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5분 후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하는 전화가 왔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달리 사즈(Dolly Sods)에
아침 해돋이 사진을 촬영하기위해 이른 새벽에 일행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은 마음이
들뜨고 설레 잠을 설치곤
했을 것이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갈 때는
늘 호기심과 기대감에 마음이
들떠서 잠을 설치게 된다.
이젠 정신까지 혼미해져
잊지 않고 가져갈 짐들을 잘
챙겼는지 살피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한시간 밖에 못 자고
나왔지만 그래도 새벽바람이
길을 나서는 나를 반겨준다.
일행이 모인 시간은
새벽 3시반. 삶터를 떠나서
가는 그곳에 오늘은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를
상상해 보고 기대하며
떠나는 일이 좋아 밤잠을
설치고 나왔지만 팀원들 모두가
기분이 좋았다.
목적지 들어서기 전에
우리들의 단골 휴게소를
들러 커피와 음료수를 사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Monongahela 국유림에 있는 17,371 에이커의 Dolly Sods Wilderness는 National Wilderness Preservation System의 일부이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 Randolph와 Tucker 카운티의 Glant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도는 2,500에서 4,700 피트 이상이다.
이 지역은 광활한 암반 평원, 고지대 늪지대로 형성 되어 있고 계절마다 다양하고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기후와 식물 수명은 캐나다 북부와 비슷하고 애팔래치아 숲으로 둘러싸인 야생의 독특한 ‘섬’이다. 가문비 나무와 뒤틀린 노란 자작 나무, 철쭉, 월계수 덤불, 로렐과 블루베리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47 마일 이상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고 캠핑장도 있어 하이킹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다.
“어머나, 서리가 온거야?”
“아니야! 눈이 왔네요!”
좁은 산길을 오르다 보니 낙엽이 쌓여 있는 위에 눈이 하얗게 내려 앉아있는 것이었다.
첫눈이었다!
일행들이 지난 겨울 Dolly Sods에서 멀지 않은 캐년 밸리(Canaan Valley)에서 멋진 눈꽃사진을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주중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함께 가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올해는 주말에 눈이 와서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렇게 낙엽 위에 살포시 눈이 내려앉은 것을 보니 환성이 저절로 터졌다.
Dolly Sods Bear Rock 정상의 나무 위에도 눈이 덮여 있기를 기대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Dolly Sods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눈꽃을 촬영하려고 이곳에 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날이 흐려서 멋진 작품을 카메라에 담지를 못해 혹시나 좋은 피사체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꼭대기까지 오르며 촬영을 하고 내려오다 보니 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얼어붙은 내리막 길옆은 깊은 골짜기이고$. `이렇게 산에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다가오는 두려움은 무엇이라고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살아온 시간들이 영화를 보듯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까지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잘못 살아온 것들에 대해 용서를 청하였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지면서 하고싶은 사진을 하다 이렇게 죽으니 여한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행복했다는 감사의 마음도 들기 시작하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렇게 중간쯤 내려오니 눈이 녹아 있는 길을 만나게 되었다. 일행 중 한 분이 아웃도어에서 촬영하며 직장생활을 한 분이라 운전을 능숙하게 잘해 골짜기로 떨어질 위기를 넘기며 내려온 일이 있었다.
아직 남은 잎새들은 지난 겨울에 만난 눈꽃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남은 잎새의 기다림 위에 눈꽃이 내리며 그리움을 풀어내는 사랑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첫눈이 내린 이 곳은 축제의 한마당이 벌어진 듯 멋있었다.
그리움을 마음껏 풀어내며 부르는 애절하고 수줍은 사랑노래가 내 마음 속에 겹겹이 스며들어 지난 시간들과 추억들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들의 삶 안에서도 이렇게 사랑을 기다리다 만나서 그 사랑을 보듬으며 풀어내고 살다 보면, 메마르고 여유가 없든 삶 안에도 저 잎새들처럼 아름다운 빛깔들이 우리 안에 스며들겠지?
서로 나누며 사랑하는 축제의 한마당에서…
여행작가 신애선(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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