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콜렉터 바바라와 아론 레빈이 허쉬혼 뮤지엄에 기증 약속한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1887-1968)의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레빈 부부가 20년간 수집한 뒤샹 작품의 전시는 뒤샹의 삶과 유산에 관한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전시는 허쉬혼의 선임 큐레이터 에블린 한킨스의 기획이다.
전시 작품은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공예나 미학보다 중요하다는 뒤샹의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한 (Hat Rack), (Comb), (Apolinre Enameled), (With Hidden Noise), (LHOOQ) 및 (Why Not Sneeze) 등이다. 뒤샹의 초상화와 그의 친구들인 만 레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어빙 펜 등이 뒤샹을 주제로 작업한 것도 포함 되었다.
뒤샹은 팝아트와 옵아트 등에 영향을 끼친 프랑스 태생 미국 미술가로 주요 작품은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가 있다. 그는 예술적 기질을 나타내며 모방을 꺼려 자신만의 양식을 고집했다. 이 작품을 비롯해 누드를 주로 그렸지만 기계적인 모습으로 비대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누드> 작품 뒤로는 활동하지 않았지만 레디메이드로 불리는 파격적인 개념으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13년 뉴욕에서 열린 아모리 쇼에서 〈누드〉를 발표한 뒤샹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 뒤 뒤샹은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었다. 오늘날 그 원인을 평가하기는 그가 자신의 작품에 그림 자체를 비웃는 듯한 아이러니를 나타냄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의 믿음조차 허물어진 탓이라 본다. 제목까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장난투였다. 뒤샹의 유일한 모티프는 도발성이었다.
그 후 뒤샹은 인체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잘 보여준 몇 점의 그림을 더 그렸을 뿐이다. 뒤샹이 화가로서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예술 자체에 대한 믿음이었다.
뒤샹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 시기에 뒤샹은 천재성을 발휘하여 현대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 일컫는 레디메이드를 고안했다. 다다이즘 운동을 몇 년 앞질러 예고한 <샘>과 같은 레디메이드가 새롭게 이해된 것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나서였다. 레디메이드를 계기로 현대 미술은 창작과 비평의 혼합물이 되었다.
뉴욕의 부유한 시인이자 콜렉터인 월터 아렌스버그는 뒤샹을 위하여 자신의 집에 작업실을 차려주었다. 뒤샹은 거기서 대표작 중 하나인 〈거대한 유리〉를 제작했다. 뒤샹은 아렌스버그 그룹의 중심인물로 명성을 떨치며 전시 제의를 많이 받았으나 거절했다. 전업화가로 나서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프랑스어 강습도 했다.
1923년 작업을 그만둘 때까지 8년을 더 작업한 〈거대한 유리〉 외에 뒤샹은 단지 몇 점의 레디메이드만을 만들었다. 다다이즘에 합류했던 그의 작업을 1960년까지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만이 그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제도권 미술계와 기성 비평가들은 그를 실패한 예술가로 보았다.
여생의 대부분을 뉴욕에서 보낸 그는 1954년 티니 새틀러와 결혼 뒤 예전보다 더욱 은둔해서 살았고 기묘하고 독특한 물건을 만들며 체스를 두고 살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용한 생활은 1960년쯤 깨지고 말았다. 그 무렵 미국 미술계의 새로운 세대는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을 뒤샹이 이미 풀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고 그의 회고전이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열렸다. 그의 레디메이드들은 그의 허락 하에 제한된 수로 복제되기 시작했다. 예술과 사회에 대한 뒤샹의 새로운 태도는 그의 나이 70이 넘어서야 젊은 미술가들에 의해 환영받는 새로운 운동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그는 시각예술과 함께 미술가의 정신도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의 두 번째 파트는 내년 4월에 이어진다.
문의 doh0504@gmail.com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매거진 ART MINE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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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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