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의지의 실패를 뜻하는 ‘아크라시아(akrasia)’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아크라시아는 무엇이 자신에게 최선인지 알면서도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인간의 속성을 지칭한다. 나에게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정작 실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시늉만 하거나 머뭇거리며 미루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의지박약을 자책하며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습관의 힘은 질기다. 오죽하면 습관을 ‘제 2의 천성’이라 부를까. 그래서 나쁜 습관을 고치거나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용이하지 않다. 신년을 맞아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피트니스 클럽들의 영업방식은 바로 이런 속성에 기반하고 있다.
확 낮춘 할인가격에 마구 회원권을 파는 피트니스 클럽들을 보면 제한된 시설로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다. 회원권을 산 사람들 모두가 빠짐없이 열심히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걸 클럽들은 잘 알고 있다.
신년에 우리가 세우는 다짐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살펴본 한 조사에 따르면 22%는 1주일 만에 포기하고 1달이 지났을 때는 40%가 옛날로 돌아간다. 이 조사결과를 적용해보면 5명에 1명 정도는 이미 신년 다짐을 포기했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고 머릿속으로 다짐할 때는 의지와 자신감이 넘치지만 막상 행동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핑계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결심과 실천 사이의 시간적 괴리가 클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선거 한두 달 전 실시하는 조사에서 나타나는 투표 참여의향 비율과 실제 투표율 사이에 항상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자제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또 우리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자제력을 과신하는 경향 때문에 자신 있게 신년 다짐을 하지만, 그 다짐의 실천은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 앞에 허물어지기 일쑤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무력감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어떤 다짐을 하던 자신의 의지에만 매달리면 실패하기 쉽다. 따라서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전략은 바로 우리의 다짐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 속에 들어 있다. 앞서 말했듯 다짐과 실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클수록 의지는 무너지기 쉽다. 따라서 일단 다짐을 했다면 미루지 말고 곧바로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실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칙은 목표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다짐이라 해도 목표가 두루 뭉실하고 실천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구체성의 힘은 지난 2005년 더햄 대학 대니얼 리드 교수 등의 연구에서도 밝혀진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은퇴시기를 막연히 ‘20년 후’라고 했을 때보다 ‘2037년 10월18일’ 등으로 보다 구체화할 때 은퇴준비에 더 적극적이 된다.
하지만 어떤 다짐을 하고 의지로써 실천을 지속해 나가는 데 정서적 지원만큼 강한 힘은 없다. 한국남성들의 금연결심 계기를 조사한 것을 보니 응답자의 96.5%가 배우자 및 가족의 적극적인 권유를 꼽았다. 완전히 담배를 끊은 사람들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0.5%가 자신들의 강력한 권유를 성공요인으로 들었다. 금연을 결심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그냥 “저축을 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보다 자녀들 이름으로 “우리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저축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실험 결과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우리의 의지와 행동을 능동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지금 신년 다짐이 흔들리고 있다면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흔들리는 의지를 다잡아 주는 지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오려면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하듯 소중한 사람들이 보내주는 지속적인 응원과 격려 또한 중요하다. “우리를 위해 저축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아이들처럼 말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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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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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맞는말인것같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수성향이고. 이런 보수들이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있다. 보수들의 반대만 없으면 현 인류의 발전은 지금의 몇배로 빨리 발전할텐데. 나이가 들수록 이 경향은 더 한것같음. 아마도 뇌의 수축으로 변화에 적응을 잘 못하는듯. ㅊㅊㅊ 꼰대들.
그리스철학자만 그런걸안것이아니고 엣 어른들도 3살 버릇이 여든간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버릇을 남주지아니하지요, 요즘 매일 지겹게 보는 트럼프를 보드라도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하며 커왔으니 지금도 여기저기 말썽 말썽 이젠 전쟁까지....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