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솔레이마니 살해’ 공습에 베팅설 등 다양한 풍문 쏟아져
▶ 전면전 확산할 뻔한 이번 사태 트럼프 기질 면밀한 대응 필요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바그다드 인근 공항에서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후 이란은 바그다드 내 미국 기지에 대해 보복공격을 했고, 이후 미국은 자신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양국은 당장은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여파로 미국 국내외가 모두 시끄럽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드론 공격이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면서, 의회의 동의를 통해서만 전쟁을 개시하라고 촉구하는 전쟁권한 제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안보를 앞세운 공화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 결정을 지지하고 나서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도 정당 간 대결의 분열상이 드러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드론 살해는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론 공격 이후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된 핵협상(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이 협상에 참여했던 유럽 국가들은 훨씬 엄격한 핵협정을 이란과 다시 체결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두고 이유 있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 경우 자신과 미국이 활용할 군사적 수단을 정밀하게 검토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 솔레이마니의 드론 살해를 명령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왕 제시된 미국 행정부의 설명도 검토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설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므로 그를 제거했다는 ‘위협제거설’이다. 그런데 몇 곳의 미국 대사관 공격 가능성만 뭉뚱그려 제기하고 있고 위협의 임박성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아직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위협제거론은 이해할 만한 증거가 제시될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남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설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국면과 향후 대선정국을 염두에 두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는 ‘위험한 베팅설’이다. 탄핵이라는 국내적 난국을 타개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제거했고, 이후의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개발을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당장 이란과의 직접적인 전쟁은 반대한다는 미국의 일반적 국내 여론을 두고 볼 때 이 설명의 설득력은 약하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명확한 국익이 걸려 있지 않은 때에는 국제분쟁에 휘말려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어, 위험한 베팅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 다른 설명은 오바마 콤플렉스와 연관해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나 기질을 중시하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자신과 오바마를 비교하면서 전임 대통령이 하지 못한 것을 “나는 할 수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는 이란의 핵위협 역시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된 유약한 이란 핵협정으로 증폭됐으므로 미국은 여기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를 관철했다. 추정컨대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으로부터 솔레이마니의 제거 필요성을 들으면서 자신이 이끄는 ‘강한 미국’은 언제든지 이란을 손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견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결정은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
명백히 드러난 증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단선적인 설명은 위험하므로 복수의 시나리오를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자제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났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드론 살해는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인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과 관련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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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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