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별명은 ‘관세 인간’(Tariff Man)이다. 남이 지어준 게 아니라 스스로 붙인 걸 보면 어지간히 관세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취임하자마자 중국처럼 불공정 무역을 해온 잠재 적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에게까지 ‘안보’를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올 초 불황의 예고탄인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고 올 여름 10년 만기 연방국채의 수익률이 1.4% 선까지 내려갔던 것은 모두 이런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으로 내년 세계적인 불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투자가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던 트럼프가 지난 주 전격적으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를 선언했다. 합의내용은 미국이 15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1,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물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고 지난 9월부터 시행해온 1,2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물품에 대한 15%의 관세를 절반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 대가로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대폭 늘리고 중국 진출 미국기업의 강제 기술이전과 특허 절도 관행을 중단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이번 협상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다. 트럼프는 향후 1년간 중국이 500억 달러의 미 농산물을 살 것이라 밝혔지만 중국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 농산물 수입을 늘릴 것은 확실하다. 지난 번 아프리카 열병의 창궐로 중국 돼지의 절반 가까이 죽는 바람에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의 절대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미국의 대 중국 관세는 즉시 취소되거나 인하되는데 중국이 한 약속이 지켜질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관세는 원상으로 돌아간다는 ‘스냅백’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대선 캠페인이 한창인 와중에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재연해 주가폭락과 경기침체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관세 인간’ 트럼프는 어째서 관세를 깎아주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가장 큰 이유가 미 대선 판도를 결정지을 중서부의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1억3,600만 유효표 중 힐러리 클린턴에게 300만 표를 지고도 펜실베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건 3주에서 몇만 표를 이겨 당선됐다. 펜실베니아에서 4만4,000표(0.7%), 위스콘신에서 2만8,000표(0.7), 미시건에서 1만1,000표(0.2%)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바람에 승자 독식주의에 따라 이들 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갔고 그 결과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이들 주가 지금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 10월부터 미시건과 펜실베니아 등 중서부 지역 제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이 분야 취업인구가 급감한데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농업도 좋지 않다.
트럼프 집권 기간 중 유타와 네바다 등 서부지역은 9%가 넘는 일자리 증가를 기록한 반면 펜실베니아, 미시건, 오하이오,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중서부 지역 주들은 불과 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장담하며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2020년 대선 승리에 필요한 이들 주의 경기를 활성화 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하여금 이들 주의 농산물을 사게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질질 끌어오던 민주당과의 새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협상이 전격 타결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멕시코 노동조건의 엄격한 집행 같은 민주당 요구를 트럼프가 대폭 수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고 내년 대선 캠페인에서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 필요한 트럼프가 민주당 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간에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으로 접어들고 USMCA의 의회 승인이 확실시되면서 안전 자산인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 인간’ 트럼프도 관세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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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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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그래도 트럼프가 전임자들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전임자들은 아무 것도 해놓은게 없고 오히려 망쳐 놓지 않았습니까.
트럼프야언제든지 지지자들은 이용 가치로만 생각하지 그들의 삶은 크게 관심이 없는듯하며, 하물며 미국이 장래가 어떻게 될지도 큰 관심이 없어보이니 이런자를 밀어주고 지지하고 신 모시드 하는 이들은 언제까지나 진실을 볼수잇을까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