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인원 70%가 60~70대지만 증가폭은 40대 1.5배, 50대 1.4배
사회활동·스마트폰 사용 증가탓
▶ 노안은 근거리 시력만 떨어지나...백내장은 원거리 시력도 나빠져
정밀작업자 ‘단초점’ 수술이 유리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가 세극등 현미경으로 백내장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앙대병원]
40~50대 여성의 백내장 수술 증가율이 유달리 가파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불편함을 빨리 알아차리고 원활한 활동을 위해 일찍 수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스마트폰 사용 증가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4~2018년 백내장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16만명에서 134만명으로 16% 늘었다. 진료인원 10명 중 7명이 60~70대 연령층이지만 증가폭은 40~50대 여성이 각각 1.5배, 1.4배로 가장 컸다. 여성 60대와 남성 50~60대도 1.2배씩 늘었다.
◇2014~2018년 백내장 진료인원 16% 증가
이런 현상은 국내 최대 안과병원인 김안과병원의 백내장 수술인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40~50대 연령층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2009년 37%(1,883명 중 691명)에서 올해 45%(이달 25일 현재 2,119명 중 948명)로 커졌다. 이 병원의 백내장 수술인원은 2009년 6,943명에서 올해 처음 1만명(이달 25일까지)을 넘어섰다.
노안(老眼)과 백내장은 공통적으로 눈이 침침해지고 시력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발병원인과 치료법이 다른 만큼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다. 눈에는 카메라의 자동초점 기능과 같은 조절력이 있다. 가까운 물체를 볼 때는 눈 속 수정체가 두꺼워지며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준다. 하지만 노화 등으로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먼 거리는 잘 보여도 가까이 있는 물건이나 신문 글씨 등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독서할 때 처음에는 잘 보이다가 곧 흐려지고 편두통·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공부나 장시간의 스마트폰·컴퓨터 사용으로 먼 거리를 볼 일이 별로 없는 청소년·직장인들이 늘면서 30~40대 ‘젊은 노안’ 인구도 늘고 있다. 작은 글씨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다 보면 수정체의 조절력이 약해져 근시가 늘어나고 노안이 빨리 오기 쉽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힌다. 따라서 먼 곳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은 잘 보인다. 수정체의 탄력이 비슷하다면 노안은 가까운 거리가 잘 안 보이는 원시인 사람에게 빨리 온다.
근시는 원래 가까운 거리의 글씨를 잘 보기 때문에 노안으로 인한 시력 저하가 덜 하다. 근시 특히 고도근시인 경우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안구 내면을 이루는 신경막 조직인 망막이 얇아지고 시신경이 약해져 나중에 백내장·녹내장 같은 노인성 안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노안으로 진단을 받으면 기본적으로는 돋보기가 처방된다. 조절력 약화로 근거리 초점이 맞지 않는데 계속 가까운 것을 보려고 시도하면 ‘조절성 눈 피로’를 유발한다. 안경을 써왔다면 안경을 벗고 가까운 물체를 보거나 다초점 안경으로 바꾸는 게 좋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야간 빛번짐 불편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조절력이 약해지는 것과 더불어 수정체가 뿌옇고 혼탁해지는 백내장도 나타난다. 노화가 주요 원인이며 흡연·스트레스·자외선, 눈 속 염증, 당뇨병·유전질환·외상 등도 영향을 미친다.
수정체를 이루는 단백질이 혼탁해지면 빛이 통과하지 못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 모두 잘 보이지 않고 밝은 곳, 야간운전 중 맞은 편에서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 눈부심으로 큰 불편을 겪는다면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색깔 구분능력이 떨어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말기가 되면 수정체가 하얗게 변해 새까맣던 눈동자도 희게 보인다.
혼탁의 정도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져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치료를 하다 불편이 심해지면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된다. 최진석 새빛안과병원 진료과장은 “수정체의 중앙이 혼탁해진 핵백내장을 방치하면 수정체가 굳어 수술이 까다로워지고 녹내장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제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심장·뇌혈관 질환 등 전신질환으로 백내장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수술 전부터 내과·신경과 등의 전문의들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수술 부위가 안정되고 시력이 호전될 때까지 수술 후에도 환자 개개인의 눈에 맞춰 관리하고 진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 백내장 수술은 노안까지는 치료할 수 없어 근거리를 볼 때 돋보기안경을 써야 한다. 대신 노안교정 특수렌즈(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안경이나 돋보기 없이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잘 볼 수 있다. 근래에는 가까운 초점거리도 30, 40, 50㎝ 등 여러 종류가 있어 환자에게 적합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병엽 김안과병원 백내장센터장은 “인공수정체는 기능이 한정적이고 야간 빛번짐이 있어 야간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 불규칙 난시가 있는 사람, 동공이 큰 사람도 수술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도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약간의 근시(-2디옵터 정도)만 있는 사람도 수술 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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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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