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세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대 이란 무력도발로 시끌시끌했다. “국적 없는 테러집단 두목도 아닌, 어엿한 주권국가의 최고위 군 장성”을 제3국에서 드론 공습으로 표적 살해한 것이다. 3일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바그다드 공항 폭사를 알리며 수백명 미군을 살해한 ‘테러리스트 제거’라는 정의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의문들이 잇따랐다 : 합법적 제거인가, 불법적 암살인가. 제거의 직접 동기는 무엇인가. 왜 하필 지금인가. 행정부가 주장하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증거는? 그가 추진했다는 미 외교관과 군인들 공격 플랜의 구체적 상황은 파악됐는가. 임박했던 위협은 그의 죽음으로 사라졌는가. 아니라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미국엔 명확한 이란 전략이 있기는 한가.
한 가지 불안은 해소되었다. 8일 새벽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급부상했던, 가장 두려운 질문, “전쟁인가?”에 다행히 “당장은 아니다”란 대답이 나온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그동안 대 이란 군사력 사용에 신중해왔다. 트럼프가 핵합의를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한 후 그 여파로 휘청댄 이란은 강경대응을 택해 페르샤만을 지나는 유조선들을 공격했고, 미 군사 드론을 격추시켰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그래도 트럼프는 명령했던 군사공격을 막판에 취소하는 등 자제력을 발휘해 왔다.
무엇이 솔레이마니 제거를 불러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난해 말 미국 국적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미국의 친이란 민병대 보복 공습 후 민병대의 바그다드 미 대사관 포위 시위가 직접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시 몇 가지 대응 옵션을 제시했던 군 참모들은 ‘솔레이마니 살해’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대통령이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고의적으로 갈등을 고조시킬 가장 위험하고 과격한” 바로 그 옵션을 택해 참모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은 트럼프의 ‘예측불허’ 특성이다. “트럼프의 이란 전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며…적대국만이 아니라 우방들도 트럼프의 진의 파악에 난감해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두 편의 분석 보도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극단적 보복과 전쟁 위험까지 불사한 미국의 갑작스런 솔레이마니 살해가 안보전문가, 학자, 정책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며 혼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란의 공격 억제를 위한 작전이었다고 설명하는 한편으로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예상해 수천명 추가 파병을 발표하는 모순,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과 충동적 스타일, 습관적인 사실 왜곡, 복잡한 협상 외면 등이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목표 분석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관련 궁극적 목표와 우선과제, 레드라인과 타협점을 이해는커녕 추측도 하기 힘든 상태를 외교관계 유럽위원회의 엘리 게라마예 분석관은 무엇보다 우려했다.
“우리가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다면 이란인들은 어떻겠는가”라며 랜드연구소의 달리아 케이 중동정책센터 디렉터도 “미국의 의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없다면 이란은 어둠 속에서 작전을 하는 셈이다. 보이지 않아 휘청거리다 레드라인을 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뒤섞인 메시지로 인해 미국의 의도가 잘못 읽히면서 가중되는 혼란이 갈등을 고조시켜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동기와 목표가 일관된 명확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 중동 및 유럽국가들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는데 “우방과 적대국 모두가 미국의 진의를 정확히 판단하고 미국의 향후 대처를 예상할 수 있어야 사태 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게라마예 분석관은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정책이 ‘최대 압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이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 이란이 무엇에 대해 협상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테헤란이 극단적 대처라는 도박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케이 디렉터는 경고했다.
국제 갈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전략 제시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당연한 요구이지만 빈틈없는 계획보다 즉흥적 판단을, 합리적 분석이나 심사숙고보다는 직관에 따른 통치를 선호하는 트럼프에겐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또 대통령 자신이 ‘예측불허’를 상대를 기습할 수 있는 정치적 강점으로 자부하기도 한다.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감행한 다음날, 트럼프는 트윗으로 경고해온 초강경 응징 아닌 절제 대응으로 전쟁 발발을 우려했던 세계를 일단 안심시켰다. 보복이라는 명분을 세우면서도 인명 피해를 피해간 이란의 ‘수위 조절’ 의도를 읽었을 것이다.
미국의 강경 입장을 완화시킨 것은 아니다. 핵무기 보유 절대불가를 경고하고 새로운 경제제재를 부과하며 ‘최대 압력’ 유지를 강조했다. 중동에서의 미국 축출을 궁극적 목적으로 선언한 이란 역시 곳곳에 심어놓은 친이란 과격파들을 통한 대리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예측불허’ 이란 전략도 계속된다는 뜻이다.
중동철수를 공약했던 트럼프가 부시와 오바마로 부터 물려받은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의 3개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거기에 하나 더 ‘이란전쟁’ 보태기는 그 자신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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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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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의원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를 협상의 달인이라 추켜세웠는데 한번 말 해 보길 3년넘게 어떤 협상에 미국 국익을 위해 기여했는가 북한 쭝국 캐나다 멬시코 일본 대한민국...속 내용을 보면 별 변한게없고 말만 번지르르..그래도 이자를 두둔하고 따르고 열심히 응원 15000번이상 거짓말 종교 인종 여자 장애자 가난한자 들를 차별 공갈 협박 비웃고 놀리고.. 이런 모두는 이를 따를자가 아무도 없을것은 모두 아는데 무얼 어떻게보고 느끼고 알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이렇게 들 증흥적으로 입으로만 일을 해 대는이 를.....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