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인 대학교수는 최근 한국일보 기고 칼럼을 통해 “Publish or Perish (논문 아니면 사직)”이라는 논문 중시의 풍토가 미국 대학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학문의 요람이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 대학교수들이 다른 나라 교수들에 비해서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도 이런 연구논문 중시의 풍토 덕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이 학문을 선도하고 미국 과학기술이 세계를 이끄는 근본적인 이유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미국 대학과 기업의 열린 인재 확보 정책이다. 미국은 대학이나 기업이나 필요한 인재라면 출신국이나 학교, 그리고 인종 같은 배경을 따지지 않고 영입한다. 10여 년 전 나는 ‘한국교육 이것부터 바꿉시다’라는 책을 쓰면서 하버드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의 학부 출신대학을 조사해 봤다.
당시 서울대학 경제학부는 약 93%가 서울대학 출신이었던 반면 하버드 경제학부는 전체 교수 중 약 14%가 하버드 출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버드에는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대학을 나온 교수들도 많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대부분 대학에서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더욱 뚜렷하다. 이렇게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미국 대학이 학문을 선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째,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생 지도와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학 교수가 된다. 한국에서처럼 사회적 대우나 비교적 높은 보수 때문에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사람들이 아니다. 미국 교수들의 교육과 자질을 보면 그들의 연봉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당히 낮다.
미국 고등교육 신문(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조사에 의하면 4년제 대학 정교수의 2017~18년 평균 연봉은12만5,572달러, 부교수는 9만101달러, 조교수는 7민7,646달러이다. 여기에는 다른 분야 보다 보수가 월등히 높은 의과대학과 법과대학 교수들도 포함되어 있어 대부분 일반 교수들의 연봉은 이보다 적다.
다시 말하면 미국 교수들은 처음부터 높은 보수 대신 학생들 교육과 연구에 보람을 느끼고 좋아서 교수직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회적 지위나 보수 때문에 교수직을 선택한 사람들 보다 우수한 연구논문을 많이 발표하게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셋째, 미국의 대학, 정부, 기업, 그리고 각종 재단에서 연구를 위해 제공하는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다. 2019년 연방예산 중 1,568억달러가 연구개발비이다. 미국의 정부와 기업체, 그리고 각종 재단 및 단체들이 2019년 연구개발비로 총 5,550억달러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두 번째로 연구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2017년 사용한 약 2,790억달러와 비교하면 미국이 연구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는지 짐작이 간다.
미국의 총 연구개발 자금 중 얼마가 대학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연구기관을 통해서 그리고 각종 기업들과 재단들이 연구개발을 위해 직접, 간접으로 미국 대학에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많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미국의 부유한 대학들은 엄청난 기금을 축적해 놓고 학생들 교육과 연구에 사용한다. 하버드 대학 약 400억달러, 텍사스 대학 310억달러, 예일 294억달러, 프린스턴과 스탠포드 260억달러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대학들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 주고 있다.
“논문 아니면 사직(Publish or Perish)”의 풍토보다는 연구개발을 위한 많은 재정적 지원, 열린 인재 확보 정책, 그리고 학생들 교육과 연구가 좋아 교수직을 선택한 미국 대학 교수들의 자질이 미국 대학이 세계의 학문 연구와 기술 경제 발달을 선도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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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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