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원로정치인은 한국의 정국 추이를 진단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측근 복은 없어도 야당 복은 크게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의 잇단 실축에도 불구하고 여당 우위의 지지율 형세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1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긍정평가는 49.3%, 부정평가는 46.9%였다, 정당 지지율은 여당이 41.20%였던데 반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9.5%였다. 좀처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하고 30% 내외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현재의 지지율 추세로는 보수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이처럼 보수의 세 회복이 지지부진한 것은 최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계속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며 그 중심에는 황교안 대표가 있다.
탄핵정국 당시 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보겠다며 자유한국당에 입당했을 때 그의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황교안의 착각’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가 호된 댓글 공격을 받았다. 당시 보수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래를 모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었다.
그런 마당에 기성 정치인이 아닌 황교안이 정치에 나선다는 뉴스는 그의 과거 전력과는 상관없이 보수층의 기대를 한껏 높이기에 충분했다. 정치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대권 여론조사에서 내내 보수후보 1위를 달린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니 황교안을 향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의 칼럼에 많은 보수적 독자들이 분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황교안이 보여준 야당대표로서의 행보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평생에 걸쳐 형성돼 온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과 사고방식, 태도, 가치관 등은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황교안 대표는 ‘태도’와 ‘가치관’에서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노정해왔다. 그가 보인 가장 두드러진 태도상 특징은 리더로서 뚜렷한 소신과 철학을 보여주기 보다는 지나치게 상황을 모면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언어는 구체성이 결여된 채 추상적이고 원론을 맴돌기 일쑤다.
태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황 대표의 가치관이다. 그는 평생 공안검사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신앙적으로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이다. 이 두 영역의 가치는 새로운 시대를 보듬기에 너무나 낡고 시대착오적이다. 그래서 11개월 전 칼럼에서 “만약 황교안의 정치생명이 길어진다면 그것은 보수가 그만큼 더 퇴행하고 있다는 징후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썼던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황 대표는 노동과 인권 등 많은 분야에서 시대의 패러다임에 뒤떨어진 인식과 감수성을 드러내왔다. 모두가 그렇게 말리는데도 ‘논란투성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그의 처신에서도 가치의 지배력이 얼마나 모질고 끈질긴가를 보게 된다.
그런 황 대표가 과거와 달라진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공안검사 시절 그토록 비판했던 삭발과 단식, 집회 같은 투쟁방식을 지금은 자신의 죽기살기식 싸움수단으로 열심히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난장판이 돼버린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보수집회에서 메가폰을 잡은 채 “애국시민 여러분을 보니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는 동영상을 보면서 “대통령이 정말 야당 복 하나는 타고 났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런 집회의 열기와 환호는 ‘메아리 효과’를 불러 일으켜 마이크를 잡는 사람들에게 강한 자기 확신과 착각을 불어넣어 준다. 황 대표가 대중집회에 열심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효과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그의 정치생명과 보수의 미래에 별로 이로울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7명의 차세대 지도자 조사에서 황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67%) 나타났다. 이것은 그의 개인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보수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냉철하게, 그리고 빨리 인식할수록 보수의 재건 또한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아닌, 대한민국에 복이 되는 야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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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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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통보수는 민주당이지요. 자유한국당은 그저 이권만 노리는 양아치 집단이지요.
조윤성씨 정말 판단잘했네요 보수는무슨보수 무능력하고 자기욕심만 가득한 사람들이 문정부 1등공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