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에 험악한 설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런 “말의 전쟁”은 핵 협상회담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쌍방이 사용하는 도발적 언사는 상호간의 군사력 시위를 동반하고 있다.
얼마전 트럼프는 런던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로켓 맨’이라 불렀고, 같은 날 북한은 트럼프를 ‘정신나간 늙다리’라고 맞받아쳤다. ‘늙다리’란 트럼프의 별명은 김정은이 지어냈다. 트럼프는 악지도 김정일과의 관계는 좋지만, 필요하다면,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처하기 위해서 “무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북미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내비췄다.
북한의 대변인들은 벌써 한달째 - 외무성, 인민군과 국방과학연구원 등을 통해서 - 대미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암시하는 성명들의 요지는 북한이 곧 완전한 핵보유국가로 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제재 해제나 평화조약 또는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워싱턴과 유엔에서 북한의 도발적 언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군대는 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한다.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체계도 보완하고 있다. 미군은 북미간의 외교협상 재개 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만약 외교가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엄청난 군사행동을 감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편 북한은 금년 만해도, 13차례에 걸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신무기 발사실험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 엔진 개발을 위한 것으로 간주되는 “두 차례에 걸친 중요한 실험에 성공했다”고 북한의 국방과학원이 발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용일 수도 있다. 실험장소는 김정은이 2018년 철폐하겠다고 말한 동창리 미사일 기지와 같은 곳이다.
12월14일 박정철 인민군 총참모장은 실험결과를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하여,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 압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적대세력들의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도발에도 대비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 하지 말아야 한다” 했다.
북한 인민군 서열 2위인 박 총참모장은 “우리 군대는 최고 영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국과 다른 호전세력들이 연말을 편히게 보내려면, 우리를 건드리는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12월 12일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는 이미 말한바와 같이 (회담을 안해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미국이 택하는 어떤 대안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회담재개를 위해서 새로운 제안을 할 것으로 보지않는다. 대변인은 북한은 북한이 선택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 분명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구태여 긍정적 측면을 찾아본다. 지금의 상황이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위기처럼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외교가 해야 할 역활도 남아있다. 북한도 아직 대화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한국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 전쟁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 한국에서 또 다시 전쟁이 터진다면, 핵전쟁으로 이어져 남북은 공멸하고 말 것이다. 핵 전쟁의 결과는 복구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다. 북한은 무엇이 자국과 자국의 인민을 위한 최선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설정한 연말시한과 관련하여 그의 결정이 무엇인지 멀지 않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위협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 그것이 ICBM 발사 재개이건, 대화중단의 공식선언이건 -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아직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한편 미국이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선비핵화, 후 보상”의 접근방법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긍정적 조치들에 대한 보상은 비핵화 이후가 아니라 비핵화 과정중에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 한, 대화에 복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나 위협적 언행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워협은 상대방에 대한 의도적이건 아니건, 긴장만 고조시키고 상대방에 의한 위험한 오판의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협상 대표 비건이 17일 까지 한국을 방문중인데, 그동안에 돌파구를 향한 모종의 계기가 발견되기를 기대해 본다. 무리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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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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