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억 5천만년 전 생물체들은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을 했다. 그들은 촉촉하고 젖은 영양이 풍부한 바다를 떠나 건조하고 척박한 황량한 땅으로 이동하여 살기 시작했다. 1673년 현미경을 발명한 동물 조직의 창시자이며 미생물의 아버지로 불려진 네덜란드 과학자 레이벤후크는 생물체들이 땅을 식민지화하면서 그들의 몸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1676년 당시 최고학술단체인 런던왕립학회에 세균의 존재를 최초로 세상에 알렸다. 그것은 생명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였다.
우리 몸에 사는 대부분의 세균은 음식의 영양소를 분해하여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화합물을 생산하는 물질 순환에 기여하는 매우 유익한 미생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동물, 특히 사람에게는 피부의 상처나 호흡기를 통해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에 종종 감염되어 온갖 병을 일으키는 유해한 미생물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 항생제가 널리 사용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때때로 작은 상처와 감염으로 사망했다. 항생제는 감염된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치료하는 약물이다. 대부분의 항생제가 개발된 1950년대와 1960년대는 소위 항생제의 황금시대 라 말할 수 있다. 20 세기 중반 항생제 개발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다. 페니실린과 같은 가장 일반적인 항생제로부터 수많은 항생제는 질병으로부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주어진 마술 물약 항생제는 20세기 후반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영국의 ‘항균저항성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명의 사람들이 약물 내성 감염으로 사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항생제를 오용하고 남용한 결과이다.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소비량은 65% 증가하여 연간 420억 회에 달한다.
항생제의 주요 오용 산업은 농업과 축산업으로 70%를 점유하며 성장 촉진을 위해 항생제로 키워진 육류·곡물·과일·야채가 우리 체내로 들어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나머지 30%의 항생제는 사람에게 질병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데 병원 입원 환자에게는 매일 1억 9천만 용량의 항생제가 투여되고 있고, 비 입원 환자에게는 매년 1억 3,500만개 이상의 항생제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이 처방전 중 50%는 불필요한 처방이며 그 비용만 해도 매년 11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약물의 오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수퍼 버그(super bugs)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미생물로 정의된다. 이것은 한 번 세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한 여러 약물에 대한 내성을 형성한 세균을 말한다. 항생제의 내성을 막을 방법은 없다. 세균의 자연적인 진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한 때 그들을 죽일 수 있었던 항생제를 능가하는 방식으로 새 로운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켜 생명을 유지하는 교활한 생물이다.
1960년대 항생제가 보편화된 이후 불과 20년만인 1980년 대에 들어 수퍼 버그 시대 서막의 종이 울리더니 21세기들어와 사스(2002)를 시작으로 조류독감(2004), 에볼라(2014), 메르스(2015)를 거쳐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과 해로운 박테리아 간의 지속적인 싸움에서 교활한 버그가 우위를 점해 버린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이 질병이 바이러스 복제, 면역 과민 반응, 폐 파기의 3 단계로 인간 폐 세포에 빠르게 침입하여 공격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 할 수 있는 백신은 없으며 최소한 12가지 백신이 개발 중에 있지만 최소 1년 또는 1년 반 현실과 저 먼 거리에 있다. 당장이 문제이다. 면역력도 치료제도 없다. 더 큰 두려움은 개인의 감염이 지역사회로, 세계로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 수 있는 대책이란 백신이 나올 때까지 검역을 통해 확진자를 격리시킴으로써 감염 확산 속도를 늦추는게 고작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놀랍도록 준비가 안돼 있다. 2018년 트럼프는 백악관의 전염병 대응팀을 해산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 시민은 불행하게도 과학자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대통령을 갖고 있다. 수퍼 버그가 유행(pandemic)되면 인류에게는 대 재앙이다. 지난 2002년 사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고양이로, 고양이에서 인간으로 운명적으로 도약했을 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다음 발발이 다가올 미래의 전 조라고 경고했다.
이번 주 화요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청했으며 바로 다음 날 수요일 세계보건기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전염병 위험 최고 단계로 대다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의미한다. 환경파괴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항생제 남용은 수퍼 버그를 출현시켜 인류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자연의 질서는 인간을 용서없이 심판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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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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