인간의 우월성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3,000에 이르는 화용월태의 궁녀들이 평생에 오로지 단 한번이라도 은총을 입기 위해 분단장을 곱게 하고 단 하나뿐인 제왕의 방문을 오매불망하는 그런 정경처럼, 여기 일생에 단 한번 심혈을 다하여 곱게 꾸민 Phlox가, 또 Mallow가, 학수고대 가슴조이며 기다리는 제왕은 다름아닌 저들 곤충이고 벌레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단지 벌레라고 무시하고 징그러워하는 미물이, 저리도 고운 저 꽃들에게는 진시황에 버금가는 제왕이고 빈객인 것이다. 이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이 다 동등하게 귀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역지사지로 다시한번 상기하면서, 맑고 광활한 대자연 속을 걷는 기쁨에 젖는다.
지그재그형으로 오르는 Cedar Springs Trail을 2.5마일을 오르면 Desert Divide의 중심 Ridge에 올라서게 된다. PCT와 만나는 고도 6,750’의 지점이기도 하다. 왼쪽에 있는 Oak Tree의 그늘 아래에 벤치가 있다. 능선에 오르면 항용 반겨주는 시원한 서풍에 땀을 식히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전후좌우로 전망이 넓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PCT를 따라 남행한다. 0.25마일쯤을 가서 오른쪽으로 바위가 섞여있는 약간 불룩한 곳이 Little Desert Peak으로 고도 6,850’ 내외이다. 계속, 등산로인 PCT를 따라 0.75마일을 더 가는데, 약간 내리막 길이 되기도 한다.
바로 앞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가 Pyramid Peak(7,035’)이다. PCT에서 갈라져 오른쪽으로 오르는 짧은 Use Trail을 따라 올라간다. 보통은 Ducks가 있어 오르는 지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정상부는 온통 크고 넓은 너럭바위들이 모여있다. 정상등록부도 있다. 바위 위에 앉거나 서서 사방의 전망을 편히 즐길 수 있다. 남쪽을 향해 서있을 때, 바로 왼쪽 가까이에 있는 바위들이 섞여있는 산이 Pine Mountain(7,054’)이고, 남쪽 정면으로 가까이에 있는 봉우리가 Lion Peak(6,868’)이다.
‘Desert Divide 9 Peaks’의 산행을 함에 있어서 특히 걸음이 빠르고 체력이 뛰어난 사람인 경우에는 이들 2개의 봉우리를 더하여 ‘Desert Divide 11Peaks’의 산행을 하기도 한다. 이 때에는 3.5마일이 늘어나 총 34마일의 산행이 된다. 혹 1박을 하는 종주일 경우에는 Desert Divide의 맨 남쪽에 있는 Ken Point(6,423’)까지 올랐다가, PCT를 따라 남행하여 SR74와 PCT가 교차하는 곳에서 산행을 끝낼 수도 있다. 약 41.5마일의 여정이다.
동쪽으로는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산줄기와 Coachella Valley가 넓게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Thomas Mountain, Lake Hemet와 Garner Valley의 푸르름을 보게 된다. 또 북으로는 Desert Divide의 산줄기와 Mt. San Jacinto의 위용을, 남으로는 Santa Rosa 산맥의 고봉들인 Toro, Santa Rosa, Martinez, Rabbit 등을 한 눈에 잘 볼 수 있다. 전망을 충분히 즐기고,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한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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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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