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56년 전의 일이다. 고교 중퇴 학력의 한 여성 과학자에 의해서였다. 코비드-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되면서 이 여성 과학자의 휴먼 스토리가 조명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준 알메이다. 당시 34세이던 그녀는 런던의 세인트 토마스병원 의과대학의 연구원이었다. 얼마 전 코비드-19에 감염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바로 그 병원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바이러스의 생생한 이미지를 잡아내는 데 특출한 기술이 있었던 그녀는 이 병원 검사실에서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 때가 1964년. 태양 주위의 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연구팀에 의해 코로나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바이러스의 존재는 다음해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을 통해 처음 발표됐다.
이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숙사의 한 남학생에게서 채취됐다. 플루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보였다. B814라는 라벨을 붙여놓았던 이 균은 그러나 실험실 배양이 되지 않는 등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달랐다. 신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연구팀이 조직 샘플을 알메이다에게 보냈다. 그녀는 전자현미경 작업을 통해 이 세균이 신종임을 확인했다. 인체에서 확인된 첫 코로나바이러스였다.
알메이다는 이보다 앞서 닭의 기관지염과 쥐의 간염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으나 신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영상이 희미한 기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간주했다.
‘BBC라디오 스코틀랜드’에 의하면 글래스고우에서 버스 운전사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가난 때문에 16세에 학교를 중퇴했다. 그후 글래스고우 왕립 의무실에 취업한 그녀는 여기서 현미경으로 조직 샘플을 분석하는 일을 도왔다. 이후 런던으로 옮겨 병원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가 결혼 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그녀는 토론토의 온타리오 암 연구소에 들어가 전자현미경 테크니션으로 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기술은 간단했으나 바이러스학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는 전한다. 그 기술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전자 빔을 검사체에 쏜 후 그 결과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항체를 바이러스에 달라붙게 함으로써 보다 선명한 바이러스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그후 바이러스와 관련된 여러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학력을 중시하지 않았던 신대륙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활동상을 알게 된 세인트 토마스병원에 스카웃돼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여기서 정식으로 의학을 공부하면서 바이러스학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풍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구조를 처음 밝혀낸 것도 그녀였다.
코비드-19뿐 아니라 SARS 등 중증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군은 알메이다에 의해 알려지게 됐지만 이 지구상에 바이러스의 종류는 대체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우주의 별보다 많다고 한다. 미 미생물학회에 따르면 포유류에 있는 바이러스만 32만여 종, 5만여 종에 이르는 척추동물에 있는 바이러스 종류는 100만종이 넘는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에도 기생하지만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을 제외한 지구상의 동식물 종류는 대략 170만여 종. 여기에 1억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거기다 바다에는 10의 31제곱이 넘는 바이러스가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산한다.
이쯤 되면 바이러스의 종류를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구는 바이러스의 나라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을 때 또 어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재앙이 될 지 알 수 없다. 이번 코비드-19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알메이다 이야기로 돌아가면 고교 중퇴생 검사실 테크니션이었던 그녀는 그 후 바이러스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55세에 조기 은퇴했다. 그 후에는 요가 강사와 골동품 전문가로 변신했다. 과학계에서 바닥에서부터 올라갔던 그녀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어디서나 활력 바이러스를 전파하던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인생 2모작도 훌륭하게 경작해 요가 클래스도 여러 곳에 열만큼 성공적이었다. 특히 차이나 복원 기술도 습득해 골동품 전문가가 됐다고 한다.
그녀 세대의 스코틀랜드 출신 과학자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녀는 77세의 나이로 지난 200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사후 13년 뒤, 그녀가 세인트 토마스병원 검사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았던 왕관 모양의 그 바이러스 군이 세상을 이렇게 뒤집어놓을 줄은 미처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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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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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밑에 f9only 때문 잠깐 흥분했는데 안상호 위원님글 유용하게 잘 읽었읍니다. 알고보니 준 알메이다씨는 참 대단한 분이군요. 존경합니다.
f9only 당신은 뇌 구조가 좀 이상한것같애. 자꾸만 코로나 사태를 중국이 야기시켰다는 쪽으로 믿고 싶은 모양인데 유튜브 좀 그만 보고 제대로 된 뉴스를 봐. 그럼 옛날 흑사병 페스트도 그리고 사스 메르스 다 한 나라가 유전자 조작해서 배포했냐? 그리고 코로나가 이미 56년전에 발견됬는데 그때부터 중국이 시작한거고?
이번 우한바이러스가 인공적인 교배가 아니면 존재할수 없는 유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뉴스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생물무기화를 초장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케이스에 대하여 철저하게 추적,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공화당이 알아야 될 과학이고 전문인의 전문적인 진실 사실 현실 이군요, 그런데 차이나에서 만들고 퍼트리고 왔다고 중국을 고발한 공화당 주 도있으니 미국인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고 항상 지가 제일 잘 낫고 자기만 옳고 똑똑하고....참 대단한지라.....ㅉ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