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고국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한 열흘 정도의 기간이었는데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지역 담당 교육장과 교장 각 한 명과 함께 했다. 나는 지난 몇 해 동안 매년 한 번씩 휴가 대신 고국을 미국인 교육자들과 다녀 왔다. 한국에 처음 가 보는 미국인 교육자들을 안내하는 게 때로는 힘겹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나의 고국을 소개하면서 다른 문화와 교육 체제를 접해 보게 하는 게 그들의 교육자로서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해 왔다.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의 많은 한인 학생들과 부모들을 좀 더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이번 고국 방문 때 부산에도 다녀 왔다. 부산 방문의 주 목적은 영재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강의도 하고 패널 토의에도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런 강의와 패널 토의 이상 의미가 있었던 것은 ‘장대현 학교’를 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대현 학교는 영호남 지역에서 유일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학교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 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던 중 어느 미국인으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자신이 탈북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중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 몇 명과 내년 초에 미국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 때 워싱턴 지역에도 올텐데 학생들을 만나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학생들에게 미국의 여러 모습을 소개해면서 공직 생활을 하는 한국계 미국인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식사도 한 끼 사 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였다. 물론 당연히 서로 스케줄만 맞는다면 가능하다고 답장했다.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 나서 이메일 보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의 이메일에 적혀져 있던 소속 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그가 은퇴한 목사이며 장대현 학교에서 부인과 함께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그 학교가 부산에 위치하고 있음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내가 부산에 들르게 된다고 알렸다. 그러자 바로 반갑게 부산에서 만나 볼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있었다. 내가 강의와 패널 토의로 스케줄이 빠듯하지만 점심 시간을 전후 해 3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그 때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점심을 간단하게 ‘돼지 국밥’으로 사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파격적인 (?) 제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의 명물인 돼지 국밥을 꼭 한 번 먹어 보고 싶었는데 미국인 목사 초청으로 미국인 교육자들과 처음 경험해 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 미국인 목사가 단골로 찾아 간다는 식당으로 우리는 안내 되었다. 식당 주인이 그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또한 백인 목사가 나를 포함한 3명의 부산 방문객들에게 돼지 국밥이 무엇이고 어떻게 먹는지 소개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오래 살았다고 했다. 자녀들이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학교도 다니고 말이다. 장대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모두 자원 봉사자 자격으로 하는 것이며 부산의 한 교회에서 영어 목회 담당 목사로도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남녀 공학인 장대현 학교에서는 현재 19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북한과 전혀 상관없는 남한 출신 학생도 있다고 했다. 그 학생은 탈북 학생들의 한국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또한 독일에서 몇 개월 다녀 가는 백인 학생도 있었다. 독일이 의미가 있는 것은 전쟁을 치루지 않고 통일을 이룬 상징성이라고 했다. 학교는 어느 독지가가 기부한 건물을 개조해서 기숙사까지 포함한 4층 짜리 단독 건물 안에 위치 했다. 건물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교실과 부대 시설도 결코 화려하다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19명 학생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44명의 어른들이 힘 쓴다는 얘기를 듣고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는 이번 고국 방문에서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