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 안개. 님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그 옛님을 찾아 주려나 가로등이여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이 노래는 1960년대 많은 여성팬들의 꾸준하게 사랑을 받았던 곡이며 모두가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조차 이 노래가 순수 한국 창작 가요인줄 알고 있으나 사실은 1931년에 ‘Harry Tobias’ 와 ‘Charles Kisco’ 가 작곡 작사하여 발표된 미국 팝송이다. 원래의 제명은 ‘It’s A Lonesome Old Town‘ 이다. 그후 ’Woody Herman‘의 밴드가 이 곡을 연주 했으며 ’Nat King Cole‘과 ’Brenda Lee‘를 필두로 여러 가수들이 레코딩했다.
원곡의 가사는 “외롭고 쓸쓸한 동네. 당신이 떠난 후 난 너무 외로워요. 난 내가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 할지를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허지만 이젠 잘 알 것 같군요 .당신이 없는 이 동네는 더욱 쓸쓸 하네요. 전 당신이 다시 돌아 올 거라고 바라 뿐 이예요.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 할 것 인가를 ” 가수이자 배우인 ’Frank Sinatra‘가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인 ’Eva Gardner‘ 와 이혼한 후 외롭고 허전한 그의 마음과 똑같은 심정을 읊은 이 노래를 발표하여 많은 그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처지와 거의 흡사한 이 노래는 한 동안 미 연예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62년 어느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색소폰 연주곡으로 ’It‘s A Lonesome Old Town’ 을 들은 ‘이봉조’는 무언가 떠올라 노랫말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밤새워 쓴 이 노래가 바로 ‘밤안개’ 였다. 이 무렵 작곡가 ‘손석우’씨가 영화 ‘동경에서 온 사나이’에 사용할 음악 6곡을 작곡한 후 레코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10인치 E.P. 레코드를 제작하려면 앞면과 뒷면에 각각 4곡을 삽입해야 하는데 2 곡이 부족했다. 때마침 일본에서 귀국한 ‘길옥윤’ 작곡가가 한 곡을 보태기로했고 나머지 한 곡을 찾고있던 ‘손석우’씨는 ‘밤안개’를 들어보고 즉석에서 승낙하고 녹음에 들어갔다.
생애 처음 노래 녹음을 한 ‘현미’는 처음 부터 녹음이 순조롭지 못했다. 평소 성량이 풍부하고 중량감이 듬뿍한 목소리라 쉽게 넘어가리라는 예상을 깨고 계속 NG가 발생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워낙 볼륨있는 목소리라 음향 조정이 쉽지 않았다. 계속 녹음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오기가 생긴 현미는 에라 더 이상 나도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마이크에서 두세 걸음 뒤에서 노래를 불러 무사히 녹음을 마쳤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 왔다. 우리나라 그 당시 여성 가수들 대부분의 노래 창법은 꾀꼬리 같은 음성으로 간드러지게 부르는 것이 대세였다. 허나 현미는 그런 스타일과는 전혀 달리 마치 오페라 가수 창법처럼 허공을 향해 시원하게 부르는 스타일이었다. 앨범을 제작할 때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예상과 달리 이 노래는 공전의 힛트를 했으며 ‘현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후 잇따라 많은 노래들을 취입했다. ‘떠날때는 말없이’, ‘보고 싶은 얼굴’, ‘무작정 좋았어요’ 등 잇따라 힛트 송을 발표하여 ‘한명숙. ’이금희‘등과 함께 3대 허스키 보이스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갔다.
이 노래는 그후 한동안 팬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다가 ’Sting‘ 이 부른 노래가 1995년 미국영화 ’니콜라이 케이지‘가 출연한 영화 ’Leaving Las Vegas‘ 에 삽입되어 소개 되었다. 원곡의 가사보다 ’이봉조‘가 쓴 ’밤안개‘ 가 한층 더 운치있고 센티멘탈 하다. 그리고 ’밤안개‘란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의 성공을 이끌어 주었던 안개에 대한 애착으로 1967년 ’안개‘란 음악을 만들어 신인가수 였던 ’정훈희‘를 일약 슈퍼 스타로 만들기도했다. 또한 이 곡을 부인이었던 ’현미‘에게 주지않고 신인 가수에게 주었다고 결혼 생활 내내 아내에게 시달렸다고 이봉조는 사석에서 말한바 있다. ’현미‘의 ’밤안개‘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혼자 안개 낀 밤거리를 걸으면서 고독에 잠기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게한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밤 안개에 젖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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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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