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가 종에게 빈 술병을 주면서 “술 사오너라”하자, 종이 ‘돈도 안주면서 어떻게 사 옵니까?’ ‘돈 주고 술 사오는 건 누군들 못 하겠냐, 돈 없이 술 사와야 비범하지,’ 말없이 나간 종이 빈 술병을 주인에게 내밀었다. ‘빈 술병으로 어떻게 술을 마시느냐?’ ‘술가지고 술 마시는 것은 누가 못합니까, 빈 술병으로도 술을 마셔야 비범하지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솔선은 지도의 으뜸이다.
요즈음에는 듣기 힘든 말 중에는 ‘여러분들의 지도편달을 바랍니다.’는 말이 예전의 공사석 취임사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았다. 편달(鞭撻)의 편(鞭)은 채찍 편이오, 달(撻)은 매질을 하다는 뜻이다. ‘채찍으로 종아리를 쳐 달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이하 공수처)가 필요가 없는 사회여야 맞다. 건국한 지가 100년이 지났고, 그동안 헌법이 몇 번이 바뀌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법률,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잘 지키면 되는 것이다.
올해 1월 공수처 설치 국민여론조사에서 76.9%(반대 15.6%), 대체로 80% 이상의 국민들이 찬성을 했다. 조국사태 이후인 10.29일 같은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5.2%(반대 23.8%)가 되었다. 조국 전장관이 비리가 있다면 더욱 이 법의 필요성이 점증되어야 맞다.
아들이 세 살쯤 되었을 때 이야기다. 한국에 88 올림픽 이후로 자가용시대가 막 도래해서 주말이면 가족들과 근교로 나들이 하는 게 흔할 때이다.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들이 “저게 뭐야?” “소나무” 하고 엄마가 답해줬다.
그런데 한참 지난 후에 엄마와 차를 타고 가던 아들이 높은 송전탑이 보이자. ‘소나무’ 하는 것이었다. ‘그건 소나무가 아니고 송전탑이란다’ 설명할 겨를도 없이 아들은 줄지은 송전탑마다 ‘소나무, 소나무, 소나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학교에 입학해서 글을 익히는데 송전탑을 소나무로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 아들은 송전탑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소나무를 물은 걸로 알고 답했던 것이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이라고 한 것과 같은 인식부조화이다.
국내외적으로 개혁과 민족번영이 눈부신데도 한쪽에서는 경제가 폭삭했고, 나라는 내일 모레면 곧 없어질 듯이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구국의 합창(?)소리 요란하다.
불안에 익숙해지면 평화가 어색한 것인가, 국회의원이 미국에까지 건너와서 ‘북미회담을 총선 전에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든가, 주한 미 대사에게 ‘종전선언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국회의원까지 나왔다. 이들은 한결 같이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반대한다.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부패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필자도 일부 수긍이 가기도 한다.
공수처 수사대상자는 5천만 국민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최상층을 이루는 지도자급 7천여 명의 범죄를 담당하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판사, 검사가 6천여 명이고, 야당의원 100여명을 제외하면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그 대상이다. 스스로 부패와 전횡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고, 자기가 맞을 매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기관 비리에 대한 공정한 독립된 사법기관의 설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1998.9.23.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그 뒤로 20여 년간 줄기차게 공수처의 필요성을 주장한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지금 반대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사람은 모두 자기의 경험과 기준으로 상대를 보기 때문에 독재를 경험하고, 그에 부역한 사람들은 모든 걸 독재로 보고, 독재의 연장으로 보려 한다.
군사독재의 어두웠던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의 흑역사를 걷어내고 나니, 그들의 대신하면서 적폐를 이어 받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하는 세력들과 국민, 숫자적으로야 비교가 안 되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 글이 마지막 기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자 기대이기도 하다.
20년 전, 70년 전, 아니 100년 전의 생각으로 되돌아가기도 어려울 건데 가상타고 해야 하나, 독특하다고 해야 하나, 같은 나라에서 세금내고 살면서 ‘평범과 비범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클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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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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