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아가씨와 나눈 대화이다. 그 아가씨는 요즘 연애 중이다. 그리고 연애 초반에는 매일 보고 싶어도 ‘밀당’을 해야 한다는 등 한창 좋은 때이구나 하는 생각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절로 들도록 들떠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요즈음 연애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궁금해서 그 아가씨를 잘 아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래도 남자가 집 앞으로 찾아오면 보지 않겠어요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그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한국 가곡이 있었다. ‘그 집 앞’ 이었다.
현제명 작곡, 이은상 작시의 ‘그 집 앞’은 나도 참 많이 불렀다. 때때로 어느 집 앞을 오고 가며 부르기도 했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 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연애를 하고 있는 그 아가씨에게 남자 친구에게 혹시 ‘그 집 앞’ 이라는 한국 가곡을 아느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만약에 모른다면 유튜브에 들어가 찾아 들어 보고 가사의 뜻도 찬찬히 음미해 보라고 내가 그러더라 전하라고 얘기 했다. 그랬더니 이 아가씨가 그러겠다고 하면서도 고개를 약간 갸우뚱 하는게 아닌가. 어떻게 그런 가곡이 있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아해 함의 이유는 바로 밝혀졌다. 이 아가씨는 그 가곡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탓에 ‘그지 밥’으로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그런 가곡을 학교에서 배웠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심난한데 유쾌하게 웃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에피소드였다.
그러면서 과거에 우리 집 둘째 애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 또 하나 생각났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때 한인이 경영하는 수퍼마켓 내의 한 식당가에서 캐쉬어로 일한 적이 있었다. 캐쉬어로 있으면서 손님이 음식 주문을 하면 뒤 쪽에 있는 주방장에게 큰 소리로 주문을 넣게 되었다. 주방장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영어가 서툴었고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애는 한국어가 서툴었다.
그런데 한 번은 손님이 ‘불고기 덮밥, 파 없이’ 를 주문했다. 우리 애는 당연히 손님으로 부터 들은 대로 주문을 넣었다. 그러나 조금 후 나온 음식은 ‘파’가 아니라 ‘밥’이 없이 나왔다. 파는 그대로 있고 말이다. 우리 애의 ‘파’ 발음이 ‘밥’ 으로 들렸던 것이다. 주방장과 우리 애 사이에 말싸움이 일어났다. 주방장은 우리 애를 탓 했고 우리 애는 주방장에게 불고기 덮밥에 밥이 없으면 그게 불고기이지 어떻게 덮밥이냐는 주장을 폈다. 만약에 ‘밥’으로 들렸다면 당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자기에게 확인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을 목격한 손님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냥 밥만 조금 달라고 했다. 파는 골라 내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둘째 애와 주방장 사이의 논쟁은 종식 되지 않았다. 주방장은 자기의 권위에 도전하는 어린 캐쉬어와 그냥 계속 같이 일할 수 없었다. 우리 애도 상대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때 수퍼마켓 주인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 애의 ‘전근’이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캐쉬어에서 스탁 정리로 업무가 변경되었다.
둘째 애와 발음에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는 둘째가 한글학교에 다닐 때 있었던 일이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어느 날 그 애가 사용하던 공책을 한 번 들쳐 볼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이 불러 준 것을 받아 적어 놓은 것 같은데 ‘우리나라를 세운 시조-당근’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박장대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애는 ‘당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자주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군’은 처음이었고 ‘나라를 세운다’와 ‘시조’라는 말의 의미는 몰랐음이 분명하다. 그냥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 적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40여 년을 살았지만 나의 영어 발음도 때로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본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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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 집 앞 " 마음에 와닫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이 되어야할 볼해의 봄이 왔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서늘합니다 새싹은 나오고 봄은 왔는데 세상은 시끄럽고 복잡합니다 변호사 건강 잘 챙기고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