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라 수녀가 올해 설연휴 첫날이던 지난달 24일 서울 진관동에 위치한 길고양이 쉼터 ‘내일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동그람이 이태무]
김사라 수녀와 자원봉사자들이 2016년 처음 인천의 한 상가건물에 마련한 길고양이 쉼터인 ‘내일인 고양이’에서 고양이들이 자원봉사자와 놀이를 하고 있다. [김사라 수녀 제공]
“5살 터울 막내 동생이 젖먹이일 때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댁에 갔는데, 그곳 개가 마침 새끼를 낳았어요. 겨울인데다 새끼들도 너무 귀여워 어머니 몰래 두 마리를 방에 데려와 안고 잤죠. 그런데 모두 잠든 사이 새끼들이 젖을 물려고 어머니 품을 파고든 거예요. 잠결에 막내인 줄 알고 젖을 내주려던 어머니는 깜작 놀라고, 저는 방에서 쫓겨났죠.”
언제부터 동물을 좋아했냐는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득달같이 들려준 일화에서부터 그의 동물사랑이 충분히 느껴진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개인적으로는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며 1990년 서른 살에 천주섭리수녀회에 입회한 김사라(본명 김인숙) 수녀. 올해로 30년간 수녀 생활 중 15년째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는 사라 수녀는 5년 전부턴 길고양이 쉼터 ‘내일은 고양이’도 운영 중이다.
신이 주신 능력사라 수녀와 길고양이들의 인연은 그가 2005년 인천의 수녀원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유독 동식물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안 것도 이 때다. “남들이 시들게 한 화분도 활력을 찾게 하고, 다친 동물들도 잘 돌봤어요. 나중에는 수녀원 안에 소문이 나서, 다른 수녀분들이 아침 산책 중에 다친 동물들을 발견하면 죄다 저한테 데려왔죠.”
어느 날은 수녀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의 한 원생이 실수로 오리를 밟았다. 사라 수녀가 다친 오리를 데려다 보살피자, 오리는 회복 후 수녀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통에 사생활이 없었어요. 남들이 제 위치를 언제나 알 수 있으니까요.”
사라 수녀는 그러나 오리를 떠나 보내야 했다. 원생들의 위생에 혹시나 해를 끼칠까 걱정하는 주변 시선에 계속 키울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빈 자리가 커서 힘들었어요. 그때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계속 저와 눈을 맞추더라고요. 도망가지도 않고.”
우연히 먹을 것을 준 이후, 그 고양이는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같은 자리에서 그를 기다렸다. 15년째 이어지는 사라 수녀의 길고양이 급식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수녀원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자유공원에 매일 나가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줬다. “오전5시30분 기상해 미사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9시까지 보육, 요양 같은 개인별 업무를 위해 소임지로 출근합니다. 이후 일과를 마치고 수녀회로 돌아와 오후6시 공동기도에 참석하고, 저녁식사 후 개인시간을 갖다가 오후9시 끝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죠. 고양이들은 개인시간에 짬을 내 만납니다.”
밥을 주다 보니 자연스레 길고양이들의 상처가 나고 아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픈 고양이를 가까스로 치료해주고 돌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치료 후 휴식할 공간이나 입양을 보내기 앞서 대기할 공간의 필요성은 더욱 컸다.
결국 사라 수녀는 자신과 함께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활동을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쉼터(보호소)를 만들기로 했다. 오늘보다는 내일 이 땅의 고양이들 삶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길고양이 쉼터 ‘내일은 고양이’는 2016년 6월 약 33㎡ 규모로 인천의 한 상가에 자리잡았다.
허나 쉼터를 개설한 지 8개월 후인 2017년 2월 사라 수녀의 소임지가 인천에서 강원 인제군으로 이동됐다. 소임지 이동에 앞서 그 동안 자유공원에서 먹이를 챙겨주던 활동은 수소문 끝에 다른 캣맘을 찾아 맡겼지만, 문제는 쉼터였다. 본인을 포함해 총 4명이 꾸리는 쉼터에서 1명만 빠져도 업무 부담이 과했던 탓에 더 큰 결정이 필요했다.
‘내일은 고양이’는 고민 끝에 인천에 뿌리를 내린 지 1년 남짓한 2017년 8월 서울 진관동의 한 아파트로 자리를 옮겼다. 수도생활에 따른 경제활동의 제약으로 쉼터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라 수녀를 도와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아파트를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로 선뜻 내놓아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고양이 33마리(입원 등 제외)가 생활하는 ‘내일은 고양이’의 한달 식비는 150만원 정도예요. 병원비는 이보다 훨씬 많고요. 저 혼자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죠. 쉼터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도 하느님의 피조물”쉼터 개소 때부터 사라 수녀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고양이들의 입양이다. ‘내일은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 쉼터보다 월등히 좋은 시설을 자랑하고 일정 수준으로 쉼터 내 고양이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자의 사랑을 오롯이 받게끔 한 가정에 입양되는 게 쉼터생활보다 백 번 낫다고 그는 생각한다.
인제로 소임지 이동 후 현실적으로 쉼터를 자주 찾기 힘든 상황이 된 것도 그가 더욱 입양에 힘쓰는 이유다. 입양 가는 고양이 한 마리가 생기면, 새로 입양 보낼 고양이를 구조할 수 있는 만큼 한 번의 입양이 두 마리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라 여기며 열정을 쏟는다. 쉼터가 개소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내일은 고양이’를 통해 입양간 길고양이는 모두 115마리다. 올해도 벌써 4마리를 입양 보냈다.
사라 수녀는 오후10시 수녀원의 공식 취침시간이 되면 ‘내일은 고양이’온라인 카페 관리 업무를 본격 시작한다. 입양홍보 글을 쓰고, 카페회원들과 소통하며, 사료 등의 기부물품을 정리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후딱 지난다. 그의 쉼터 운영이 기본적인 수도생활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 결국 카페 관련 모든 일은 취침시간을 줄이면서 할 수 밖에 없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했던가. 그는 작은 욕심 하나가 있다고 했다. 현재 섭리수녀회에서 소속 수녀 중 자신에게만 길고양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데, 보육ㆍ요양시설처럼 길고양이 쉼터도 수녀회가 직접 운영해 더 많은 길고양이들이 보호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수녀회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한다면 운영의 투명함이 더욱 보장되는 비영리단체 등록을 할 수 있어 개인 후원뿐만 아니라 단체 후원도 받을 수 있어요.”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종교계도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시기가 왔다고 했다. 종교 교리에 따른 동물의 식용 여부나 식용 방식 등의 고민을 넘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식을 공론화하는데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도 중에 저의 불쌍한 이웃은 길고양이란 답을 받았어요. 잠시 사람이 아닌 게 의아했지만, 어차피 길고양이도 하느님의 피조물이잖아요. 그 뜻대로 이웃처럼 살려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기도문도 직접 만들었죠.”
『저희 가족과 함께 했던 00를 당신 품에 받아들이시어
당신과 저희 가슴에 작은 별이 되게 하소서
또한 우리 모두가 당신 안에서 하나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00와 별이 된 모든 반려동물을 두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하늘나라로 떠난 반려동물을 위한 기도문’(사라 수녀작) 일부
<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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