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유럽·아 증시 일제히 약세, 다국적기업 올 실적 예상치 낮춰… 금·국채 등 안전자산 쏠림 뚜렷
▶ 전세계 불확실성 갈수록 커지자, 골드만삭스, 미성장률 전망 하향…백악관도 코로나 예산 요청 검토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신종 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폭락했다.[AP]
■ 금융시장으로 번진 ‘C의 공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외 지역확산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집어삼켰다. 아시아와 유럽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데 대한 우려로 미국과 유럽·아시아 증시가 3~5%대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금에 대규모 자금이 쏠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아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팬데믹’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1,031.61포인트(3.56%) 떨어진 2만7,960.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의 최대 낙폭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35%, 3.71%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팬데믹 공포가 월스트리트를 지배했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이날 ‘코로나19, 빠르게 경제 팬데믹이 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코로나19가 한국과 일본 등 중국 밖에서도 확산하며 경제 충격에서의 빠른 회복에 대한 희망을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5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시가총액만도 이날 2,380억달러(약 290조원) 이상 사라졌다. 여기에다 다국적 기업들이 올해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마스터카드는 1·4분기 매출 증가율이 3주 전 추정치보다 2~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1월 발표한 올해 실적 전망을 철회하기로 했다. 휴렛팩커드는 생산 지연으로 2·4분기 잉여현금흐름에 중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유럽 증시도 줄줄이 폭락하며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확진자가 229명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FTSE MIB가 5.5% 폭락했고 영국 FTSE100(-3.34%), 프랑스 CAC40(-3.94%), 독일 DAX(-4.01%)도 하락했다.
이튿날인 25일에도 유럽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증시도 25일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34%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장중 2.88%까지 떨어졌다가 0.6% 하락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내 경기둔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데 따른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중국 매체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통신원은 1월 중국 내 휴대폰 출하량이 2,081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38.9% 감소했다고 밝혔다. 1월23일 ‘우한 봉쇄’가 시작되면서 소비침체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2월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전자산에는 돈이 뭉텅이로 몰렸다. 24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1.377%까지 낮아져 역대 최저치인 2016년 7월의 1.364%에 근접했다. 10년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10년과 3개월 만기 국채금리도 또다시 역전됐다.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1.9%를 밑돌아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WSJ는 “투자자들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을 때 국채를 사들인다”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폭락했다”고 전했다. 금값도 7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이 온스당 1.7%(27.80달러) 오른 1,676.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다.
문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을 기존 1.4%(연 환산 기준)에서 1.2%로 0.2%포인트 낮췄다.
블룸버그가 24일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 등 36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평균 2.9%로, 지난달 전망치(3.1%)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백악관도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10억달러가량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TSE러셀의 알렉 영은 “코로나19는 수년 만에 등장한 가장 불확실한 거시 위험요인”이라며 “투자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좀 더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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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특파원·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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