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집권 첫 해, 전임 부시 시절 개발된 대통령 행정명령이 성문화되었다. ‘행정명령 13527:생물학적 공격에 따른 의료대책’은 이렇게 명시한다 : “미 우정공사(United States Postal Service)의 업무는 재난 발생 시 우정공사 고유의 인프라 효율성을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항균제를 배달하도록 자원 우체부를 배치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공격을 당했을 때 백신이나 해독제를 미 전국 주민들에게 배달하도록 우체부를 최전선에 투입하는 이 ‘우편 플랜’은 9.11 테러 이후 업데이트된 필수대처의 한 부분이다. 2004년 부시 행정부는 이 플랜의 효과 입증을 위해 21개 도시에서 실험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편서비스만이 미 전국 모든 지역에서 가가호호 방문으로 자가 치료용 의료대책을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편서비스는 핵전쟁 발발 후 사망자 추적과 생존자 이송 등 ‘최후의 날’ 대처 계획에서 늘 한 역할을 담당해왔고, 생물학적 공격은 아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도 이 ‘우편 플랜’ 활용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코비드-19 백신이 개발된다면 미국인들은 백신 전달을 위해 문을 두드릴 사람이 누구인 줄 알면 놀랄 것이다 :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할 우체부다…백신 개발은 멀었지만 지금부터 우체부에게 좀 더 나이스해도 좋을 것”이라고 테크놀로지 잡지 ‘와이어드’는 재앙 발생 시 우편서비스의 ‘놀라운 역할’에 대해 전하고 있다.
이런 특수 역할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 대피령의 시대에 새삼 고마워지는 것이 우편배달 서비스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과 민간 택배회사의 높은 요금이 부담스러운 소상인들, 농촌과 외딴 지역 거주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우편을 통해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받는 노인들에게 우편서비스는 생명선과 다름없다.
미국의 우편서비스가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단 위험에 처했다. 세금 아닌 자체 수입으로 운영되는 국영기업 우정공사의 재정난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10여년간 손실을 기록해왔다.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경쟁에서 밀리며 우편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2001년 1,036억통으로 정점을 찍었던 1종 우편 물량이 지난해엔 549억통으로 줄어들었다. 종업원 60여만명 거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미래 퇴직자 건강보험료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선불 적립하도록 규정한 2006년의 우편 책임법 등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까지 얹히면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지 오래다.
그러나 2024년에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되었던 우정공사의 예상파산이 가속화되어 “이르면 금년 6월~9월에 우편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타격 때문이다. 우편물량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거의 3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
4월초 메건 브레넌 우정공사 총재가 연방하원에 재정위기 상황을 브리핑한 후 구제책을 모색한 의회는 경기부양안에 130억달러 우정공사 보조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트럼프가 경기부양안에 우정공사 보조금이 포함될 경우 거부권을 위협, 결국 100억달러 융자로 바뀌었다.
보수파들은 지난 몇 년 우편서비스 민영화를 압박해왔으며 보다 최근의 위협은 트럼프의 개인적 적대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한다. 정적으로 간주하는 워싱턴포스트 사주 제프 베조스 소유의 아마존과 우정공사가 값싼 배달요금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자신이 구성한 우정공사 재무점검 전담팀에서 아마존과의 배달계약이 우정공사의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왔어도 트럼프의 적대감은 구제 자체를 반대할 정도로 여전하다.
금년 여름의 우편서비스 중단은 막았지만 수백억 달러 빚더미를 안고 있는 우정공사 위기에 이번 융자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편서비스 지속을 위해선 보다 넉넉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지원은 근본적 구조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개인적 적대감을 접어둔다면 구조 재조직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지적도 맞는 말이다. 경영 효율과 사업 현대화를 위한 개혁은, 우정공사에게 자구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허용하는 등 의회의 관련 대책 입법화에서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우정공사를 더 흔들 때가 아니다. “팬데믹 용어로 표현하자면 많은 기저질환이 있는데 더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중태에 빠진” 우편서비스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약품과 생필품 우편배달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고 금년엔 대선 투표와 센서스로 우편서비스의 역할이 한층 막중해졌다.
만약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경고대로 올 겨울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으로 재 확산됐는데, 우편배달이 없어지면 어떻게 의약품을 받을 것인지…수많은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해지고 있다.
4월9일 발표된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우체국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는 91%로 압도적이다. 연방기관 중 최고다. 대선의 해, 그것도 국가 비상사태의 한 복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부 서비스를 없애려는 정치인은 없다는 워싱턴의 속성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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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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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같은 싸이즈 박스 하나 보내는데 UPS /FEDEX 는 우정국에 2.5배 가격을 받는다. 민영화 하려면 트럼프 위원장 골프치러 갈때 경호비용, 비행기 사용료등을 자가 부담 하는것이 서로 공평한것 같은데.
USPS 를 이윤을 남겨야하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이 잘못이다. USPS 는 국영 기관이다. 업체가 아니고. 국세청이 이윤 남기냐 아니면 DMV 가 이윤 남기냐? 그들은 이윤을 남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USPS 도 똑같이 보면 된다. 하여간 트럼프 지 한번 골프칠때마다 백만불 넘게 혈세를 쓰면서 우체국에 지원은 아깝지.
박록고문 한국일보 체면 살리셨네요 여기 논설위원들 정말 수준떨어지는데 좋은글 잘읽었어요
우정공사가 철밥통들의 복마전이 된지 수십년이 되었습니다. 계속 올라가는 우표값은 아무도 못말리고... 성심성의껏 일하는 직원들도 있으나 상당수가 고객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민영화가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일 것입니다. 자유경쟁을 시켜서 거듭나든지 아니면 도태되든지... 특기할 점은 이렇게 썩어가는 기관들의 내부에는 항상 특정 인종들이 웅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주의료원 없앤 사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