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은 물론 한국과 지구촌 대부분이 엄청난 고통과 위기적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도 미국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 전체로 대략 9만 여명이 감염되었고 3,000여명이 사망하였다. 아직도 더 이상의 감염 확산을 막아낼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여 불안과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의 영웅적 노고에 깊이 감사하며, 하루 속히 진정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특별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반응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나자 발생지인 우한 지역에 대한 비난과 혐오의 반응이 나오고, 우한 거주 한국교민을 데려올 때에도 지역에 따라 거센 반발과 따뜻한 환영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아예 중국인 전체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정부의 방역대책을 정쟁거리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대구에서 신천지 단체를 중심으로 전염이 확산되자 교회나 신도들의 무모함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비등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아시아인이 뉴욕 전철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총체적 위기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지닌 어둡고 밝은 단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로의 주장과 행동 속에서 비난, 비판, 분노, 적의, 조롱, 인종차별, 폭력, 불안, 걱정, 속임, 이기적 행동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의료진들이나 방역 전문가들의 희생적 헌신, 자발적 봉사 참여, 기금 후원, 희생, 양보, 측은지심, 기도 등 훈훈한 모습이 우리를 감동케 했다. 위기적 상황은 평시에 볼 수 없었던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들춰낸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는 “집안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家貧思良妻),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신하를 생각한다(國亂思良相)”는 말이 나온다. 공감이 간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개인의 됨됨이를 넘어 어느 지역이나 특정 단체의 집단의식이 혹은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너그러우며 높아질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냉정하고 추하게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보건의학적 방역과 대응, 백신 개발, 발생 출처 등은 머지않아 전문가들이 밝혀낼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바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해결해가는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난, 혐오, 타인의식, 감정적 대응, 무관심, 편견 등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간에 불신의 골과 상처만을 깊어지게 하고, 서로를 멀어지게 하며 인간다움을 파괴할 뿐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무엇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이 사회적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코로나19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의 목표와 방향은 인간다움, 인간의 품격 곧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데 있어야 한다.
인간성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기독교는 사람의 본성을 하늘 곧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하며 예수께서는 사람의 본성이 사랑에 있음을 말씀하였다. 인간성을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생성이나 변화로 보는 철학자들도 있다. 맹자는 ‘사람에게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인간성의 바탕으로 보았으며, 묵자는 천하에 남이 없음을 알고 두루 사랑하는 겸애의 삶을 인간성의 발현으로 보았다.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시작과 끝은 인간다움의 실현 곧 ‘인간의 존엄성’이다. 감염자나 감염국에 대한 비난과 박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비감염자는 감염자를 자신의 아픔으로 알고 완치의 길을 걷도록 거들어주고 격려하고, 감염자는 행여 자신의 감염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 폐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다움이며 서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이다.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 남이 아닌 마음,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야말로 이 위기에서 우리 모두를 살리는 마음의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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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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