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처음 만나는 한국인들 사이에 거의 맨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마 나이 차이 가늠일지 모른다. 그래야 상대방을 어떻게 부르고 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호칭 예절이 어긋나면 불쾌해지기 쉬운 게 우리의 문화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직접 나이를 묻기는 힘드니 종종 학교를 언제 다녔는지 등을 통해 가늠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학번이 나오고 어떤 선, 후배를 안다는 등의 얘기를 통해 서로 간의 서열(?)이 정해지기도 한다. 일단 그렇게 서열이 정해지면 그에 얼 맞는 호칭도 따라붙는다.
그런데 적절한 호칭 사용이 항상 쉽지 만은 않다. 지인의 얘기이다. 평소에 동생처럼 대하고 지내던 사람의 여동생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니 자기 보고 ‘형’ 이라고 부르던 ‘동생’ 이 졸지에 손위 처남이 되게 된 것이다. ‘형’과 ‘동생’의 위치가 뒤바뀌게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결혼 전에 미래의 손위 처남에게 다짐을 해 두었다. 결혼했다고 해서 절대로 자기가 동생(너)에게 ‘형님’ 이라고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에 대한 동의를 확실히 받아두고서야 결혼을 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손위 처남이 매제에게 결혼 전 처럼 계속 ‘형’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다.
우리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호칭처럼 두 사람의 관계에 따라 다른 문화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친척 사이에서도 다양하다. 형, 누나, 언니, 오빠, 큰 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 조카, 조카 며느리, 손자, 손자 며느리,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서방님, 아가씨, 올케, 동서, 당숙, 시아주버니, 시동생, 사돈, 장인, 며느리, 사위, 매제, 매형, 형수, 제수,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 셀 수 없을 듯하다. 그리고 적절한 호칭 사용은 이렇게 가족이나 친척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 생활에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호칭 사용에도 변화가 있다. 문화가 변하듯이 문화의 일부인 호칭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생활과 사고의 변화로부터 기인하는데 제 때 감지 못하면 불화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면 변화의 이유도 그러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변화되는 호칭에 관한 참고 자료를 작년 말 한국의 국립국어원이 발행했다.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라는 이 자료는 표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 관계를 가로 막는 작은 담들 헐기를 희망” 하고 “우리 사회가 불러서 기분 좋고, 불려서 행복한 소통의 세계로 진입하는데 꼭 필요한 기본 인식을 전하고자” 했다. 덧붙여 “한 가지 정답 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자료에 나오는 몇 가지 예를 소개한다.
• 형의 아내는 기본적으로 ‘형수님’으로 불러야 하지만 나 보다 나이가 어리고 양해가 되었다면 ‘형수’라고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오빠의 아내 역시 나보다 어리다면 ‘올케’로 부를 수 있다. 반면 동생의 배우자가 나 보다 나이가 많다면 ‘제수’, ‘매부’, ‘올케’ 등에 ‘님’을 붙여도 된다.
• 아버지 쪽을 ‘친가’ 그리고 어머니 쪽을 ‘외가’ 라고 부르던 전통이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요즈음은 ‘친가’ 보다 ‘외가’와 더 친밀하게 관계를 형성하는 가정들이 많아 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 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 예전에는 직장에서 아래 직원을 ‘ㅇ 군’, ‘ㅇ 양’, ‘미스터 ㅇ’, ‘미스 ㅇ’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상호 존중이나 평등 관계를 중시 하는 오늘날의 분위기에 맞지 않고, 성별이나 결혼 여부 등의 개인적 정보가 담기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비판이 끊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ㅇㅇㅇ 씨’ 또는 ‘ㅇ 직함 이름’으로 부르는 게 부하 직원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최근에는 ‘씨’ 대신 ‘님’을 붙이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의 웹사이트(www.korean.go.kr)에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는 이 자료를 모두 한 번 살펴 보기를 권한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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