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인류의 재난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모든 경제와 사회활동이 봉쇄당하고 평소 일상적으로 다니던 많은 곳을 못 가게 되었으며 찾아야 할 사람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편히 보지 못 하는,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렸다.
나또한 지난 3개월동안 세금보고 시즌이라 일분 일초를 아끼며 눈코뜰 새 없이 지내다가 바이러스 사태로 고객들이 방문을 꺼리고 세금보고 마감이 3개월 연장되는 바람에 마치 전속력으로 달리던 기관차가 급브레이크가 걸려 멈춰져버린듯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사업 고객들이 거의 모두 문을 닫아버려 지난달 중순까지 쉴새없이 울리던 전화가 갑자기 단절되었고 많은 고객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운영난과 혹독한 자금난에 고통받으며 시달리고 계신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악몽이 되어버린 이 인류의 재앙으로 앞으로 우리의 삶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잃고있다. 이제 당분간 반가운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났어도 함부로 악수나 포옹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사태가 끝나도 한동안 쇼핑몰이나 성업중인 식당, 관광지 등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갈 때는 무언가 꺼림직할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먹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수퍼마켓도 문턱이 높아지고, 삶이 바빠지면서 점심시간이나 주말 저녁에 외식하는 것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제한된 투고 음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인간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상용품 사재기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당분간 실종되었다. 한국도 편하게 방문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매일 새벽에 동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며 건강 유지의 초석을 삼곤 했는데 요즘 운동 부족으로 몸이 너무 무거워졌다. 골프는 꿈도 못 꾸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을 폐업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처럼 최악의 상태이다. 당장 살아가야할 일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듯 잃는 것이 있었다면, 얻은 것도 많이 있다.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위생관념이 철저해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자각하게 되었다. 가야할 곳이 없으니 되도록 집에만 있게 되고, 떠난 자식들도 들어와서 같이 기거하며 서로 위로하고 챙기게 되었다. 가끔 엄마들이 가족들 취사 챙기느라 귀찮아 한다는 얘기도 들리나 성장한 자녀들과 함께 오랜만에 기거하며 생활을 하게된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부부간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삶이 무척 단순해졌다. 무언가에 쫒기듯 정신없이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자기성찰과 반강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잠시 멀리해야 하는 이 시점에 이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또 어떻게 행복을 추구해야 할지 다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인간애가 따뜻해져간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도 더욱 반갑게 인사하게 되고, 전화나 이메일, 카톡 등으로 누군가와 소통할때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건강과 안부부터 묻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한 인간성과 미덕이 다시 소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에 출퇴근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할 때, 하루가 다르게 혼잡해지는 지긋지긋한 교통지옥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속도로에 차가 줄어들었다. 베이 어느지역을 어느시간에 달려도 70마일 이상으로 무한대 질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30-40 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다. (30년전 베이지역 인구가 4백만이었는데 지금은 8백만을 넘어버렸다) 바이러스 신드롬이 일시적으로 선사해준 가장 반가운 선물이다.
공해도 줄어들어 요즘 북가주 하늘과 공기가 무척 깔끔하고 청정해졌다. 낮에 순백색의 구름이나 맑은 하늘을 바라보거나 밤에 총총한 별들을 올려다 보노라면 이렇게 맑은 공기에 어떻게 바이러스가 성행할까 의문이 들 정도다.
3-4월달에 비가 종종 내리니 어느 분이 바이러스가 모두 씻겨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신게 기억난다. 우리 모두의 소망이었으리라. 집안에 있기 답답하니 동네 주변이나 트레일을 걷는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니 하루 생활이 집과 직장 등을 정신없이 오고 가는 메마른 일상이었는데, 가까운데서도 얼마든지 삶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봄이 되고 최근에 비가 자주와서 그런지 산책을 하노라면 동네 집들의 정원과 야외 꽃들이 무척 화사하고 형형색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 다소 움츠렸던 마음에 순간적으로 생기를 돌게 해준다.
이런 극한 상태에서 심신이 위축되거나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삶을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한다고 본다. 이 어려움을 서로가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우리 모두 합심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리라. 마치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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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형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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