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에 걸맞게 기술과 환경 혁신 주도한다”
▶ 로봇 햄버거 vs. 일회용 컵“NO” 카페
정보기술(IT) 혁명의 근원지인 실리콘밸리가 포함된 베이지역은 그 명성에 걸맞게 기술혁신의 붐을 일으키며 미 전역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전세계를 장악한 IT계 거물급 기업들이 즐비해 있을 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을 독점하고 거대한 자산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사우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바이오테크(BT) 기업들의 격전지가 형성돼 IT와 BT가 융합된 바이오 정보기술(IBT) 분야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술과 환경을 접목시킨 비즈니스들과 주정부의 다양한 친환경 정책은 베이지역을 명실공히 대표 친환경 도시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본사가 팔로알토에 위치하는가 하면 멘로파크는 지난 14일 미 최초 전기소방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클랜드를 본사로 하는 대표 커피업체 ‘블루보틀’은 2020년 말까지 미 전역 70개 지점에 ‘쓰레기 제로’(zero-waste)를 달성하기 위해 베이지역 2개 지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아예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두 분야에서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지역은 주민들의 실생활 속에서도 기술 및 환경의 혁신적인 변화들을 엿볼 수 있다. 그중 대중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두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바로 세계 최초 로봇 햄버거 가게인 ‘크리에이터’(Creator)와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이 없는 ‘퍼치 커피 하우스’(Perch Coffee House).
로봇 햄버거가게 ‘크리에이터’ “신선한 맛으로 승부한다”
샌프란시스코 ‘소마’(SOMA)에 위치한 ‘크리에이터’는 세계 최초 로봇이 만드는 햄버거 가게다. 단순히 사람을 흉내내는 로봇이 패티를 뒤집고 재료를 쌓아 올리는 차원이 아니다. ‘크리에이터’의 최첨단 로봇 버거제조 장치는 재료를 자르고 손질하고 고기를 갈아 패티를 만들고 굽고 쌓아올리는 모든 과정을 단 5분만에 끝낸다.
과정은 이렇다. 주문이 들어가면 ‘크리에이터’ 로봇은 통으로 된 브리오슈 번(밀가루, 계란, 버터로 만들어진 달고 작은 빵)을 반으로 잘라 버터를 바른 후 노릇하게 굽는다. 로봇 중앙에는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토마토와 양파, 피클, 양상추 등이 담긴 투명 냉장 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색깔별로 가지런히 담긴 재료들은 목재와 흰색으로 심플하게 디자인된 로봇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문에 따라 재료들이 손질되면 버거에 얹혀지며, 생고기를 간 패티가 완성된다. 소스 종류는 15가지.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리 손질된 야채와 패티가 아닌 생 야채와 고기를 즉석에서 손질한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의 창립자 알렉스 바다코스타스는 “가장 신선한 버거를 만드는 것”이 중점이라고 했다.
목재와 흰색으로 심플하게 디자인된‘크리에이터’ 버거 제조 로봇. 중앙에는 냉장고 역할을 하는 투명한 관에 치즈와 양상추, 양파, 토마토, 피클 등이 쌓여 있으며, 위에는 통으로 된 브리오슈 번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크리에이터’에는 총 8가지 버거가 있는데 그 중 인기메뉴인‘크리에이터 vs. 더 월드’버거.
350개의 센서와 20대의 컴퓨터, 50대의 작동기와 각종 알고리즘, 코드로 작동되는 ‘크리에이터’ 로봇은 애플과 나사, 테슬라 등의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엔지니어 및 로봇기술자들의 8여년간 노력끝에 탄생했다. 그러나 이 모든 여정은 ‘어떻게 하면 음식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바다코스타스는 “‘크리에이터’ 로봇에는 과학적인 원리로 먹는 사람의 식감까지 최대로 살리는 기술이 결합돼 있다”며 “갈린 고기가 사람들이 베어먹는 각도와 수직이 되게끔 일정하게 패티로 만들어져 입안에서 고기가 보다 부드럽게 분해될 수 있는 게 한 예”라고 말했다. 또 11개의 온도센서로 실온과 조리대 등의 온도를 감지해 최적의 조리상태를 만드는가 하면 패티를 구울 때 나오는 자욱한 연기를 빨아들이는 필터가 장착돼 보다 쾌적한 식사환경을 제공한다.
최상의 하이텍이 결합된 로봇버거의 가격은 고작 6~7달러선. 맛에 대한 평가 또한 긍적적이다.
온라인 리뷰 앱 ‘옐프’에 적힌 후기들을 보면 리즈 B.는 “실리콘밸리라는 명성에 걸맞는 기발하고 신기한 곳”이라며 “소스와 패티가 너무 맛있었다”고 평했다.
바다코스타스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생각을 깨기 위해 주문은 사람이 받는다”며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신선한 재료 선택과 특제소스 제조 역시 담당 수셰프가 한다”며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에이터’에는 주문을 받고 안내하는 직원들도 있다.
▲주소: 680 Folsom Street in San Francisco, CA
▲영업시간: 수~금 오전 11시~오후 2시
퍼치 커피 하우스 “일회용 컵이 아예 없다고?”
환경 변화 주도를 위해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카페가 있다. 바로 오클랜드 레이크 메리엇 인근에 위치한 ‘퍼치 커피 하우스’(Perch Coffee House).
노란 간판이 눈에 띄는 ‘퍼치 커피 하우스’에서는 일회용 종이 혹은 플라스틱 컵을 찾아볼 수 없다. 테이크아웃을 원할 경우 자신의 컵을 가져오거나 50센트를 내고 유리병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추후 유리병을 다시 가져와 재사용하게끔 하는 것이 카페의 목적이다. 재사용 유리병을 가져올 경우 고객들은 25센트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새 모양 로고에 수평으로 길게 뻗은 노란색 간판이 눈에 띈다.
테이크 아웃시 50센트를 디파짓하고 제공되는 유리병에 아이스 티가 담겨있다.
이는 테이크아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카페 비즈니스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다.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베이지역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일회용 음식용기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카페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오너 케다 코드는 “카페 종이컵이 인도나 호수에 버려진 것을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며 “환경을 위해 누군가는 시작해야만 했던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월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오클랜드 비영리단체 ‘포 히어 플리즈’ (For Here Please)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같은 변화를 주도했다. ‘포 히어 플리즈’는 보통 한 카페당 매주 1500개에서 4,000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를 낸 바 있다.
환경의식을 알리고 실천하는 ‘퍼치 커피 하우스’의 이같은 운영방식에 사람들의 행동변화 또한 빠르게 감지됐다. 코드는 “초기 재사용 컵 혹은 유리병을 가져오는 고객들이 하루 평균 4명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10배가 넘는 40여명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리병을 설거지해야 하는 등 물사용에 대한 부담도 있겠으나 실제로 설거지하는데 사용되는 물이 일회용 제품 생산에 사용될 때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고객 에리카 M.은 “플라스틱 사용 제로 운동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며 “사람들의 환경의식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극찬했다.
변화는 고객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오클랜드의 또 다른 카페 ‘학 앤 포니’(Hawk & Pony)는 ‘피치 커피 하우스’를 표본으로 유리병 렌트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세일즈타워에 개장 예정인 ‘부티크 크렌’(Boutique Crenn) 카페 역시 ‘제로 쓰레기’를 목표로 일회용 컵과 봉투 등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퍼치 커피 하우스’에서 유리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는 고객들
카페 내부 전경 <퍼치 커피 하우스 페이스북>
▲주소: 440 Grand Ave, Oakland, CA 94610
▲영업시간: 월~금 오전 7시 30분~오후 4시, 토~일 오전 8시~오후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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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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