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 경남대 명예 교수
어둠(dark)은 암흑, 지하, 비밀, 죽음 등과 연상된다.
시리즈로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 다크 페이트(dark fate)란 부제가 붙었다.
주인공의 힘들고 어두운, 시련의 운명을 예감케 한다.
인터넷에서 만일을 위해 구비해 둔 지하 통로 같은 다크 웹(dark web)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어 논란이다.
다크 웹은 미국 해군연구소가 1990년대 중반에 개발한 TOR(The Onion Routing)라는 기술로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데, IP 주소 등을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크한? 용도로 쓰이게 되었다.
말하자면 접속자들 간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유통이나 마약·무기 등의 밀매가 이뤄지는 등 범죄에 활용되는 것이다.
다크 웹과 딥 웹(deep web)이라는 용어가 섞여 사용되고 있지만 의미가 다르다.
딥 웹은 검색 엔진이 찾을 수 없는 모든 웹 페이지를 의미한다.
그러니 다크 웹은 딥 웹의 일부로 포함이 된다.
사실 다크 웹이란 적절하지 않은 이름이기도 하다.
TOR는 불법이 아니며, TOR를 이용하면 익명으로 의사소통하고, 출판하고,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이를 막는 나라가 있다.
정상적인 인터넷(클리어 웹)을 검열하는 나라들이 그렇다.
TOR를 사용하고 지지하는 것이 곧,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돕는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크 웹은 밝은 면이 더 많은 것이다.
TOR를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이 클리어 웹을 사용해서도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TOR 자체가 다크 웹이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컴퓨터로 다크 웹에 접속하려면 https://www.torproject.org에서 브라우저를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되지만 무료 영화 정도나 보고 말기를 당부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오보트(OrBot)나 오폭스(OrFox)를 이용하고 iOS 사용자는 어니언브라우저(OnionBrowser)를 찾아 쓰면 된다.
다크 웹에 대한 이용자가 늘면서 범죄도 늘어 검찰과 경찰은 철저히 단속을 할 것이라고 벼른다.
불법을 하는 다크 웹 운영자는 물론이고 이용자도 처벌 대상이라며 다크 웹에서 일어나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유통, 마약·총기 밀매, 청부 해킹, 개인정보 거래 등에 대해 많은 수사관을 투입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수사는 쉽지 않지만 국제 공조를 해야 가능하다.
인터넷 자체가 월드 와이드 웹(WWW)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다크 웹 이용자가 국내에서 두 배로 급증하였고 하루 평균 1만 3천명이나 이용한단다.
세계적으로는 하루 이용자가 3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이 불법 거래에 사용하는 돈은 암호 화폐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다.
익명성 때문이다.
나는 다크 웹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사용하지 않으니 피해 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우리가 가입한 웹사이트가 하나라도 있다면 거기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들어 있다.
적어도 아이디와 패스워드,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아이디와 패스워드 수천만 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대입프로그램으로 돌려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이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는 다크 웹에서 공공연히 거래된다.
어느 날, 내가 피해자가 되고 또 가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도의 기술을 가진 해커가 나를 표적으로 할 가치가 있다면 내 신상정보를 지키는 것은 CCTV에 찍히지 않고 돌아다니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폰이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기기와 기능을 흡수한다.
이미 녹음기와 카메라, 팩스와 내비는 물론이고 놀라운 의료기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추가될 기능은 무궁할 것이다.
스마트 폰 없이는 살수 없게 되었고 터미네이터가 추적해 오는 다크 페이트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보안이다.
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처럼 또 새로운 이 위협을 어찌할 건지?
다크 웹은 잘 쓰면 약이지만 아차하면 독이 되는 양날의 칼이다.
저술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2판, 공저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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