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20대 코로나 환자 사망 계기 주목
젊은층은 경증으로 지나가지만 일부 면역 과잉으로 장기 손상땐 10·20대도 높은 사망률 가능성
▶ 노인은 면역반응 조절 더 어려워, 폐·심장·신장 등 정상조직 공격…다발성 장기부전 사망률 높아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17세 고교생 A군이 입원했던 영남대병원 응급실에서 20일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연합]
지난 18일 대구에서 폐렴 증세로 숨진 고교생 A군(17), 인공호흡기로 기계호흡 중인 중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B씨(26). 건강한 젊은층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경증으로 지나간다. 하지만 A군과 B씨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면역학적 폭풍’이라고 불리는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Storm)이 주목받고 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0일 B씨에 대해 “사이토카인 스톰(물질) 분비가 과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 사이토카인 스톰은 젊은 연령대 환자에서 매우 드물지만 20대도 0.2%의 사망률을 보인다.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해 “코로나19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사스·메르스에서도 있었다”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면역계·백혈구 세포들의 일부가 너무 열심히 싸워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몸이 콩팥이나 간·골수·폐 등을 다치는 증후군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을 일으킨다”며 “코로나19에 한정된 게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도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종류가 많은데 이들의 궁극적 역할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염증반응은 체내로 침입한 병원체를 없애기 위한 일련의 다양한 체내 현상(병원체를 죽이기 위한 발열 반응, 감염 부위에 면역세포가 모여들어 부어오르는 현상, 면역세포의 수월한 통행을 위한 혈관확장 등)을 일으킨다.
원래 염증반응은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반응인데 체내에서 조절이 되지 않아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면 분비된 다량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시상하부를 자극해 42도의 고열을 일으킨다.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섭씨 40도 이상에서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 정상세포가 면역세포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 독감 때 엄청난 사망률은 이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신체조직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생긴 2차 피해가 컸다. 조류독감(H5N1), 에볼라에서도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에 높은 사망률이 나타났다.
최근 저명 의학지 ‘랜싯’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주요 사망원인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인한 호흡부전, 과도한 염증증후군인 ‘2차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sHLH) 등이다. 성인에서 sHLH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사이토카인 폭풍과 관련이 있다. 패혈증 사례의 3.7~4.3%에서 발생한다.
sHLH는 끊임없는 발열, 혈구감소증, 고페리틴혈증, 폐 침범(ARDS 포함) 환자의 50%가량에서 발생한다. 중국 우한에서 150건의 확인된 코로나19 환자 사례 연구에서 사망자의 혈중 페리틴(세포 안에 저장된 철의 일차 형태) 수치는 평균 1,298ng/㎖로 생존자(평균 614ng/㎖)보다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에 의한 과염증이 사망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모든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과염증 여부를 검사하고 면역억제가 사망률을 개선할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의료진들은 사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대부분은 내 몸에 도움이 안 되는 면역반응이 많이 일어나는 ‘사이토카인 스톰(폭풍)’으로 폐·심장·신장·간 등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다며 실제로 젊은층보다는 노인에게서는 매우 흔한 사망원인이라고 말한다.
방지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총괄간사(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이토카인 스톰, 즉 과도한 면역염증반응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토카인 스톰이 젊은 층의 전유물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은 병명·진단명이 아니라서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숨진 경우도 사이토카인 스톰이 실질적인 사망원인인 경우가 많다. 여러 장기 중 폐만 심하게 망가뜨렸다는 점만 다발성 장기부전과 다를 뿐이다. 심한 외상·화상으로 사망할 경우에도 사이토카인 스톰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한편 18일 대구에서 중증 폐렴으로 숨진 고교생 정모(17)군의 사인과 관련해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폐엽 부분에 세균성 폐렴에서 흔히 보는 소견이 있었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중증 폐렴으로 사망했고 사이토카인 스톰으로 전신 장기가 망가지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바이러스성 폐렴이었는데 세균성 폐렴이 뒤따라왔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군 부모가 24일 공개한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면 기관지 아래 폐 뒤쪽과 가장자리에 병변이 보인다. CT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9시께 영남대병원에서 찍었으며 당시 정군의 체온은 40도를 넘었다. 백혈구 수치는 16일 오전10시32분까지 7.74로 정상 범위였고 오후6시58분 11.55로 올라갔다. 백혈구 수치는 세균성 폐렴일 경우 올라가며 바이러스성 폐렴은 그렇지 않다.
부검을 했더라면 좀더 확실하게 사인이 규명됐겠지만 정군의 부모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현장 의료진, 의학계와 달리 정군의 코로나19 검사결과(음성 또는 양성)에만 관심이 있다. 의학적 차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게 명확한 결론을 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폐렴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해 급성호흡부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급성호흡부전은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상태다. 사망에 이르는 폐렴 환자 대부분이 겪는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몸의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둔해지는 증상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고교생의 증상이 일반적인 폐렴보다 빠르게 진행됐던 것은 맞지만 아주 예외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중증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해 입원을 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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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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