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가 압승을 기대했던 수퍼 화요일은 조 바이든 생애 최고의 밤으로 기록되었다. 한 주 전만 해도 초반 경선 결과로 바닥까지 추락했던 그가 순식간에 정상으로 재도약한 것이다.
역대 대선 경선에서 패배의 좌절을 극복한 후 승리한 ‘컴백 키드’는 그리 드물지 않았다. 1980년의 로널드 레이건, 1992년의 빌 클린턴, 2004년의 존 케리, 2008년의 존 매케인 등이 모두 역전의 컴백 키드로 꼽힌다. 그러나 현대 미 정치사에서 바이든 만큼 최고의 속도로, 최대의, 가장 예상치 않았던 컴백을 이끌어낸 주자는 없었다고 CNN은 단언한다.
30여년에 걸친 세 차례 대선 도전에서 며칠 전까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다가 갑자기 사흘 간격 두 차례 경선을 통해 10개주에서 승리를 차지했고, 마지막 중도 라이벌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가 4일 아침 하차를 결정하면서 바이든 지지까지 발표했으니 ‘역사적인, 믿기 힘든 정치 컴백’으로 부족함이 없다.
3일 밤 개표 결과는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이날 밤 바이든의 승리 행진은 버지니아 압승으로 막을 열었다. 99명의 대의원이 걸린 버지니아는 지난 토요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압승이 반짝 승리가 아닌 바이든의 저력임을 증명해야하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53% 대 23%로 샌더스를 압도한 그는 흑인-베이비부머-교외지역 백인 등을 잇는 ‘바이든 연합’의 힘을 재확인시키며 노스캐롤라이나와 앨러배머 등 남부 6개주를 휩쓸었다.
여력 없던 바이든이 유세조차 못했던, 샌더스 우세 지역 미네소타와 매사추세츠(엘리자베스 워런의 출신주)에서 전혀 예상 밖의 승리를 기록했으며 샌더스 출신주인 버몬트에서도 대의원 확보 문턱인 득표율 15%를 훌쩍 넘겼다.
이날 밤 최대 이변은 동부시간 자정 무렵 일어났다. 뒤쫓던 바이든이 샌더스를 30.1% 대 28.3%로 따돌리며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대의원 228명의 텍사스는 바이든이 남부에서, 샌더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압승할 경우 수퍼 화요일 전체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샌더스가 기대했던 라티노와 젊은 유권자들보다는 바이든에게 기운 흑인과 시니어, 교외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았던 때문이다. 이런 투표율의 차이는 텍사스뿐 아니라 14개주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바이든 승리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하나는 중도의 발 빠른 통합이다. ‘바이든 연합’ 표밭에 더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압승 직후 피트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의 하차와 바이든 지지 선언을 시작으로 봇물 터진 당내 인사들의 공개지지 등 민주당 기성 주류가 앞장 선 바이든 중심의 중도 결집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판세가 며칠 만에 완전히 재편되었다.
다른 하나는 침묵하던 다수의 호응이다. 이날 CNN, NBC 등의 출구조사에 의하면 마지막까지 판세를 주시하며 선택을 미뤄왔던 유권자의 거의 절반이 바이든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 유권자들의 최우선 이슈가 ‘트럼프 낙선’이라는 것은 10명 중 6명이 그렇다고 응답한 출구조사에서도 재확인되었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단합시켜 자신의 재선을 공화당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다. 동시에 트럼프는 민주당도 단합시켜 자신의 낙선을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한다.
수퍼 화요일 대승으로 바이든은 최소한 4일 현재는(캘리포니아 대의원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 선두주자로 재도약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전국지지율 평균에서 샌더스보다 1.5 포인트 앞선 27.5%로 1위, 대의원 확보도 75명 더 많은 467명으로 1위, 베팅 확률 역시 56.1 포인트 높은 78.1%로 선두를 싹쓸이하고 있다.
수퍼 화요일이 바이든의 완승은 아니다. 샌더스의 입지는 아직 탄탄하다. 캘리포니아 승리로 대의원을 대거 확보하면 1위 순위가 곧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민족 연합구축도 라티노 표밭에서 멈추었으나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 온라인 소액기부가의 성금은 여전히 쏟아져 들어오고, 기성주류의 어떤 장애도 뛰어 넘으며 질주할 준비가 완료된 조직도 막강하다.
조직을 정비하고 자금을 축적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선두로 부상한 바이든에겐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2주 동안 미시간과 플로리다 등 10개주에서 샌더스와 더 치열하게 부딪치게 될 것이다. 돈은 바닥나고 조직은 빈약한 그를 큰손들과 당 기성 주류는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그는 더 이상 휘청대는 실수 없이 샌더스의 ‘혁명’보다 설득력 있는 ‘점진적 변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한껏 강력해진 모멘텀을 잃지 않으려면 바이든에게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 자신의 업그레이드다. 공감 주는 유세 연설에서 ‘슬리피 조’와는 다른 활력 과시에 이르기까지…15일 애리조나에서 열릴 후보 토론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바이든에겐 꿈같은 수퍼 화요일을 지나며, 사상 가장 다양한 후보들로 초만원을 이룬 대혼전으로 출발했던 2020년 민주당 대선 필드는 경선 시작 불과 한 달 만에 ‘70대 후반 백인남성 두 명의 양자대결’로 급하게 압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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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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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맘에 안드는 일은 있게 마련인데 그걸 하루아침에 바꿀려한다면 많은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인데도 사람들은 하룻만에 바꿀려한다, 큰 부작용을 피하기위해서 서서히 바꾸어야 하는데 트럼프든 샌더스든 그래서 난 바이든이 이번엔 적임자라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