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그래 왔듯이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이 세계적 관심사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주도한 하원발 탄핵도 불발로 끝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은 기정사실이며, 지금 시점에서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는 민주당 경선 경과이다. 경선 초반이라 누가 대선후보로 당선될지를 예상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환경과 상황, 어떤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볼 만하다.
민주당 경선은 지난 2016년 공화당의 경우처럼 당내 엘리트 간의 합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경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당내 엘리트 간의 합의가 이뤄져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끝나면 단독후보가 부상하거나 한두 명으로 유력후보가 압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 공화당 경선처럼 2020년 민주당에서도 엘리트 간 합의 현상은 사라졌다.
지금까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전 부통령 조 바이든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피터 부티지지 후보가 부상하는 등 초반 민주당 경선은 상당한 불확실성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민주당의 바뀐 경선규칙으로 인해 어떤 후보가 경선을 통해 획득한 대의원 숫자가 이들과 슈퍼대의원을 합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슈퍼대의원은 전당대회 1차 투표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즉 후보경선에 대한 당내 엘리트의 전체적인 영향력과 사전 조정능력이 현저히 약해진 것이다. 그만큼 경선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또한 진보파와 온건파의 대결로 확연히 구분된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각 분파 내에 복수의 후보가 있어 누가 선두주자로 부상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대학생 학비 면제, 전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는 사회민주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가 초반 경선에서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역시 진보파인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의 지지세력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도 온건파의 경우 바이든의 약세를 틈타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 역시 부상했다. 게다가 16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3월3일의 ‘슈퍼 화요일’부터 중도성향의 백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후보가 경선에 뛰어들어 향후 예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9일 치러진 민주당 후보 6자 TV토론에서 블룸버그가 집중포화의 대상이 된 것은 그의 전국적 경쟁력에 대한 증거일 수도 있다. 그래서 7월 밀워키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 시까지 어느 후보도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다.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샌더스 후보 역시 무늬만 다르지 트럼프 대통령처럼 고립주의 DNA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미국의 글로벌 역할이 자국 노동자의 이익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샌더스 후보는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또한 미국의 주권적 이익을 동맹에 결속시키는 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방위공약의 약화추세 및 방위비 분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맹국과의 관계회복을 주장하는 민주당 내 온건파 후보군 가운데 최종 대선후보가 등장하는 것이 샌더스 후보의 승리보다는 바람직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준비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혹은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 그리고 후자라면 현재 민주당 경선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복수의 플랜을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워낙 강한 탓인지 그의 낙승을 점치는 경향이 국내에는 유독 강해 보인다. 현재 그가 취임 후 최고의 지지율(49%)을 구가하는 상황에서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19일의 TV토론에 참가한 6인의 민주당 후보는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의 1대1 대결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다. 또한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와 같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으나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트럼프 후보를 더 지지해 그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들 3개주 가운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6인의 민주당 후보에 앞서는 주는 위스콘신주뿐이다. 2016년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리라는 예측이 빗나가 각계 한미관계 담당자들이 패닉에 빠졌던 것처럼, 분위기에 편승한 대세론에 기대는 것은 만약 틀릴 경우 대단한 낭패를 몰고 온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 결과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둬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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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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