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로 미 역사상 가장 길었던 주식시장의 황소 장세가 끝났다. 지난 2009년 3월 세계 금융 위기로 6,000대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불과 한 달 전 2만9,000대를 넘어서며 3만 돌파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다우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는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더니 지난 11일 2만3,553을 기록했다. 이는 꼭 한 달 전인 2월12일 2만9,551에서 20.3% 하락한 것으로 11년 간 계속된 ‘황소 장’(bull market)이 끝나고 ‘곰 장’(bear market)이 시작됐음을 알린 것이다. 통상 증시에서는 10% 하락은 ‘조정’(correction), 20% 하락은 ‘곰 장’이라고 부른다.
이번 주가 하락이 놀라운 것은 그 속도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한 달만에 ‘곰 장’으로 돌변했는데 이는 유례가 없는 스피드다. 통상 최고치에서 ‘곰 장’으로 바뀌는 데는 평균 136거래일이 걸린다. 평소보다 6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일단 ‘곰 장’에 들어선 후 바닥을 치는 데는 143 거래일이 더 걸리고 ‘곰 장’을 빠져 나오는 데는 거기서 다시 63일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6개월 이상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번 증시 하락으로 타격을 입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크루즈 업계다. 노르위전 크루즈 주가는 74%나 폭락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주가가 이처럼 급속히 떨어질 수 있는 지 의아해 하고 있지만 주가 폭락은 주식시장에 항존하는 위험이다. 다만 올 초까지 주식이 이상할 정도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올라 사람들은 잘못된 편안함 속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S&P 500지수는 작년 미중 무역 갈등과 중동 테러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27%나 올랐으면서도 지난 10월부터 올 초까지 1%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지난 50년 동안 6번밖에 없었다. 이런 장기간의 미미한 등락 뒤에는 폭락세가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안심시켜 놓고 뒤통수를 치는 게 곰의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황소 장’이 끝난 게 아니라 이토록 오래 지속된 것이 놀랍다. 1%의 낮은 금리로 갈 데 없는 돈이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기만 하는 주식으로 몰려들었고 오르는 주가가 더 많은 돈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 주가가 적정한 선인가를 재는 여러 척도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 척도’다. 버핏이 “이것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주식 평가 수치”라 불러 이런 이름이 붙었다. 국내 총생산(GDP)에 대한 상장주 가치 총액의 비율인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주식은 과대 평가돼 있다. 지난 100년간 이 수치는 30%에서 150%를 오르내렸는데 지난 2월 미 주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을 때는 150%에 달했다. 과거 이 수치가 이처럼 높았던 것은 하이텍 버블이 터진 2000년뿐이다.
그러나 주식이 이처럼 과대 평가돼 있다 하더라도 언제 하락세로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장된 것은 항상 더 과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하락 위험은 커지고 향후 수익률은 낮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버핏조차 언제가 최고치인가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곰 장’에 들어선 지금 미 상장 주식 총액은 23조 달러로 미 GDP의 115% 수준이다. 아직도 과대평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6일 다우의 13% 폭락은 투자가들의 패닉 상태를 보여준다. 이런 극심한 공포는 종종 바닥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금융위기 이전 2007년 10월 1만4,000대를 기록한 다우가 바닥을 치는데 1년 5개월이 걸렸고 낙폭은 50%가 넘었다. 그리고는 그 후 11년 동안 4배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수익을 올린 사람은 거의 없다. 주가가 바닥일 때 세상은 가장 어둡기 때문이다.
정점을 치면 내리고 바닥을 치면 오르는 것이 세상의 근본 원리다. 냉정한 투자가에게 향후 수개월은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드문 기회일 수 있다. 지금은 모두가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 될 때라 본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이제 어두운 터널의 입구로 들어선것이라는게 문제지요. 당연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실업자들이 늘어날겁니다. 특히 올드이코노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희생될 확율이 높지요. 또 부를 축척하여 수입이 없어도 버틸수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더많은 부를 축척할것이고 그렇치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것들을 잃어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질 확율이 높아지는 시대가 올겁니다. 몇십년 동안 보아온 싸이클이 다시 시작되는 거지요. 절대다시는 없을것 같은 그런 일들이 또 반복되는게 인간세상이네요
인생사도 같은 맹락에서 돌아간다 할수있지요 지금 대통령이 영원한 권력을 누리지 못하는것 같이, 하지만 확실한건 바르고 건강한 마음으로 항상 즐겁게 노력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 오래 갈수있다 할수있지요, 주식은 시간이지나면 오르게되어있으니 기다리는게 지금같은 시기엔 좋을듯한데 그 또한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