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에서 SAT와 ACT 등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전국 최대 주립대학 시스템인 UC가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변경하는 입학사정 개선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최근 UC 교수들로 구성된 ‘표준화시험 태스크포스’(STTF)는 보고서를 통해 SAT·ACT 점수 제출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라며 대학 당국의 폐지 검토에 강력 반발했다.
UC 당국은 오는 5월 표준화시험 대입전형 제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인데 많은 전문가들은 태스크포스의 주장대로 ‘SAT 점수 제출 유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C의 표준화시험 정책이 전국적인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단순히 특정 주립대의 입학 전형이 아니라 미국의 대입전형 지형도를 바꿀 만큼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UC는 SAT와 ACT 양대 표준화시험의 최대 고객이다.
그렇다면 UC 태스크포스가 표준화시험을 고수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SAT와 ACT가 지원자의 수학능력 측정 좌표로 충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원자들 사이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표준화시험이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 입학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9학년 가을학기 UC 캠퍼스 학부생의 40%가 가족 중 처음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36%가 저소득층이라는 통계까지 내놓았다.
보고서는 또 “표준화시험 점수를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할 경우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유리하게 된다”고도 강조했다. UC의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의무화가 ‘명백한 저소득층 차별행위’라며 소송까지 제기한 캄튼교육구 등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하지만 원고 측은 여전히 “표준화시험은 저소득 층에게게는 차별적이고 부당한 입시장벽”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태스크포스 보고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UC의 표준화시험 폐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UC의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 ‘유지’와 ‘폐지’ 사이에 입장 차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UC 입학 전형에서 SAT나 ACT 점수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받는 한인 등 아시안 지원자들은 입시 경쟁에서 더 불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고교 졸업생의 SAT 평균 점수는 아시안이 1,600점 만점에 1,223점으로, 1,114점을 받은 백인은 물론 흑인과 히스패닉을 크게 앞섰다.
현재까지 많은 대학들이 표준화시험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UC를 비롯 주요 명문대들이 대입전형에서 표준화시험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고 최선책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선 표준화시험 점수 없이 고교 내신성적과 과외활동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의 대학 진학 후 학업 성과를 예측할 수 있고 전국의 지원자 학습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이라는 표준화시험 주관사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표준화시험이 배제될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내신성적의 경우 고등학교 간 학력 격차가 크고 인플레 논란도 감당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 중 A학점을 받는 비중은 1998년 38.9%였으나 2016년에는 47%로 8.1%포인트나 치솟았다. 졸업생 절반 가까이가 A학점 성적을 받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SAT 점수는 더 떨어졌다. 내신성적 부풀리기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과외활동 역시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표준화시험 없이 대학들이 독자적인 입학시험을 진행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는 대입제도의 프레임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UC의 SAT 유지 전망 보도가 나가며 많은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향후 결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지원자들은 평소와 다름없게 흔들림 없이 학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UC의 표준화시험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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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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