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 마비되거나 심한 두통…뇌졸중 발생 전 ‘미니 뇌졸중’
증상 곧 없어져도 안심 말고 즉시 큰 병원으로 가 진찰을
▶ 심한 코골이·심방세동 환자는 발병 위험도 높아 더 주의를
발병 후 골든타임은 4.5시간, 치료 빠를수록 복귀 빨라져
‘침묵의 살인자’ 증상과 예방은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이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40대 이하에서도 20%가 발병할 정도로 젊은 환자도 무척 많다.
뇌졸중으로 매년 60만명 정도가 병원 진료를 받는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10%가량이 목숨을 잃어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이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까닭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40~60% 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긴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로 고통 받는 이도 상당수다.
◇뇌졸중 전조 증상 50%가 몰라
뇌졸중은 발생하기 전 경고신호가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이 금방 사라지거나 평소 겪는 증상과 비슷해 놓치기 쉬운 게 문제다.
통계청 자료(2018 시군구별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에 따르면 뇌졸중 전조 증상 인지율은 52.7%에 그쳤다. 특히 ‘미니 뇌졸중(일과성 뇌허혈 발작·뇌혈관이 크게 좁아지거나 막혀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24시간 이내에 다시 흐르는 증상)’은 뇌졸중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경고신호이지만 증상이 곧 사라져 이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뇌졸중 환자의 40%가량이 발병 이전에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다.
뇌졸중 조기 발견의 핵심은 ‘갑자기’에 있다. 갑자기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갑자기 안면이나 반신이 마비되거나,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갑자기 걷기 힘들고 균형 잡기 힘들거나,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심각한 두통이 생기면 뇌졸중을 의심해 즉시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 타임은 4.5시간이다. 이 시간 내에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율이 발병 후 6∼12시간만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나 높아진다. 물론 더 빨리 치료 받을수록 혈전용해제 투여 등 빠른 조치로 일상생활에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미국뇌졸중학회는 뇌졸중을 빨리 알아 병원에 재빨리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FAST’라는 단어로 홍보하고 있다. F(Face drooping)는 안면마비, A(Arm Weakness)는 팔마비, S(Speech difficulty)는 언어장애, T(Time to call 119)는 증상 발생 즉시 119에 전화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는 환자를 편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압박되는 곳을 풀어준다. 또한 폐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구토를 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한 코골이, 뇌졸중 위험 67% 높여
뇌졸중은 잘못될 생활습관 등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섭취하고 저염식을 생활화하며,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 가량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도는 금연 2년 뒤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스스로 관리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 결과, 뇌졸중이 처음 발병한 뒤 2년 이내 25.4%가 우울증으로 진단됐고, 3개월 이내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에 염증과 혈전을 유발해 각종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대기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코골이가 뇌경색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하면 체내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줄고 이로 인해 뇌손상과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코골이가 심하면 뇌졸중 위험이 67%, 심장발작이 34% 더 증가했다.
◇심방세동있다면 항응고제 복용을
심방세동(心房細動·심장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불안정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이나 심부정맥 혈전증처럼 뇌혈관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뇌졸중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이 있으면 혈액이 심방 안에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대동맥을 타고 가장 먼저 머리로 올라가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고령의 심방세동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80대 이상 심방세동 환자는 2014년 2만208명에서 2018년 3만9,896명으로 2배나 늘어나 심방세동이 노인 뇌졸중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다.(대한뇌졸중학회)
이처럼 심방세동·부정맥 등으로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으면 항응고제를 먹을 필요도 있다. 항응고제로는 전통적으로 와파린이 많이 처방됐지만 최근에는 먹는 항응고제(NOAC·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가 많이 쓰인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NOAC와 와파린을 처방 받은 환자를 비교 연구한 결과, 60㎏ 이하 저체중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이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기존에 많이 쓰였던 와파린은 음식이나 다른 약에 영향을 받아 약효를 유지·관리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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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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