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의심환자로 판단하면 신속 PCR검사 받을 수 있지만 무턱대고 선별진료소 찾았다간 대기중 ‘진짜 환자’에게 옮을 수도
▶ 자가격리하며 2~3일 지켜본 뒤 계속 나빠지면 검사받는게 바람직
방지환(오른쪽 두번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팀장이 지난 7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들에게 국내 확진환자 치료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TF 자문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합]
지난 설 연휴에 동남아·일본 등지로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감기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6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 유전자증폭(리얼타임 PCR)’ 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신속검사 대상 변경과 진단키트 보급으로 7일부터 38개 민간 병원과 8개 검사수탁기관에서도 검사가 가능해졌다. 보건소에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 의뢰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검사 물량은 현재 3,000여개 정도다.
태국·싱가포르·일본 등 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유행국가를 여행한 후 14일 안에 발열 또는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환자를 의사가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라고 판단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을 다녀온 후 14일 안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선별진료소를 찾는 호흡기 증상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감염내과 교수들은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그냥 걱정돼서 신속 PCR 검사를 받으려고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콧물·인후염 땐 신종 코로나보다 감기 가능성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 등 호흡기 증상자가 신종 코로나 걱정 때문에 신속 PCR 검사를 받아보겠다며 대부분 텐트 하나에 음압격리실 하나 정도만 갖춘 선별진료소로 몰려들면 선별진료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다른 대기자로부터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신속 PCR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호흡기 증상자들이 선별진료소로 몰리면 발견해야 할 환자를 놓치거나 진단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이곳이 신종 코로나 확산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겨울철인데다 신종 코로나는 초기에 환자가 아프다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5일 정도 나타나다 악화한다”며 “‘타이레놀’을 먹고 지낼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라면 바로 선별진료소를 찾지 말고 자가격리하며 지내다가 2~3일 뒤에도 계속 나빠지면 그때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현재로서는 불안감·공포감 때문이 아니라 평소처럼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플 때 선별진료소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초기 신종 코로나와 감기 증상이 비슷해 전문가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고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대병원 격리병상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 환자 3명의 경우 덜덜 떠는 오한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한기·목아픔·기침·근육통이 있는 정도여서 증상만으로는 감기 환자와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다른 환자들을 봐도) 중국과 달리 폐렴이 아주 심하게 진행된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콧물이 흐르거나 인후염이 있다면 상부 호흡기관(상기도)에서 발생하는 감염, 즉 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코와 입으로 들어온 공기를 폐로 전달하는 기도(氣道)는 크게 비강(코)·구강(입)·인두(목) 등 상기도와 기관·기관지·세기관지 등 하부 호흡기관(하기도)으로 구분된다.
◇“국내 확진자 중증도 그리 심각하지 않다”
감기에 걸리면 통상적으로 목이 먼저 간지럽기 시작하고 콧물이 흐르다가 기침하는 식으로 발전한다. 열과 두통이 함께 나타나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대개 일주일 안에 대부분의 증세가 사라진다.
신종 코로나는 주로 하기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감염되면 마른기침, 짧은 호흡, 근육통, 피로 증상 등이 나타나며 간혹 가래·두통·설사 증상을 동반한다. 독감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열·오한·두통·근육통 등이 함께 온다.
폐렴 증상이 있다면 신속 PCR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이 신종 코로나 때문인지 독감(인플루엔자) 등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곰팡이 때문인지 알아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폐렴은 누렇고 냄새나는 가래와 숨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마스크를 벗을 때는 겉면에 바이러스 등이 묻어 있을 수 있으므로 만지지 말고 귀에 건 끈만 잡고 벗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좋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도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지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임상TF팀장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은 그렇게 중증 질환은 아니다”면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중증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방 팀장은 “메르스 때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도 많았고 신장이 망가져 투석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24명 모두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중증환자도 없다”면서 “폐렴의 경우 나은 뒤 몇 달 간 기능을 평가하는데 현재로선 폐기능이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분과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 4명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대부분 회복기에 있으며 1명은 조만간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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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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