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총선거 일자가 4월 15일로 박두했다. 그런데도 선거운동이 전개되는 정치판은 점점 더 혼미 일색이다. 20대 국회는 지난 4년 동안 상정된 2천 여건의 법안들 가운데 겨우 10분의 1 정도만 처리했을 뿐이다. 그동안 국회는 할 일을 하지 않고 막대한 국고금만 탕진하며 직무 유기, 근무 태만이 드러난 셈이다. 국회가 허구한 날 당파싸움, 고소고발, 정회, 휴회, 장외불법 집회, 농성궐기 투쟁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정치판은 낡은 논리에 집착한 좌우이념 대립으로 무기력한 대북협상력을 빚어냈다. 북한이 무례한 성명이나 논평 하나만 발표해도 설설 기며 탈북동포들이나 체포된 간첩을 조사도 없이 되돌려 보내는 나약하고 비겁한 정부를 만들었다. 국회의 합의도출 외면, 반의회주의 운영은 결국 일본의 노골적인 경제침략, ‘화이트리스트 제명조치’ 앞에서도 네 탓 내 탓의 창피한 여야 싸움질을 연출했다.
이번 국회가 저질러놓은 이 더러운 갖가지 기록들을 반추해 보면 아무도 반성조차 없는 국민 태도 무시에 혐오감이 일어날 지경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민보건, 경제분야, 국민정서를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국가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국민은 생활안정, 자녀들 교육 정상화, 인간관계 원상회복, 공동체 운영 질서 변화 여부 등으로 심각한 심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의 판도를 가늠하는 총선거야말로 당연히 좌절하고 있는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도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번 총선거 분위기는 오히려 깊은 절망과 낙담만을 안겨주고 있다. 거대 양당의 싸움판 족쇄를 풀자며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하더니 그러고 나서 무슨 광경이 연출되었나.
꼼수로 연동형 비례제를 악용하여 변칙 위성정당들을 양산하는 등 도깨비 기만극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요령껏 법망을 피해 득표 그물질만 하자는 뻔뻔한 마각을 드러내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는 지역정당도 없이 비례대표만 건져올리자는 정당도 등장했다. 별의별 이름을 붙인 정당들이 등장하고 어떤 당은 여성지구당 위원장 숫자를 채워 국고금 8억 9,000만 원을 챙겨 가기도 했다.
그래도 혹시나 뭔가를 기대하며 유권자들이 48cm의 긴 줄 투표용지를 들고 2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세정제에 손을 씻고 들어가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이 현실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당하고 있는 비극이자 코미디가 아닌가.
팬데믹 상황 하의 총선거에서 정치인들의 진지함과 상황 극복을 위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당이나 후보들의 공약에도 개인의 정치적 탐욕에 눈멀어 득표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지방자치단체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할 일과 국회의원의 업무를 구분 못한 무분별한 공약들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팬데믹 상태에서 재외동포 투표권이 반이상 박탈됐는데도 관심조차 없는 건지 이에 대한 국가적 보완책이나 향후 대책을 제시하는 자도 없다. 국제적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 의료진의 노고와 희생, 빛나는 성과에 대한 격려와 보상대책은 거의 거론조차 안 되는 것 같다.
14세기 중반부터 16세기에 걸친 유럽의 르네상스(문예부흥)는 1억 명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 재앙이 시발점이었다. 오늘날의 팬데믹처럼 전 인류가 함께 겪은 재앙으로부터 얻어 낸 공동 문화적 정신혁명이었을까. 르네상스는 인간의 새 문화, 새 질서에 대한 욕구가 가져온 진화의 동기부여가 됐었다. 4세기 로마 멸망을 기점으로 야만시대, 암흑시대를 딛고 일어서자는 인류의 욕망이 발현되었던 것이다. 신 중심의 왕조 문화를 배격하고 인간 중심의 민주사회 평등주의가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그리고 몽테스키 외, 루소 등등이 주인공들이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벌써 인류의 새 문화 창조를 주장하는 기운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의 오지, 챠드 공화국의 ‘아름다운 문인’이란 칭호를 가진 무스타파 달렙 씨가 코로나 팬데믹을 전 인류의 공동 극복 과제로 규정하면서 26개 항목에 달하는 새로운 세계 풍토 창조 방안을 내놓아 이미 전 세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우리 한국도 총선거를 계기로 정치인들이 한 차원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코로나 이후의 정신문화 혁명을 마련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과감히 민족의 새 지평을 여는 호기로 만드는 슬기가 발휘된다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지금 선거전을 치르는 정치판은 당의 공천 파동, 내재된 지역감정, 정당별 이합집산 등의 파열음으로 안타까운 소용돌이 정국이 전망된다. 한편으로 허영에 매달려 이당 저당 정치 사기꾼들과 부화뇌동, 방황하는 일부 국민들도 한층 차원 높은 국가관을 가질 것을 간곡하게 고언 드린다. 이번 총선거 승패는 정치혼란으로 의미를 부여할 가치조차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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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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