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강경노선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으며, 자력갱생과 무력개발을 통해서 제재압박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면돌파 방침은 지난 12월 말에 개최된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한 것이다.
김정은은 전통적 외교관 출신인 리영호 외무상을 해임하고, 그의 후임으로 인민군 대좌출신으로 최근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리선권을 임명했다. 리선권은 외교경험은 없지만 남북대화에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언행이 거칠고, 외교적 예절을 무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김영철 전 통전부장은 더 거칠었지만, 막상 1, 2차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통해서 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 리선권의 처신도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리선권의 발탁은 북한의 정책이 더 강경화 될수 있음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북한에서는 외무상이 중대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대한 결정은 김정은이 한다.
리선권 외무상은 지난 23일 설을 맞아 평양주재 외교사절단을 위한 리셉션에 나타났다. 외무상은 당이 결정한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했다. 그가 한 말은 “전 인민이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 돌파하기 위한 총공격전에 떨쳐 나섰다” 는 것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선권 외무상이 “공화국정부의 대외정책적 립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으나 그 립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김정은이 강조한 자력갱생과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 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그 다음날(1월 25일) 자 로동신문의 논조에서도 나타난다. 로동신문은 “모든 인민이 우리의 힘을 꾸준히 다지면서 공화국을 고립시키고 압살하려는 적대세력의 음모를 분쇄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혁명적 투쟁을 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는 1월 21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주최 군축회의 (Conference on Disarmament) 중에도 나타났다.
북한 대표로 참석한 주영철 참사관은 현재 핵협상의 정체는 미국이 12말 시한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이 미국과의 신뢰를 조성하기 위해서 2년간이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지만, 미국은 지속적인 제재와 군사훈련을 감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영철 대표는 미국이 “가장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발전을 가로 막고 북한의 정치체제를 압살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러한 적대정책을 고집하는 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절대로 없을 것” 라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어기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한미 합동훈련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 는 김정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에서 트럼프는 의회에서 진행되는 탄핵 심판과정을 지켜보느라 북한문제 까지 신경쓸 수 있는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방,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실장 등 그의 주요 참모들은 지금도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 응해 오기를 바란다는 언급을 잇따라 하고 있다. 김정은이 약속한 비핵화를 지키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제재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의 자력갱생 노력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핵개발 계속과 경제사정 개선을 못 할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제재해제를 위한 핵 포기는 절대로 안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입장이 그의 전략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그는 교착상태의 장기화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북한은 최대 제재압력에도 살아남았다. 제재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까지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에 실패했다. 러시아의 푸틴은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북한사람들은 풀을 먹더라도 핵무기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주장처럼, 설사 북한이 제재의 압력때문에 협상의 테이블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북한이 제재때문에 다시 협상에 응해올 것 같지는 않다. 반대로 제재완화를 위한 신축성을 보일 때 그들이 돌아 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것 같지도 않다. 북한은 워싱턴의 주목을 계속 받기 위해서도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 도발적 행동일 경우 외교협상을 완전히 단절시킬 정도로 강한 폭발력은 피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의 시험대는 오는 3월 매년 해온 한미합동훈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가 시험대를 좌우하게 될 것 같다. 한미 동맹간에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많지만, 합동훈련의 조절은 비핵화와 남북관계에 직결된 시급하고 민감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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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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