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금년 말을 미국이 신축성을 발휘하여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데드라인으로 정한 바 있다. 지난 주 미국의 협상대표이며, 국무부 부장관 직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은 그 마감 시한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미국이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미국의 협상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없으며, 현재의 북미협상 정돈 상태가 연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연말시한을 발표할 때, 그 때까지 미국의 입장변화가 없을 때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 후 북한의 고위관계자들은, 외국의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것 처럼, 새로운 길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또 다시 대결과 긴장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시사했다.
11월18일 북한은 또 한 차례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실험을 단행했다. 벌써 4번째다. 30초 간격으로 2발을 동해를 향해서 발사했다. 탄도미사일 기술과 접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국에 대한 추수감사절 선물로, 김정은의 시한을 지키라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방사포 발사는 북이 발표한 것처럼, 단순히 작전상의 적용성을 실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했건 안 했건, 미국에 대한 압력의 성격이 있었던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북한에게는 미국이 한미합동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중단한 것도 10월 5일 스웨덴에서 결렬된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한편 워싱턴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 미국의 협상전략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직도 선 비핵화, 후 보상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손에 쥘 수 있는 실질적인 보상을 원한다. 즉 제재해제, 평화조약과 같은 구체적인 보상을 원한다.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원한다. 종전선언과 같은 미국의 해당 행정부와 북조선 인민공화국 간의 행정협정은 원치 않는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북한의 승리로 간주한다. 북한이 모호하게 표현한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한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양보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새로운 셈법”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 과정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원하는 보상은 북한이 현재까지 이미 취한 조치들과 앞으로 취할 행동들에 대해서 비핵화 이후가 아니라 비핵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김정은은 제재해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력 갱생도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 와서 북한은 또 한 번 대화재개의 조건을 갱신한다. 이번에는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 조건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요구 조건은 미국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협의하고 해결을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다시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그 내용은 제재해제, 한미 군사훈련 영구 중단, 한반도 주변 미 전략무기 동원 중단,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북한 인권문제 비판 중단 등이 포함된다. 북한은 또 평화조약과 북미 국교 정상화 조약을 원한다.
김정은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완성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제재의 영향으로 생활의 고통에서 헤매고 있다.
김정은은 “제재에서 오는 인민의 고통이 분노로 변했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알고 있다. 북한 인민의 생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북미간의 실무급 회담은 금년에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신축성의 제한을 고려할 때, 비핵화의 전망은 북한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북한과 관련된 트럼프의 언행과 미국내 정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북한이 외면하는 한, 북미대화 촉구를 위해서 할 일이 별로 없다. 두 번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는 경우가 다르다.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연말 이전에 어떤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 한.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2020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기다려 보는 차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북한과 관련된 현재의 상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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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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