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별다른 증상 없이 찾아와, 환자 60%가 3기 이후에 진단…초기라면 복강경 수술로 대처
▶ 환자 맞춤형 치료법이 중요, 면역관문억제제도 효과적…탈모 등 부작용 없는 것도 이점
서동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치료가 까다로운 난소암도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나와 치료 옵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35세 여성인 이모씨는 올해 초 ‘웨딩 검진’이라 부르는 산전 검사를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늦은 결혼인 만큼 임신ㆍ출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진 결과 예상치도 못했던 난소암이 확인됐다. 당황하고 두려웠지만 다행히 초기 난소암이라 복강경 수술을 받고 점점 회복하고 있다.
서동훈(43)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난소암ㆍ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생식기관에 발생하는 여성암)에 대해 들었다. 서 교수는 “난소암은 5년 생존율이 가장 많이 진단되는 3기일 때에는 40%밖에 되지 않는 등 부인암 가운데 가장 ‘독한’ 암이지만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나와 치료 옵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부인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나.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같은 부인암에 걸린 환자는 공포와 함께 여성으로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심리적 위축까지 견뎌야 한다. 난소와 자궁은 여성성과 직결되기에 환자가 특히 힘들어한다. 이러한 여성암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좋다. 조기 발견이 완치와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질과 맞닿은 자궁 입구가 자궁경부이고 그리고 자궁 안쪽이 자궁내막이다. 자궁경부암은 성교 후 질 출혈, 자궁내막암은 규칙적 생리 이외의 비정상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비교적 초기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세포검사가 선별 검사로 잘 확립돼 있어 대부분 조기 진단된다.
반면 난소암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환자의 60% 정도가 암이 전이된 3기 이후에 진단된다. 난소가 골반 깊은 곳에 있어 종양이 커져 골반 밖으로 퍼질 때까지 별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이 지나 복강 내에 암이 퍼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85%가 재발할 정도여서 5년 생존율은 3기는 40%, 4기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자궁경부암은 발병 원인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예방 백신이 개발돼 백신을 맞고 정기적으로 검진하면 발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10세 이전에 백신을 맞으면 고위험 HPV 바이러스 감염을 99%까지 막을 수 있다. 또한 자궁경부암은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만 12세 여자 어린이는 무료로 예방 접종할 수 있다. 반면 비교적 늦게 발견되는 난소암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고 다른 효과적인 예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난소암 예방을 위해 난소를 제거했는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력(유전성 난소암과 유방암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으로 인해 예방적으로 유방절제술과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았다. 앤젤리나 졸리의 할머니, 어머니, 이모 모두 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난소암 중 가장 흔한 상피성 난소암은 25% 정도가 유전적인 원인 때문에 생긴다. 유전적 원인 중 절반가량은 ‘BRCA 유전자(Breast Cancer gene) 돌연변이’ 때문이다.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한 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명해졌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수술로 난소를 제거하면 난소암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치료에도 중요하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때 항암 치료 후 표적치료제를 쓰면 재발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무진행 생존율)이 4배가량 늘어난다. 백금 민감성 재발 난소암 환자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림파자, 제줄라)를 쓰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 치료를 위해 난소암 환자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
-난소암 수술은 어떻게 하는가.
“난소암은 암이 퍼진 부위를 수술로 최대한 제거해 완치하는 것이 목표다. 복막 전이가 된 뒤에야 병원을 찾을 때가 많기에 개복수술을 주로 하지만 초기라면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ㆍ자궁내막암은 로봇수술로 더 정교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암세포 유형과 병기(病期), 환자 컨디션에 따라 치료법을 정하는 만큼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치료 후에도 전이ㆍ재발이 잦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는 어떤 메커니즘인가.
“부인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치료제로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이 대표적이다. 진행성 재발성 자궁경부암과 난소암에서 주로 사용돼 재발을 늦추고 생존율을 높인다. 가장 많이 쓰이는 면역치료제는 면역관문억제제다. 암세포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제어하고 공격을 피하면서 생존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를 무력화하고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인다. 진행성 재발성 자궁경부암ㆍ난소암ㆍ자궁체부암에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 탈모 같은 부작용이 없어 약을 복용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여성으로서는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한 뒤 생기는 상실감도 상당한데.
“물론이다. 때로는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아프다. 마음의 상처는 약도 바를 수 없고, 남의 눈에 띄어 위로를 받을 수도 없으니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할 슬픔이다. 자궁이나 난소를 적출한 환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부인암을 치료할 때는 그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힘듦에 공감하는 것도 하나의 치료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다음치료를 견뎌 낼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인암의 진단시점, 치료시점, 완치시점, 재발시점 등 각 단계마다 심리상태와 고통이 달라 환자 예후에 맞게 고민하고 필요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의료진의 혜안도 중요하다고 본다.
부인암은 비록 오랫동안 치료해야 하는 암일 수 있다. 하지만 수술과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암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부인암이라고 해서 더 이상 부인만의 암이 아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에게서도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이 늘어나고 있어 산부인과 방문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평생을 함께하는 여성 건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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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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