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남자농구 토너먼트가 3월 17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4월 6일 결승전까지 20일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여기에는 미국 전역에서 지역리그를 거쳐 올라온 남자농구 명가 68개 대학이 총출동한다.
이 대회는 수 십 년간 연례행사로 이어져 오는 가운데 조성된 각 지역간 라이벌 의식에다 단판승부의 짜릿한 시합방식, 젊은 패기의 대학생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속출하는 예측불허의 승부결과, 이를 둘러싸고 장외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베팅 업계의 어마어마한 판돈 등이 어우러져 흔히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불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경기를 통해 한 해 벌어들이는 전국 TV 광고 수입이 약 13억 2,000만 달러(약 1조6,040억원)정도라고 추정했는데 이는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의 9억7,000만 달러나 프로야구(MLB) 플레이오프의 4억6,800만달러의 TV광고 수입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 천문학적인 돈은 토너먼트 주최자인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전미대학 체육협회)와 이에 소속된 대학들이 고스란히 다 가져갔고 정작 코트 위에서 온몸을 던져 땀 흘린 선수들에겐 아마추어리즘이란 미명 하에 땡전 한 푼도 나눠주지 않았다. 즉 NCAA는 이미 스포츠 장학금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학비 내지 않고 학위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학생 신분뿐 아니라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명분을 채색했던 것이다.
이런 잣대 하에 NCAA는 선수들이 장학금 외 광고 수익이나 선수로서의 유명세 등을 이용해 돈 버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한 예로 2017년 도널드 데 라 헤이(Donald De La Haye)는 자신이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에서 풋볼 선수로 겪은 경험담들을 유튜브에 소개하고 그 구독료로 꽤 많은 돈을 벌다 선수로서의 유명세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대학 풋볼팀에서 축출되고 장학금까지 박탈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NCAA에 의해 철옹성처럼 둘러쳐 있던 아마추어리즘이란 명분은 작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퇴색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분위기 형성의 배경에는 1995년 당시 대학농구 챔피언 팀인 UCLA의 스타팅 파워 포워드 오배넌의 힘이 컸다. 오배넌은 우연히 한 대학농구 게임에 자신을 묘사하는 캐릭터가 나온 것을 보고 NCAA가 자신의 초상권을 판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2009년 선수들이 직접 게임업체 등과 라이센싱 계약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NCAA와 대학들이 선수들의 이미지 사용료를 담합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NCAA를 상대로 독점규제법 위반혐의로 집단소송(O’Bannon v. NCAA)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오랜 기간에 걸친 재판 끝에 2014년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클라우디아 윌켄(Claudia Wilken) 판사가 비디오 게임이나 TV광고 등으로 생기는 수익은 해당 선수들에게도 배당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이를 제 9 순회법원에서 추인함으로써 원고 승으로 일단락되었다. 사법부는 선수들이 땀을 흘린 대가와 아마추어리즘과는 별개이므로 NCAA측에서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치러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에 힘입어 작년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미국 최초로 대학 선수가 성명권, 초상권 이용과 아울러 스폰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정된 법률에 서명함으로써 대학선수도 프로선수처럼 에이전트를 두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었다.
오배넌 사건의 판결과 새로운 캘리포니아주 입법은 아마추어리즘을 전면에 내세워 막대한 수익을 독식했던 NCAA로 하여금 결국 작년 말 대학 선수들의 성명권과 초상권에 대한 대가 지불 방법을 모색해보겠다는 항서를 받아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래서 작년과 달리 올해 ‘3월의 광란’은 심기일전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특수를 노리는 맥주회사와 스포츠 베팅 업체들의 상술 등이 가미되어 더욱 뜨거운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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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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