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에 나가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공개변론을 하였다. 7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헌법소원에 대한 큰 성과 중 하나였다. 한국 나가기 전에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이는 2세 자녀들의 앞날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청구인의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최근 프랑스 디지털 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된 세드리크 오 한인 2세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의 현재 나이는 37세라고 한다. 만약 오 장관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국적 보유자이고 또한 그의 생년월일이 1983년 5월 25일 이후라면 홍준표 법의 영향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며 그의 어린 아들도 복수국적자로 남아 국적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도 오 장관과 똑같은 상황으로 이중국적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더 많은 유사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 이슈는 해외동포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 국익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나는 15년 동안 홍준표 법을 정당화 시켜준 헌법재판소의 잘못된 3가지 결정을 지적하면서 관련 국적법 조항의 문제점 및 미국 내 실제 피해 현실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였다.
첫째, 원정출산과 이민출산을 구별하지 못한 홍준표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6년 결정에서 “2005년 홍준표 법은 국적이탈 기간을 18세에서 3개월 더 연장해 주었기에 피해 보다는 오히려 이익을 준 법” 이라고 했다. 일부는 맞다. 호적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구법에 비해 새로운 홍준표 법에 의해 3개월이 더 연장되었다. 그러나 홍준표 법에 의해 한국 호적에 올리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에게는 새로운 국적이탈 의무가 생겨서 국적이탈을 놓치면 38세까지 국적이탈이 불가능해졌기에 이익 보다는 오히려 피해를 준 법인 것이다. 바로 이런 홍준표 법의 맹점을 헌법재판소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둘째, 홍준표 법에 대한 홍보와 통지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결정에서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이나 국적선택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귀책없이 알지 못하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라고 했다.
그러나 변호사인 나도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홍준표 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현실을 증언하였다. 법무부 주관 2018년 재외동포 설문조사에서 80%가 사실상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제도를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는 뉴저지와 뉴욕 그리고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상대로 조사한 것으로 중소도시나 한인이 없는 지역의 경우 이런 제도를 모르고 있는 동포들이 휠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설령 국적선택기간 내에 국적이탈을 하려 해도 그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여 청구인과 같은 혼혈인 2세는 국적이탈 신청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국적선택의 자유 및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한인 2세의 공직진출의 발목을 잡는 홍준표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결정에서 “공직에 진출 못하는 것은 극히 우연적인 사정” 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의 개념을 매우 좁게 해석했는데 실은 공직 진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고, 무엇보다 복수국적을 해소하지 못함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공직 등에 진출하는데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법무부 측에서는 기회주의적 병역면탈 우려를 강조하였는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은 외국에 생활기반을 두고 대한민국과 특별한 연관 없이 살아가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현행 국적이탈제도를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법무부의 대리인은 즉답을 하지 못하고 관련 내용을 조사하여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아마 악용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추후 서면을 받는 즉시 재판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재판관의 질문을 통해 헌법재판소도 우리가 다투는 국적법 조항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늦기 전에 홍준표 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속히 내려 글로벌 시대의 선진 한국을 기대해 본다.
(703)914-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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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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