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생을 잊지 않은 사람들의 '커뮤니티 보답'
▶ 한인사회로 환원하는 아름다운 나눔 역사
5년간 한인비영리기관에 116만달러 지원
세상 바꾸는 한인기부문화 확산되길 소망
==
그들은 어떻게 성공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매년 연례 갈라를 통해 기금조성액의 목표치를 넘어서고 또 넘어설까, 한인사회로 환원하는 아름다운 기부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SF한인커뮤니티재단(KACF-SF, 대표 소피아 오-김)이 한인사회의 미래목표와 방향, 영감과 비전을 제시해준다. 이들은 도네이션이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미션을 공유하는 관계의 구축, 서로를 연결하는 소통의 채널, 받은 것을 돌려주는 나눔, 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하는 유산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성공한 한인들은 많지만 ‘단합심이 부족하다’고 한인들을 내려깎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낮추는 그 벽을 깨면서, 한인커뮤니티의 자생력을 끌어올리는 파워풀한 응집력을 빚어내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길을 내는 개척이자 진심이 통하는 감동의 세레모니이며, 우리가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한인단체의 모델이라고 높이고 싶다.
다음은 KACF-SF 리나 박 사무총장(통역 최은영 재무)이 지난 12월 8일 ‘SF총영사관 제2회 동포단체 역량강화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수많은 자녀들은 부모세대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내 부모에게만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에 대한 감사함을 한인커뮤니티에 나누고 싶어한다. 지난 8월 16일 KACF-SF 준이사회(Associate Board)가 주최한 ‘Summer Soiree’ 이벤트. 2세들로 구성된 준이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KACF-SF의 미션을 알리면서 지역봉사, 펀드레이징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KACF-SF>
2014년 13명이 설립한 KACF-SF는 펀드레이징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한인비영리단체들을 서포트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시니어복지, 정신건강 및 가정폭력, 저소득층 및 이민가정 프로그램, 청소년 역량강화, 시민참여사업 등의 사업에 116만달러를 지원한 KACF-SF를 보며 많은 분들이 어떻게 기금을 마련하느냐고 궁금해한다. 2019년에도 연례 갈라를 통해 70만달러의 기금을 모았다. 우리는 1년동안 갈라가 아닌 소규모 이벤트를 통해서도 기금을 마련한다.
펀드레이징은 단순한 1회성 행사나 기부가 아니라 ▶우리의 스토리를 이야기하고(Tell your story) ▶소통하고(Connect) ▶관계를 쌓아가고(Build relationships) ▶나누고(Give back) ▶재단의 투명한 운영방식을 공개하는(Practice good governance) 자리이다. 이 과정은 KACF-SF 운영 전반을 이끄는 정신이자 도너들과 수혜기관을 존중하며 그들을 하나의 커뮤니티(One Community)로 연대시키는 우리의 소명 실현이다.
펀드레이징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한인들의 삶 개선’이라는 재단의 미션과 존재가치에 공감, 지지, 성원하는 도너들과 만난다. 베이지역 한인 중 22%가 저소득층이고, 16%가 무보험자이며, 가주 한인의 75%(4명중 3명)는 언어장벽으로 사회 기본서비스 접근에 제한받고 있고, 시니어인구의 20%는 빈곤에 허덕이며, 파트너 폭력율도 한인이 가장 높다는 데이터를 접한 도너들은 지금 당장 한인커뮤니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는다.
이민 오기 직전 찍은 리나의 어린시절 모습 <사진 KACF-SF>
한인 이민 열풍이 부는 시기에 나는 미국에 왔다. 4살 때였다. 이 사진은 이민 오기 직전 할머니와 동생과 찍은 사진이다. 우리 가족은 오하이오주 한 마을에 정착했다. 학교에 가면 나와 내동생, 또다른 아이 3명만 한인인 곳에서 자랐다. 이민자 자녀로서 부모세대가 자식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보았다. 미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수많은 자녀들은 부모세대의 희생없이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 부모에게만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에 대한 감사함을 커뮤니티에 나누고 싶어한다. 그 나눔은 우리 다음세대뿐 아니라 새롭게 이곳에 온 이민가정들에게 더 많은 리소스와 서포트,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재단 후원자 중에는 나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4살에 왔건, 14살에 왔건, 40살에 왔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건, 한인이 많은 도시에 살건, 한인이 전혀 없는 곳에 살건, 스스로를 한국사람이라 생각하건, 미국사람이라 생각하건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것은 우리의 미션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펀드레이징 행사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자선모금행사는 한국의 문화유산(heritage)을 기념(celebrate)하고, 한국사람으로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기금을 모으는 것을 넘어 우리는 함께 모여 좋은 일을 하고, 서로 도우며 발전해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펀드레이징은 완수해야 하는 목표, 그 이상이다. 그것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무언가의 댓가를 바라지 않고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런 관계가 구축됐을 때 기부자들은 재단의 진실함과 투명함을 믿으며, 재단은 기부자들의 수고와 노력을 존중하며 감사를 보내게 된다.
KACF-SF 펀드레이징 원칙을 발표한 리나 박 사무총장(오른쪽)과 통역을 맡은 최은영 재무
애니메이션 ‘UP’과 ‘Inside Out’에 참여했던 에드윈 장 픽사 감독은 ‘바람(wind)’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뒤 재단 직원들을 시사회에 초대했다.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다. 픽사 투어를 펀드레이징 행사 옥션아이템으로 도네이션해준 장 감독의 작품을 우리도 재단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홍보했다. 이렇게 서로를 도우며 우리는 함께 발전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한인기부문화는 이렇게 확산되어간다.
<
신영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