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뉴먼트 밸리~LA 오가며 태권도·성경공부 “원주민 선교센터 건립”71세에 새 비전 품어
백원일 목사가 지난달 22일 모뉴먼트 밸리 사역지에서 나바호 원주민 스노미 양에게 태권도 승급 서류를 전달하고 있다. 그 옆은 웃으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시에라 양.
올해로 14년째 나바호 원주민 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는 백원일 목사. 7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1년에도 몇 차례씩 10시간 이상씩 운전해 선교지인 모뉴먼트 밸리와 LA를 오간다. 오는 3월 다시 사역지로 돌아가는 백 목사는 그곳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10대 원주민 청소년 5명을 데리고 다시 LA로 돌아올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노란 띠로 승급한 제자 3명의 주황띠 승급 심사가 LA 충효 태권도장에서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2명 역시 그동안 백 목사에게 열심히 배운 태권도 기초 실력을 같은 날 심사 받게 된다. 생애 처음 원주민 보호 구역을 벗어나게 될 이들 청소년들은 지금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곧 다가올 승급 심사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지만 말로만 듣던 디즈니랜드와 바닷가를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매일 태권도 기합 소리를 더욱 힘차게 지르고 있다고 한다.
태권도 3단인 백 목사가 나바호 원주민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쯤부터다. 젊은 층이 약 75%를 차지하는 나바호 청년들에게 성경과 태권도를 함께 가르친 뒤부터 백 목사의 선교 사역에 대한 원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90명의 태권도 제자들이 백 목사를 거쳐갔다. 백 목사가 원주민들에게 태권도 사역을 펼치는 곳은 유타 주 모뉴먼트 밸리 인근 지역에 위치한 ‘페이스 처치’(Faith Church)다. 원주민 목사가 사역하는 교회 건물이지만 백 목사는 이곳에서 1년 중 4~5개월 정도 지내며 태권도 사역을 중심으로 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청소년들에게 우선 태권도를 가르친 뒤 저녁부터는 본격적인 성경 공부를 진행하는 것이 사역지에서의 백 목사의 주된 일과다. 백 목사가 사역하는 교회 건물은 겉으로는 반듯해 보이지만 샤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정도로 내부 시설은 열악하다. 게다가 너무 동떨어진 위치 탓에 원주민 대상 사역 확장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백 목사는 몇 년 전부터 나바호 원주민 선교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은퇴를 해도 진작했어야 할 나이인 70세가 넘어 시작된 또 하나의 선교 비전. 하지만 백 목사는 하나님이 100세가 넘은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허락하셨듯 하나님의 뜻만 믿고 따르는 중이다. 백 목사가 원주민 선교센터를 생각 중인 지역은 애리조나 주의 ‘투바 시티’(Tuba City)다. 현재 사역지인 모뉴먼트 밸리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지만 여러 원주민 보호 구역과의 거리를 2~3시간으로 좁힐 수 있는 교통 요충지다. 이곳에 약 150명~200명 규모의 선교센터를 세울 계획으로 1~2에이커 정도의 부지 3곳을 이미 둘러봤다.
선교센터라고 해서 화려한 건물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건축 전문가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컨테이너 여러 개를 합쳐 짓는 컨테이너 건축 방식으로 진행하면 수도와 전기를 연결하기도 쉽고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백 목사는 선교 센터가 지어지면 지금껏 해온 성경 공부와 태권도 사역은 물론 원주민들의 최고 관심 대상인 미용 학교, 한글 학교, 한국 요리 교실 등을 단기 선교팀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당장 건물을 세울 수 있는 건축 비용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백 목사는 ‘구하면 받을 것’이라는 마태복음 말씀을 ‘붙들고’ 건축비 마련을 위해 현재 열심히 기도 중이지만 선교센터 건립을 위해 건축비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선교센터를 지을 부지를 장기 리스 계약 형태로 분할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바호 네이션 자치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원주민 목사들로 구성된 자치구 측은 말로는 승인해줄 것처럼 하면서도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백 목사는 “선교센터 건립을 위한 한인 성도들의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영적 싸움에 이길 수 있도록 힘써 기도해달라”라고 기도를 요청했다.
LA 다운타운에서 의류 도매업으로 성공한 백 목사가 나바호 원주민 선교 사역을 시작한 것은 14년 전이다. 사도 바울이 천막을 만드는 일을 통해 선교 비용을 직접 충당했듯이 백 목사도 사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텐트 메이커’ 선교사로 시작했다. 백 목사는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부인으로부터 신앙을 받아들이게 됐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LA 폭동의 영향으로 하루아침에 기울게 된 것이 본격적인 믿음의 계기가 됐지만 그의 믿음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신학교를 6년간이나 다닐 정도로 믿음의 길에 대한 결심은 쉽사리 서지 않았다. 목사 안수식 전날에는 ‘나는 목사감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도망치기도 하는 우여곡절 끝에 순종을 깨닫고 지금의 사역지에 서게 됐다. “한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닌 나바호 원주민들이 아직도 샤머니즘에 사로잡혀 사는 모습이 안타깝다”라는 백 목사는 “원주민 선교와 단기 선교팀 지원을 위한 선교 센터 건립을 위해 한인 성도들의 기도와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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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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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선교의 미끼로 쓰지 마라.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