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쥐 해도 2주가 지나 가까운 지인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자식을 가진 부모는 주로 화제가 자녀에 대한 이야기다.
요즈음 자식들은 물론 세대차이가 있지만 부모들의 입장을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은 특히 맞벌이 하는 자식들이라 부모로서는 바쁜 자식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지만 자식들 입장에서는 해주는 것이 부담스럽고 그렇게 고맙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느 날 자식이 출근하고 없는 시간에 자녀 집에 가서 싱크대에 그릇 몇 개라도 씻어주고 오면 저녁에 전화가 와서 설거지 하지 말라고 하니 그걸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깨끗하게 못해서인지 부모가 하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사회로부터도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자식에게 조차 소외 당하는 것 같아 마치 석양을 바라보는 외로운 사슴의 신세인양 쓸쓸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식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외로워진다. 나의 할머니,부모님도 그렇게 사셨으니 하고 위로를 받는데 지인도 똑같은 입장이라면서 그 댁에도 자녀가 셋인데 자녀들이 부모님 댁에 오면 직장 다니면서 아이들 돌보느라 얼마나 바쁘고 힘들까 싶어 어릴 때 즐겨먹던 음식을 만들어 차에 실어주면 안 먹겠다고 집에 내려놓고 엄마는 다시 차에 실어주고 옥신각신하며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푸념을 하신다. 물론 세대차이로 자녀 가치관과 사고력, 주장을 내 세우지만 우리 부모로서는 그 옛날 헐벗고 배고픔을 참고 살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풍족한 현실이라도 아끼고 절약하면서 살라는 그 부모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야속하고 섭섭한 마음 들 때도 있다고 하신다.
60여 년 전 우리나라는 너무 가난했고 나의 시부모님은 교육공무원으로 박봉에 많은 자식들 학교 보내고 식생활이 어려워 시어머님은 물로 배를 채운 적도 있었다. 퇴직 후 미국으로 이민 와서 풍족하게 25년 사시다가 90세 넘어서 돌아가셨다. 부모님은 이곳 미국에 사시면서 그 옛날 자식들에게 배불리 못 먹인 것이 한이 되어 싼 식품 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들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 타시고 자식들 집에 가면, 싸구려 음식 안 먹겠다고 다시는 가져오지 말라고 문전 박대를 당하면 그 섭섭함을 노인 두 분이 한탄하며 위로를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아버님은 자식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주 먼 옛날 어느 고을에서 있었던 효자상 예화를 들려주셨다. “어느 고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있었는데 너무나 가난해서 아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데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서 좁쌀로 두 사람 밥을 지어서 아들에게 반은 아침에 반은 점심으로 허리춤에 채워주면 아들은 어머니 밥은 하고 물으면 내 밥은 솥에 있다고 하시며 많이 먹고 나무 하러 가라 하신다. 그런 줄로 알고 아들은 열심히 나무를 해서 장에 갔다 팔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 했느냐며 우물에 가서 시원한 물을 떠와서 아들의 발과 다리를 씻겨 주신다.
어느 날 고을에서 효자상 후보에 선정 되었다고 고을 원님이 포졸을 시켜 그 집을 염탐 해보라고 명령했다. 그날도 아들은 나무를 팔고 일찍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마당 한쪽 툇마루에 아들을 앉히고 우물물을 떠와서 아들 발과 다리를 씻겨주니 아들은 아이 좋아 아이 시원해 연발하며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어머니는 아주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아들을 쳐다보면서 즐거워 한다. 이 광경을 본 포졸은 저런 못되고 불효막심 아들이 있나 하면서 화가나 원님에게 고하기를 천하에 불효한 아들이라 벌을 줘야 한다고 하니 원님이 한참을 생각 하더니 그 아들에게 효자상을 주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들 발과 다리를 어머니에게 씻기게 했기에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보람을 드렸다는 것이다."
시아버님이 들려주신 그 얘기를 회상하니 그 나무꾼 어머니의 마음이 내 마음인 것 같다. 자식에게 받는 행복보다 주는 기쁨과 행복을 지금의 자식들은 알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반응은 어떨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효도와 행복은 멀리 있고 어려운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서 아주 쉽게 느끼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식을 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내 머릿 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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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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