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미 경제 파장은 실로 컸다. 실업률은 10% 을 훌쩍 넘었고 약 3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것으로 보고됐다. 수출과 내수는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올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외교가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유 무역은 끝났다”고 단정했다. 각국은 중요 물자의 생산기지를 점차 자국으로 옮겨오고 빗장을 걸어 잠글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세계화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 베트남은 모든 아시아인의 주식인 쌀을 중요 전략물자로 선정해 수출을 금지해 버림으로써 소비되는 쌀의 70%를 그들로부터 수입하던 필리핀이 뜬금없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 그래서 북한에서나 있을법한 “밥 반공기 먹기 운동”이 생겨난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각국은 앞으로도 중요 자원을 전략적 차원에서 그들의 무기로 삼을것이다.
다행히 거침없이 확산을 이어가던 코로나 확진은 최근에 회복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4월 27일 신규 확신자는 9,467명이며 사망자는 804명 이다. 바로 전 주일 매일 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것과 비교해 숫자가 많이 줄었다. 그동안 목숨만 살려달라고 매달리던 우리들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이제는 먹고 살 수 있게끔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상대로 윽박지른다. 일부 주에선 셧다운 해제를 촉구하는 시위도 잇따른다. 아직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요구라고 일축하기도 하지만 그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시위의 이유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실직적인 이유는 당장 음식을 구입하고 월세를 낼 돈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상공인과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으며 줄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바이러스 치사율은 5%밖에 안 되지만 돈이 없어 굶어 죽을 확률은 더 크다면서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버는게 낫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있다. 이 셧다운이 해제되면 우리는 그 전과 같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수 있을까?
기업이 도산되고 실업자를 양산시킬수록 국가의 책무는 더욱 막중해진다. 전세계는 불황을 견디기 위해 무한정 돈을 풀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제로금리와 2조달러의 부양 패키지 등 경제를 살리기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 일반 상식선에서 보면 국가가 적정선 이상의 돈을 풀면 그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생기기 마련이다. 베네수엘라가 그 극명한 예 이다. 경제가 황폐해지면서 정부는 부양책의 일환으로 막대한 양의 돈을 찍어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찰나였고 그 후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휴지보다 못하게 돼버렸다.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한 다발의 돈뭉치를 들고 가야할 판이 됐다.
그렇다면 미국의 사정은 어떨까? 일반인이 봤을 때 미국의 경제상황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수출이 한번도 적자가 아닌 해가 없었고 지금은 양적완화인지 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을 내세우며 베네수엘라처럼 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늘 그래왔다. 40년전 30%였던 미 정부의 부채율이 지금은 106%까지 올랐다. 국가가 엄청나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 높은 부채율은 다른 나라 같으면 이미 국가부도라고 할만한 수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플레이션이 일어지 않는다. 달러 가치도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적 위기가 올수록 달러 가치는 더 오르고 모든 나라는 달러 모으기에 집중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은 전세계에서 오직 미국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미국의 달러가 전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즉 석유 등 국제 중요 상품과 국가간의 거래는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하기에 생긴 결과이다.
한 국가의 부도 여부는 그들의 외환보유액 즉 달러를 얼마나 갖고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97년 외환보유액이 39억까지 떨어져 IMF 의 긴급수혈로 간신히 국가부도 사태를 면했지만 그 와중에 중요 산업의 주권을 외국자본에 빼앗긴 뼈아픈 과거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정부가 돈이 모자라면 달러를 찍어내 매우면 된다. 그래도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신기한 나라이다. 미국이 이 세상의 패권국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그나마 중국이 이 패권을 건드려 보려 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비록 최근에 미국이 국제 공조보다 자국 상황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세계는 리더의 공백을 맞았고, 아마도 이번이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첫 사례가 될 것이지만 그래도 세계 경제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은 달러를 갖고있는 한 여전히 변함없어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만큼은 국가부도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맞을것이다. 그리고 옛날같이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지금보다 조금 더 고생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한 국가의 경제 원리는 비 경제학도인 나로서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고 솔직히 뭐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저 우리 일반 서민들은 한달 생활을 유지할수 있는 현금이나 제대로 받고 소상인들은 직원들 월급이라도 제때 줄 수 있게끔 PPP대출이라도 받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내가 신청한 PPP융자는 신청 첫날 후 제때 거래 은행에 제출됐으나 그 순서가 밀려나 아예 접수되지 못했다고 한다. 2차 신청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차라리 동포애를 기대할 수 있는 한국계 은행을 애초부터 쓸 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반성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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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스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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