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바간은 몽골 북쪽과 시베리아 남쪽에 사는 들쥐의 일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귀여운 이 동물이 세계 역사를 바꾸리라 상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동물과 가까이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먹을 것이 귀해도 이 동물만은 건드리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 만졌다가는 큰 변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이 동물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나름대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13세기 징기스칸과 그 후예가 유라시아 대륙을 통일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상인들이 중국의 비단과 동방의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실크로드로 몰려들었다. 남쪽과 북쪽 두 개의 비단길 중 많은 사람들은 덥고 언덕이 많은 남쪽보다 비교적 평탄하면서 덜 더운 북쪽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 북쪽 실크로드는 타르바간 군락지를 지나고 있었다. 이를 처음 본 여행객들은 이들을 잡아 가죽을 벗겨 털옷을 만들어 입었고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이 옷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옷을 입은 사람 중 하나가 몸 이곳저곳이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다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뿐 아니라 그와 접촉한 사람이 하나 둘씩 쓰러지다 급기야는 이들이 거쳐 간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그 첫 희생제물은 중앙아시아에 있던 이식 쿨이었다. 중국과 서방, 러시아와 중동을 잇는 교차로에 있던 이 마을은 1339년 역병이 돌면서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했다. 그 다음은 이탈리아 제노바인들이 개척한 흑해 연안의 무역항 카파였다. 마을주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을 본 제노바 선원들은 1347년 배를 타고 시칠리아로 도주했지만 이는 이 역병을 유럽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만 했다. 이것이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흑사병의 시작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이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책의 하나로 꼽히는 ‘거대한 죽음’의 저자 존 켈리에 따르면 역병 전 7,500만에 달하던 유럽 인구는 그 후 5,000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약 1/3이 사망한 셈이다. 절대 인구수로는 제2차 대전을 제외하고 최고고 인구 비율로 보면 인류 사상 최악의 재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가장 많은 인류를 죽일 재난은 핵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이 근거 있어 보인다.
역병은 인류 역사상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하필 왜 14세기 흑사병은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타르바간에 붙어사는 쥐벼룩에 기생하고 있는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발견자 알렉상드르 예르생 이름을 따 붙여졌다)라는 바이러스가 아주 악성이기 때문이다. 다른 쥐벼룩 바이러스는 쥐벼룩이 물어야 감염되고, 물려도 물린 부위만 부풀고 말지만 이 바이러스는 몸 전체로 퍼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침을 유도해 침으로도 타인에게 전파시키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는 이 질병이 동서 교역로가 뚫린 후 발생했다는 점이다. 당시 몽골은 대륙 곳곳에 설치된 역참기지를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조랑말로 연결해 놓고 있었다. 빠른 물자와 정보의 이동이 전염병의 세계적 보급을 쉽게 했다.
세 번째는 질병에 대한 무지였다. 병의 전염경로에 대해 알지 못하던 당시 유럽인들은 교회에 모여 하루 종일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회는 절대 다수가 기독교인이었던 유럽 곳곳에 질병이 퍼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700년 전과 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이번 바이러스도 흑사병처럼 야생동물의 위험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됐다. 옛날 상인들이 타르바간을 잡아 옷을 해 입었다면 중국인들은 야생 박쥐를 잡아먹다 일을 만들었다. 그 전이라면 특정지역에 국한됐을 역병이 몽골이 이룩한 세계화 바람을 타고 급속히 퍼진 점도 그렇고, 한국에서 특정 교회를 통해 전파된 점도 닮았다.
700년 전 유럽과 지금과는 의학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이 다르고 따라서 피해 규모도 훨씬 작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학이 발달하는 것과 비례해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세상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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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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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5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특정 교회를 통해 전파된 점도 닮았다." 이단 사이비 이만희 장막성전 집단을 교회라 지칭하여 교회를 욕되게 하면 안 됩니다. 중세 타락한 교황교도 구분해 줘야 마땅하지만 신천지 이만희집단과 같이 놓을 수는 없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루가 천년 같이 천년이 하루 같이 회개하기를 기다려도 어리석고 완고하게 하나님의 도로 돌아올 줄 모르다 망한 것이지요. 중세 천년의 암흑기의 타락을 끝내고 새 시대가 열린 지 또 몇 백 년인데 우리는 과연 그때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정의와 평화는 하나님의 도를 추구하는 진리의 길에만 있으나 이를 깨닫고 삶을 영위하는 자 많지 않으니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옥씨같았으면 마지막 문장이 문재인 타도이였겠죠. 글 재밌게 잘 읽었읍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이렇게 공부좀하고 쓰면 도움이되는데 옥씨는 공부는안하고 자기 마음드는데로 너무 글을막쓰지요 독자들을 뭘로보고 자격이안되면 손들어야지
한마디로 모르기때문에 이 코로나19 은 모르기 때문에 겁을 내는것 치료방법도 약도없고 어떻게 퍼지는지도 잘 아는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공포.. 하지만 현재로는 자기몸 위생관리 몸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바이러스를 초기에 싸워 이길수 있다니까 우리는 그렇게 할수있는 수박에 없는 일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