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제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 오시는고. 이은상 선생님의 시에 홍난파 선생님의 곡, 한국 근대사의 두 거목이 합작한 이 가곡은 누구나의 가슴속에서 봄이 오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이다. 임 찾아 가-는 길에/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미안코 어리석은양/나가 물어-볼까나. 곡은 신록의 푸르름속에서 화려하게 피는 꽃들과 새들의 지저귐 그 자연의 축제에 반갑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인류가 맞는 2020년의 봄은 사뭇 다르다. 봄처녀는 인간을 초대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장 원시적이고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를 대표 전사로 내세웠다. 전쟁시작 전에 생태계의 모든 동식물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현재 인간들이 일으킨 제6차대량멸종시대의 시작은 인류세로 인간이 원인이다. 많은 생명종들의 멸종이 이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일은 어머니 지구는 기후변화라는 열병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인간은 개의치 않는다. 인류세 멸종위기속에 자신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인류는 어떤 몹쓸 중독병에 걸린 환자임이 분명하다. 인간을 이대로 둔다면 지구의 열병은 더 심해지고 우리들의 서식지가 없어지고 점점 확대되는 산불로 모두가 타 죽을 수도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없는 지구가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전기가 끊어질것이고 모든 도시의 지하철과 하수도 등 지하시설들에 물이 차게 되고 그 물이 도로로 올라오면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금이 가고 그 틈새로 박테리아 등 부패 미생물들이 열심히 인간의 구조물들을 망가뜨리면서 빈 빌딩안에서 나무들이 자라고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등의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한국의 롯데월드도 넘어지거나 동식물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번식하고 자라게 될 것이다.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열심히 빨아들여 산소를 만들어 내면서 지구는 식어가고 결국 그전의 다양한 생명종들이 살기 편한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 신나는 일이다. 그들만 없으면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바이러스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너에게 우리 모두의 희망이 걸려있어. 이번에는 인간들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인간을 없애보자.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모두가 죽어. 그리고 지구도 병상에서 일어날 기회가 없어져.”
현재로는 바이러스가 이기고 있다. 증식폭탄이 그들의 무기이다. 사람들은 쓰러지고 시체들이 그 자신들이 코뿔만 자르고 버린 코뿔소 시체처럼 쌓이고 뉴욕의 병원 뒷문으로는 바이러스 사망자의 시체를 운반하려는 냉동 트럭이 도살장에서 막 죽인 소 운반 냉동 트럭처럼 줄 서 있다.
인간의 방어 무기는 소박하다.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 그리고 방콕전략이다. 동식물들은 바란다. 인간들이 마스크를 쓰는 답답함으로 갖은 잔혹함을 당하고도 목소리가 없어서 말 못했던 자신들의 한을 조금은 느껴보길. 바이러스가 무서워 방콕하면서 자신들이 숲속의 굴속에서 벌목군들의 트럭 엔진 소리와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떨었는 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기를.
인류의 역사에서 이런 집단적인 멈춤이 있었던가? 거리엔 자동차가 없고 가게에 넘쳐나던 물건도 없고 공장 굴뚝에 연기도 없다. 그리고 하늘은 맑아졌고 물도 맑아졌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다 보니 자신과의 거리는 가까와졌다. 늘 밖에서 손님과 밥을 먹어야 했던 비즈니스맨은 집에서 삼식이가 되어 건강을 찾고, 강제적인 병가이지만 스트레스로 쌓였던 몸이 기지개를 편다. 자연의 리듬과 엇갈리던 불면이 숙면으로 돌아선다.
새로운 사랑의 방법도 배웠다. 가까이 가지 않는 것, 상대와의 거리를 지켜주는 것이 사랑이고 또 나와 상대를 같이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똑 같은 방법을 자연에게도 적용했더라면 이런 위기를 맞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리가 자연과의 거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자연이 말없다고 해서 짓밟지 말고 그들의 물리적 공간도 확보해 주고 그들과 우리와의 거리도 지키자. 이 전쟁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말없는 자연이 인간에게 하는 간절한 외침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외침이 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들의 생존의 위협을 알리는 경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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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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