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세대가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줍니다"
▶ 80대 설립자·40대 관장·0대 인턴이 같은 꿈을 꾸는 곳
수많은 봉사자들 헌신으로 어려운 이들 희망*안정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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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월대보름잔치 행사 후 젊은 봉사자들과 함께한 사진. 두번째줄 맨왼쪽이 유니스 전 관장, 왼쪽 5번째가 세린 김 인턴(당시 고등학생 봉사자로 참여)
한인사회로 돌아오는 2세들이 많을수록 한인커뮤니티가 성장한다. ‘생존’ ‘정착’에 안간힘을 썼던 1세대의 희생, 그 1세대들의 수고를 가슴깊이 받아들이며 주류와의 연계를 열어간 1.5세들의 중간자적 역할, 이제 주류와의 공조를 넓히며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당당함을 떨칠 2세들의 도약과 진출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갈 때 한인커뮤니티의 미래도 탄탄할 것이다. 80대 김희식 설립자(명예회장), 40대 유니스 전 관장, 10대 세린 김 인턴, 3세대가 함께 일하는 실리콘밸리봉사회(KACS)는 세대간의 조화가 제1 과제인 한인단체들에게 모델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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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전 관장
유니스 전 관장
6년째 KACS를 이끌고 있는 유니스 전 관장(40)은 “하루 80여명 시니어들이 찾는 KACS가 41년의 역사를 이어온 원동력은 80대에도 지금까지 봉사하는 김희식 설립자, 이문희 전 회장 같은 겸손한 선배분들, 18세 세린 김 대학생 인턴 같은 젊은 봉사자들이 함께하고, 대화와 소통의 채널이 열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오피스 어시스턴트, 2014년 관장대행을 거쳐 2015년 30대 중반 나이에 파격적으로 관장직에 오른 전 관장의 삶을 바꾼 건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도우면서부터다. 어학연수차 베이지역에 온 그는 교회밴드 기타 연주자로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KCCEB) 가정폭력예방프로그램 ‘쉼터’ 행사에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고, 쉼터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는 “이정렬 전 KCCEB 관장, 이사벨 강 전 쉼터 디렉터를 만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을 도우며 맞서 싸운 그들의 열정과 용기, 뜨거웠던 사명은 지금도 나에게 큰 도전과 힘을 준다”고 말했다.
전 관장은 “매년 자신이 보험료를 내면서 침술봉사하는 원철호 현 회장 등 아무 댓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자들을 보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많은 고충과 어려움, 도전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묵묵하게 봉사하는 봉사자들과 봉사회를 지지해주는 회원들이 있기에 KACS가 존재해왔다”고 존경을 보냈다.
그는 “봉사회가 30년 이상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지원 목적에 맞게 펀드를 사용하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필요한 리포트를 제때 작성해서 제출하는 등 정부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기 때문”이라면서 “봉사회는 매년 외부감사를 포함한, 산호세의 감사, 산타클라라카운티의 감사 등 최소 세번 이상의 감사를 꾸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 관장은 “투명한 재정보고는 커뮤니티와의 약속이자 우리를 믿어준 정부기관과 소중한 후원금을 주신 기부자들의 뜻을 이행한 입증기록”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기관의 신뢰와 명성은 바로 재정의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면서 “2018년 SF총영사관 주최 동포역량강화 컨퍼런스에서 KACS가 재정투명 모범단체로 선정된 바 있다”고 말했다.
새해 그의 앞에는 많은 일이 놓여 있다. 10년에 한번 있는 센서스가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있다. 전 관장은 한인들이 이땅에서 고립된 채 이방인으로 살아가지 말고 미국사회 일원으로 센서스와 선거 등에 참여하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는 “2020 센서스 조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1명당 2,000달러의 혜택을 잃어버린다”면서 “향후 10년의 미래를 좌우하는 센서스, 한인 보팅파워를 입증할 유권자등록 및 투표참여 캠페인을 새해에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타클라라카운티에 거주하는 이민 1세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Needs Assessment)’를 할 계획이다. 이민 1세대가 겪었던, 겪고 있는 문제들을 카테고리별로 심도있게 연구해 그 어려움을 해결할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고령시니어 차량픽업서비스(현재 11곳)를 확대하고, 차세대들의 봉사 기회를 넓히며, 낙상방지 교육과 두뇌운동 등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다. 또 사회복지서비스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높여 협력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새해에 건물이전 프로젝트를 더 진전시켜야 하는 책임감도 크다. 전 관장은 “25년간 산호세시로부터 리스받은 봉사회 본관건물 계약이 2023년 3월로 만료된다”면서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여러 여건상 재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3-2008년 5년간 모은 건축기금 50만달러와 산호세시 매칭펀드 50만달러를 합쳐 구입한 신관건물로는 현재 늘어난 다양한 프로그램과 방문자들을 소화할 수 없어 건물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한인사회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현재 조성된 건축기금은 20만달러이다.
전 관장은 “어려운 일에 처한 분들이 봉사회 도움으로 희망을 찾고, 살길을 찾고, 생활의 안정을 찾는 것을 보는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보람되다”면서 “어려운 분들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 답답한 분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봉사회에 올 때 제일 행복하다’ ‘봉사회가 나날이 좋아진다’ ‘매 행사마다 성황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큰 가치와 성취,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100년의 미래를 바라보며 한인사회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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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설립자.
김희식 설립자(명예회장)
“아직까지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기회가 있어 감사할 뿐이죠”
1979년 수 김 등과 KACS를 설립한 전 산타클라라카운티 소셜워커 김희식 명예회장은 지금도 매주 금요일 봉사회를 찾아 점심서브와 설거지를 한다. 설립자가 노령의 몸을 이끌고 솔선수범을 보이니 모두들 존경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초기엔 오로지 무보수 봉사자의 희생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KACS가 이제는 직원 11명, 연예산 50만달러 중 70%를 정부로부터 펀딩받는 비영리기관이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다”면서 “철저한 재정감사, 투명한 재정보고로 높은 신뢰를 받기 때문에 매년 카운티 정부의 지원금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은 “소설워커로 일할 때 카운티에서 한인들을 도우라고 일주일에 몇시간씩 시간을 할애해주었다”면서 “설립초기에는 통역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들의 이민정착을 위해 뛰었고, 언어장벽으로 제한된 사회기본 서비스를 받도록 도와주었다”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한인들이 당면한 문제들도 시니어복지, 가정폭력, 정신건강, 시민참여 등으로 다양화됐다”고 설명했다.
김 명예회장은 “1세대, 1.5 및 2세대들이 힘을 합쳐 일하면 단체의 뿌리가 튼튼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이라면서 “한인커뮤니티를 더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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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 김 인턴.
세린 김 인턴
산호세주립대 1학년생인 세린 김(18) KACS 커뮤니티 아웃리치 코디네이터 인턴은 스마트폰 사용법과 ESL 수업을 하고, 대학교와 고등학교 대상으로 유권자등록 캠페인, 인구조사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2018-2019년 월콕스고등학교 코리안클럽 대표로 활동한 세린은 KACS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신의 할머니를 통해 KACS를 알게 된 후 고등학교 때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8개월 때 미국에 온 김 인턴은 “1년간 2가지 수업을 통해 시니어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어 실력이 좋아졌다”면서 “남을 돕는 일에 행복을 느꼈고, 시니어와 친해지는 법을 터득했으며, 내향적 성격도 아웃리치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졌고, 나와 공동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낯선 환경에 도전하는 등 개인적으로 큰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인턴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주변이 달라지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특히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통찰력을 준 유니스 전 관장님이 내가 진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2020년 유권자등록 및 센서스 참여독려 캠페인을 통해 주류와의 커넥션을 더 넓힐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19년 어버이날 행사에서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젊은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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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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