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는 절박했던 승리를 선언하며 민주당 내 좌파 장악을 한층 강화했고, 바짝 추격한 강력한 2위로 샌더스를 신승에 그치게 한 피트 부티지지는 아이오와 1위라는 이변을 연출한 자신의 경쟁력이 거품이 아님을 입증했다. 선두주자 조 바이든을 5위로 추락시킨 중도 표밭에선 에이미 클로버샤가 3위 도약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으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뒷마당 경선에서 4위 패배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리고 가장 유쾌했던 주자, 유일한 소수계이자 아시아계 주자였던 앤드류 양과 하위권의 마이클 베넷 및 드벌 패트릭이 경선에서 하차했다 -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혀온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이렇게 끝났다.
11일 실시된 뉴햄프셔 경선은 아이오와의 혼돈과는 대조적으로 빠르고 명확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3명이 하차했어도 후보 걸러내기에 큰 효과는 없었다. 참패한 바이든과 워런이 만회를 다짐하고 있는데다 앞으로는 두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와 마이클 블룸버그까지 가세할 것이다.
22일 네바다 코커스와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거쳐 3월3일 수퍼 화요일까지 최소 7~8명의 주자들로 붐비는 혼전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특히 부티지지가 바이든을 밀어낸 순간 클로버샤가 만만치 않은 기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조각난 중도의 분열상은 한층 심화된 채 극심한 표 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기세다.
뉴햄프셔의 가장 확실한 승자는 샌더스다. 여론조사에선 7~8% 포인트 차이로 리드했으나 실제 투표에선 2포인트 미만 우위에 그친 신승이었지만 1월에 2,500만 달러, 2월 들어 첫 9일간 60만 달러를 기록한 그의 온라인 모금은 이번 승리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충실한 지지층의 열광과 든든한 자금으로 무장한 그는 민주경선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등극했다. 최대 라이벌이었던 바이든 뿐 아니라 좌파통합을 막아온 워런도 무너졌고, 새 라이벌로 떠오른 부티지지는 이어질 경선의 주요 요소인 비백인 표심 확보에 고전이 예상된다.
워런의 추락 못지않게 샌더스를 도운 것이 중도의 분열이다. 바이든 추락과 동시에 클로버샤가 급부상하며 부티지지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고,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틸 것이며, 블룸버그는 수퍼 화요일을 앞두고 입지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바이든의 만회 여부와 함께 당장 민주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부티지지 저력의 한계다. 초기 경선의 뛰어난 성적과 대의원 확보 1위에서 얻어낸 모멘텀이 지지층 허약한 소수계 표밭에서도 이어질 것인지, 열흘도 채 안 남은 짧은 기간에 그 장애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부티지지는 상당히 유니크한 대선주자라고 월스트릿저널은 평가한다. 선두권에 오른 첫 게이 대선주자, 라이벌인 샌더스보다 40년이나 연하로 손자뻘인 38세 젊은 주자, 중소도시 시장에서 백악관으로 거대한 도약을 꿈꾸는 아웃사이더 주자라는 ‘진보적이고 혁명적’ 프로필을 가진 그의 정책은 그러나 극히 ‘중도적이고 전형적’이다.
민주당의 우선과제인 진보정책을 모두 포함한 그의 공약은 샌더스와 달리 공격적이지 않다 : ‘메디케어 포 올’을 가능케 하되 원하는 사람에게만, 무상 공립대학은 전체 아닌 80%에게만, 학자금 빚 탕감도 전체 아닌 일부에게만, 총기폭력 막기 위한 정부의 살상무기 매입은 의무적이 아닌 자발적 신고로 시행하며, 테크기업의 분리해체는 촉구하지 않는다.
아웃사이더 프로필로 진보층에 어필하고 온건한 정책으로 바이든이나 클로버샤를 제치고 중도의 대표주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릿저널은 분석한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두 백인 표밭에서 젊은층과 노인층,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 등 다양한 계층에 어필했던 그의 전략에 대한 진짜 테스트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될 것이다.
뉴햄프셔의 ‘이변’ 클로버샤는 1년 전 폭설 속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질 때부터 여러 정치해설가들이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해야할 후보”라고 높게 평가했으나 ‘조직도, 돈도, 스타 파워도’ 부족해 중위권에 머물러온 주자였다.
지난 주 탁월한 토론 실력을 동력 삼아 최소한 당장은 선두권으로 떠올랐으니, 대선 승리 위해 민주당이 꼭 이겨야 할 중서부에서 인기 높은 3선 연방상원의원이라는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클로버샤도 소수계 지지 확대라는 당면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중도좌파의 정당이다. 뉴햄프셔 출구조사에서도 76%가 약간 진보 혹은 중도라고 답했다. ‘매우 진보’는 21%에 그쳤다. 샌더스의 핵심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는 투표자의 11%였고, 3분의 1이 65세 이상 노년층이었다. 샌더스가 1위를 차지했지만 부티지지·클로버샤·바이든 등 중도주자 득표율 총계는 52.5%로 샌더스와 워런을 합친 35.2%보다 17.4 포인트나 높다.
그러나 블룸버그까지 포함해 중도파가 통합하지 못하고 경쟁을 계속하는 한, 지도부가 ‘민주적 사회주의자’ 당 후보지명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그의 선두주자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 상당수 유권자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민주경선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판세가 요동치며 반전은 앞으로도 속출할 것이다. 다행히 캘리포니아는 무당파도 투표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다. 우편투표로 일찌감치 끝냈던 전과는 달리 금년 투표는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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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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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샤는 자기 부하직원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없어서 정이 뚝 떨어진다. 늘 웃는 얼굴 뒤에 어떤 악마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옛날에 엘리자베스 도올이라는 인물이 부하들에게 악평을 많이 받았었지.
민주당 어느 누구라해도 트럼프보단 미국을 위해 서민을 위해 모든 면에서 훨씬 훌륭한 대선주자라 말할수 있지요, 하지만 난 블룸버그가 그래도 제일 잘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욕 시장을 세번이나했고 돈도 권력도 초월한 정치를 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